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국지사·예술인 산실 `오산중·고 100년`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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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국지사·예술인 산실 `오산중·고 100년` [중앙일보]
주기철 목사, 김홍일 전 육사 교장, 함석헌씨
시인 김소월, 화가 이중섭씨 등 동문 4만 명
시인 김소월, 화가 이중섭씨 등 동문 4만 명
오산 중.고교가 15일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이 학교는 3.1운동 민족 대표 33인 중 한 명인 남강(南岡) 이승훈(李昇薰) 선생이 1907년 평안북도 정주군 갈산면 익성리 제석산 기슭에 설립한 학교다. 처음엔 강명의숙이란 서당으로 시작했다. 학생수는 고작 7명. 하지만 4개월 뒤엔 신학문 기관인 오산학교로 탈바꿈했다. 이 학교는 일제 시대를 거치면서 독립운동의 본거지가 됐다. 3.1운동과 광주학생운동 당시 학생들이 독립만세운동을 벌였으며, 해방 직후엔 반공(反共)의 선두에 섰다. 한국 전쟁 당시 교직원과 학생 등이 대거 월남해 부산 동대신동 산 4에 재건됐다가 이후 서울 용산구 원효로 2가를 거쳐 56년부터 지금의 보광동 자리에 세워졌다. 현재 동문 수만 4만명이 넘는다. 오산 출신들 중엔 독립투사나 애국지사가 유난히 많다. 도쿄 2.8 독립 선언의 주역인 언론인 서춘(3회), 독립선언서를 영어로 번역해 세계에 알린 신우철(4회)이 이 학교 출신이다. 신사 참배에 대한 항거에 앞장서 순교한 한국 기독교의 양심 주기철(7회), 한국 의용군 사령관이었으며, 육사 교장, 신민당 당수를 역임한 김홍일(9회), 한국 현대사에서 민권 운동의 대표인 함석헌(13회)선생이 오산 출신이다. 이밖에 백병원을 설립한 백인제(6회), 한국 기독교의 기둥으로 영락교회를 창설한 한경직(10회), 민족시인인 소월 김정식(12회), 토속 서정시인인 백석(18회), '소'로 유명한 화가 이중섭(25회)등도 동문이다. 이 학교 이신철 교장은 "나라와 겨레의 초석이 되는 인물들을 배출했다"고 말했다. 현재 유용태 전 노동부 장관, 산악인 박영석, 영화배우 이성재, 탤런트 유호정.배도한.이민우씨가 동문이다. 오산학교는 창립 100주년을 맞아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했다. 9~15일 세종문화회관 제1전시실에서 '오산미술 100년전'을 열고 동문인 이중섭 화가의 작품 등을 전시한다. 재학생과 교직원, 학부모, 동문이 참여한 가운데 11일에는 학교 교정에서 전시회, 요리마당, 농구경기 등을 펼치는 '남강제'가 열린다. 강홍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