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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739회 작성일 2007-03-10 00:00
[학교는 가난하다]“인건비 빼면 학교 운영비도 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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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가난하다]“인건비 빼면 학교 운영비도 빠듯”
초중고 예산 35조 중 인건비가 24조
학교 신설에도 매년 3조~5조원 들어
정성진기자 sjchung@chosun.com
입력 : 2007.03.06 00:39


  • 전북의 A중학교는 올해 씀씀이를 줄여야 할 판이다. 지난해에 비해 교육청으로부터 내려오는 학교운영 예산이 1000만원 안팎 줄어들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5일 “학교예산이 뻔한 만큼 시급한 곳에 우선적으로 쓰고, 그 밖의 지출은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북의 B초등학교는 지난 겨울방학 때 학교를 학생들에게 개방하면서 도서관 한 곳만 열었다. 이 학교 교감은 “원래 도서관 말고 교실도 한 곳 문을 열었는데, 전기를 이용한 난방 시설 계량기 돌아가는 양을 보니 자칫하면 수백만원이 나올 것 같아 안 되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학교마다 사정은 다르지만 상당수 학교들은 학교 살림살이가 빠듯하다고 호소한다. 학교에서 쓸 수 있는 운영비가 한정돼 있는 반면 전기요금, 난방용 가스요금, 시설 수리를 위한 인건비 등 지출할 데가 한두 군데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기업이나 단체 등 외부로부터의 지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지방보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서울 M초등학교의 지난해 세입 및 세출 명세서를 보자. 이 학교의 지난해 세입 총액은 13억원 남짓. 이 중 학부모가 부담하는 돈이 8억원이다. 이 돈은 급식, 특기적성교육, 졸업앨범 등 바로 학생들에게 들어가는 용도에 쓰인다. 따라서 교육당국으로부터 받는 돈 5억원으로 1년간 학교 살림살이를 해야 한다.




  • 2007030600056_0.jpg


  • 전북 한 초등학교의 과학실. 오랫동안 보수가 이뤄지지 않은 탓인지 실험기구들을 씻는 수도시설에서는 물조차 나오지 않는다. 한 쪽의 비틀린 수도꼭지가‘가난한’학교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안호영 객원기자 hoyoungan1@chosun.com


  • 그러나 이 학교가 지출할 곳은 한두 군데가 아니다. 학생복리비(학생보건검사료 등), 학습활동비(실험재료구입비, 교육기자재구입비, 도서관운영비, 각종 행사비, 인쇄비, 정보화용품비, 학급운영비, 교구 유지보수비, 교직원연수비), 공통운영비(급식실운영비, 청소용품구입비, 교내환경개선비, 각종 사무용품 구입비, 소규모 수선비, 전기요금, 상하수도요금, 도시가스요금, 전화요금, 인터넷통신비, 각종 세금, 승강기유지관리비), 업무추진비, 시설비(급식실·화장실·담장 보수비) 등이다. 이 학교의 학교운영비 지출 항목만 세어 보니 모두 127개나 됐다.

    이 학교 관계자는 “운영비가 넉넉하면 교실 수리도 충분히 하고 새 책도 많이 구입할 텐데, 현실이 그렇지 못하니 주어진 예산에 맞춰 억지로 꾸려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냉난방 시설을 지원해주겠다는 사람이 나서도 받기가 곤란하다는 학교도 있다.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30~40년 된 학교의 전기 시설이 워낙 낡아 최신 전기용품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전압을 높이는 승압기를 교체해야 하는데 이 공사에만 수천만원이 들어 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올해 책정된 초중고 교육예산은 35조2500억원. 이 중 교사월급 등 인건비로 지출되는 돈이 24조4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학교 신설이나 시설 보수 등에 사용하는 시설비가 3조4000억원이고, 학교운영비 예산은 2조6500억원이다. 전국 1만900여 개 학교로 나누면 학교당 2억4300만원 가량이 운영비로 지원되는 셈이다. 교육당국은 “예산은 수십조원이나 되지만 인건비 빼고, 학교 신설비 등을 빼고 나면 학교에 돌아가는 돈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학교운영비로 지원되는 돈이 많으면 학교도 그만큼 넉넉해지겠지만 사정은 여의치 않다. 특히 2002년부터 신설되는 학교가 늘면서 매년 3조~5조원 가량이 들어가 교육재정을 크게 압박하고 있다. 과거에는 학교 신설 때 시도(市道) 교육청과 지방자치단체들이 절반의 비용을 부담해왔다. 그러나 2005년 4월 시도 지자체가 학교용지부담금을 지출하는 것이 위헌이라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시도 교육청의 부담이 커져 버렸다. 이후 시도 교육청들은 이 재원마련을 위해 지방채를 발행하는 등 수천억원씩 빚을 안게 됐고, 각 학교에 내려보내는 학교운영비도 줄여버린 것이다.

    성삼제 교육인적자원부 지방교육재정담당관은 “학교신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1조원만 줄여도 한 학교에 약 1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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