◆내 삶을 바꾼 책 / (9) 이강호 한국그런포스펌프대표 - `The Singapore Story`(리콴유 著) ◆
오늘날 싱가포르는 아시아에서 가장 선진화된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그 시작은 척박하고 미개한 동남아의 작은 도시국가에 불과했다.
싱가포르 건립의 아버지 리콴유 전 총리는 젊은 세대에 독립과 선진국 진입의 힘들었던 과정을 알리기 위해 자서전을 저술하게 됐다고 한다.
그들이 자원도 없고 살벌한 민족주의로 무장한 동남아 신생국들 틈에 끼여 생존에 애쓰던 작고 미약한 싱가포르의 과거는 모른 채 40년 만에 선진국으로 올라선 현재를 너무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저서는 국가의 중대사인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한국인에게도 좋은 참고가 될 만한 훌륭한 지도자의 통찰력과 혜안이 담긴 책이라고 생각한다.
"제비는 작아도 오장육부를 다 갖고 있다 ."
그가 자주 인용하는 중국 속담이라고 한다.
나라 크기의 크고 작음을 떠나 국가 경영의 기본은 매한가지라는 지론을 담은 이야기다.
그는 타고난 현실감각과 정확한 판단력으로 대중적 인기에 영합하지 않고 미래에 대한 비전을 통해 국민과 호흡했고 그 결과 아시아에서 가장 정직하고 유능한 정부, 공공질서와 안보가 보장되는 사회를 이룩했다.
그를 통해 국가뿐만 아니라 기업 발전에 있어서 리더의 지도력과 세계관이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가슴 깊이 느낄 수 있었다.
그는 또 영국에 있는 법대에 진학하기 위해 어려서부터 영어 학교에 다니고 영국 케임브리지 법대를 졸업하는 등 모태인 중국 문화와 중국어를 등한시한 것에 대한 솔직한 자성의 마음을 표현했다.
그는 정치계에 뛰어든 후 모국어를 영어만큼 잘 구사하지 못하는 것을 많이 후회했다고 한다.
그래서 세 자녀 모두를 중국어를 사용하는 학교에 보냄으로써 다민족 국가에서 융합도 중요하지만 자국의 문화와 언어를 유지ㆍ계승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몸소 실천하며싱가포르 국민들에게 본보기가 됐다.
이 자서전은 바다의 등대처럼 회사 경영, 더 나가서는 필자 개인의 인생 항로에도 많은 지침을 주었다.
얼마 전 한 시중은행에서 주관한 그의 강연을 녹화한 DVD를 여러 번 돌려보며 그의 사상을 재음미해 볼 수 있었다.
`Minister Mentor(스승 장관)`라는 독특한 직함으로 퇴임 후에도 각국의 지도자 그룹을 위한 멘토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진정한 리더란 과연 이런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과거의 역사를 조명해 현재를 직시하고 미래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된 세계적 지도자의 자서전은 분명 많은 한국인들에게 교훈과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 `리콴유 자서전`은
리콴유의 자서전은 2권이다.
첫 번째 `리콴유 자서전(The Singapore Story)`은 출생에서부터 1965년 싱가포르가 독립할 때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어린 시절, 영국 유학 시절, 정치가 시절의 성장사가 솔직 담백하게 담겨 있다.
두 번째 자서전 `내가 걸어온 일류 국가의 길(From third world to first-The Singapore Story:1965-2000)`은 1965년 독립 직후부터 2000년까지의 이야기를 담았다.
개인사보다는 싱가포르가 일류 국가가 되기까지의 과정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오늘을 있게 한 사회ㆍ경제ㆍ외교ㆍ교육 정책의 수립과 이행과정이 잘 정리돼 있다.
자신의 인생을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누어 기술한 셈이다.
자서전에서 리콴유는 놀랄 만큼 정직하다.
2차 세계대전 중 일본 제국주의에 부역한 사실, 선거운동 중 거짓말을 한 사실까지 가감 없이 자신의 살아온 이야기를 고백하고 있다.
[허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