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Column |박동훈 폭스바겐 코리아 사장 | ||
[이코노믹리뷰 2007-05-11 06:06] | ||
나눔의 미학은 작은 곳부터 … 최근 사회 전반적으로 회자되는 화두 중 하나가 바로 기부와 나눔의 문화이다. 그러나 막상 사회 공헌 활동이라 하면 아직 어색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유명 재벌기업 총수의 사건은 우리나라 재벌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것 같아 씁쓸하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란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하는 말이다.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이 단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자면 기업은 단순히 이윤추구를 넘어서 사람을 더욱 중요히 생각하고, 얻는 만큼 사회와 사람을 위해 베풀 책임이 있다는 뜻이리라 생각한다. 주주 가치의 제고만을 기업가가 염두에 두고 전략을 짜던 시기는 지났다. 지난 2001년 9·11사태, 그리고 에너지 기업 엔론의 회계부정 사태는 기업의 목적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변화를 불러왔는데, 제프리 가튼 예일대 경영대 학원장은 이러한 변화를 이른바 전략적 변곡점으로 지칭한 바 있다. 이 시기를 전후해 민간부문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더욱 강화되는 한편, 주주가치의 제고만이 기업활동의 궁극적 목표는 아니라는 공감대가 확산돼 나갔다. 빌 게이츠나 워런 버핏이 지금까지 정부의 영역으로 평가받아 오던 공익 증진 활동에 천문학적인 규모의 자금을 쾌척하는 것도 결코 이와 무관하지 않다. 하지만 자금이 풍부한 글로벌 무대의 거물들만 사회공헌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주변에서도 나눔과 기부는 그리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평생을 애써 모은 전재산을 불우이웃돕기에 쾌척하거나, 양로원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는 훈훈한 사례를 주변에서 볼 수 있다. 이미 국내의 여러 수입차 업체들도 솔선수범해 나눔과 기부의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해 7월, 럭셔리 세단인 페이톤의 신모델을 국내에 선보이면서 기부 문화 정착을 위한 프로그램을 시작했는 데, 방식은 비교적 간단하다. 고객은 차를 구입하면서 폭스바겐코리아가 아니라 자신의 이름으로 대당 100만원씩 유니세프(UNISEF. 국제아동기금)에 기부하고, 유니세프에서 공식발급한 인증서를 받게 된다. 물론 이를 통해 노블레스 오블리주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고, 나눔의 문화에 동참하자는 취지에서다. 세금을 피하기 위한 기업의 성의 없는 기부가 아니라 기업과 고객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번 프로그램은 일회성 행사가 아닌 장기적인 사회공헌 플랜으로 업계에서도 드물게 시도되는 것이라서 더욱 의미가 깊다. 참가자들의 반응도 썩 좋은 편이다. 이러한 기부프로그램을 통해 따뜻한 나눔의 문화에 동참하게 해주는 사람 냄새가 나는 자동차를 만나게 되었다며 기뻐하던 어느 고객의 말을 듣고 나눔과 기부는 결국 나 자신을 살 찌우는 일이라는 생각을 했다. 작은 나눔으로 스스로의 마음이 따뜻해지고 충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면, 바로 그것이 삶의 보람이고 의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나눔과 기부는 못 가진 자를 위한 동정의 행위가 아니라 스스로의 삶의 의미와 질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뜻 깊은 문화이다. 여러 사람이 동참할수록 그 기쁨이 커지는 나눔의 문화가 뿌리를 내려 우리 사회에 더 큰 아름다움을 가져다 주기를 기대해본다. ■ 1952년생으로 중앙고등학교와 인하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했다. 볼보(VOLVO·한진건설 수입판매) 유럽주재원, 사업부장, 기획실장을 거쳐 지난 2001년부터 당시 폭스바겐과 아우디의 공식 수입사였던 고진모터임포트의 부사장을 지냈다. 지난 2005년 1월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에 부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