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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가난하다] “낡고 지저분한 화장실 고쳐주세요”
“원어민 영어선생님 구경해 봤으면”
최재혁기자 jhchoi@chosun.com
입력 : 2007.03.06 00:40 / 수정 : 2007.03.06 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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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가 한국갤럽과 함께 실시한 ‘학교만족도 조사’ 결과는 학부모·학생의 입을 통해 우리 학교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 준다. 이번 조사는 ‘시설만족도’, ‘수업만족도’, ‘학교생활 만족도’를 측정한 뒤 개별 학교시설에 대한 만족도, 개선이 필요한 이유 등을 묻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시설미비가 수업에도 영향 미쳐=우선 만족도 조사에서, 학교의 열악한 시설이 수업 만족도와 학교생활 만족도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대도시와, 읍·면·중소도시 간의 학교 만족도가 10% 가까이 차이가 벌어져 지역 간 ‘교육격차’ 또한 확인됐다.
  
  교육 전문가들은 특히 중·고교생의 학교 시설 만족도가 초등학교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 ‘컴퓨터 시설’에 대해 중학생의 절반 가까이가 ‘불만’이라고 답한 반면, 그렇게 응답한 초등학생은 13.5%에 불과했다. ‘과학실험실’에 대해서도 ‘불만’이라고 답한 중·고교생들이 초등학생보다 10% 가까이 많았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한재갑 대변인은 5일 “교과과정상 고학년으로 갈수록 교과와 연관된 시설이 많이 필요한 법”이라며 “하지만 정부나 기업의 재정 지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학생들에게 필요한 수준을 맞추질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실 좀 고쳐 주세요”=‘가장 시급히 고쳐야 할 학교시설’을 묻는 질문에서 학생들은 화장실, 운동장, 급식시설, 교실, 냉·난방, 강당, 체육시설, 컴퓨터 시설 등의 순(順)으로 개선이 시급하다고 응답했다. 화장실에 대해 “낡고 더러우며 고장이 자주 난다”는 응답이 가장 많이 쏟아졌다. 이런 결과를 놓고 경남 김해의 한 중학교 교사는 “예상했던 대로”라며 “화장실이 너무 더러워서 하루 종일 참다가 방광염에 걸린 애들도 있을 정도니 공부가 제대로 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운동장에 대해서는 “너무 좁다”, “비만 오면 물이 고인다”, “운동시설·놀이시설 부족하다”, “운동장이 흙바닥이라 먼지가 많이 날린다”는 응답이 나왔다. 급식시설을 놓고도 “좁고 비위생적”이라는 응답이 많았다. “수저나 식판이 부족하다”, “급식 시설이 없어서 교실에서 먹는다”는 학생도 있었다. 실제 서울 구로구 ○중학교의 한 학부모는 “급식실이 따로 없어서 애들이 온종일 뛰어 놀던 교실에서 먼지로 뒤덮인 밥을 먹는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원어민 영어선생님 구경해 봤으면”=미흡한 것은 시설만이 아니었다. “특별활동 시간을 잘 활용하기 위해 외부강사를 초청한다면 어떤 분야 전문가를 원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21.7%가 ‘영어 원어민 강사’라고 대답했다. 경남의 한 초등학교 학부모는 “영어가 중요해지는 글로벌 시대라지만 우리 아이가 다니는 학교에서는 원어민 강사를 구경조차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 뒤로는 ‘악기를 가르쳐 줄 음악가’(8.9%), ‘논술 강의 강사’(5.8%), ‘(내국인) 영어 강사’(5.1%), ‘컴퓨터 강사’(4.8%), ‘제2 외국어 원어민 강사’(4.6%) 등의 순이었다.
  
  ‘교육과 시민사회’의 안선회 대표는 “교육 재정을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에 대한 투자로 보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일선 학교와 시·도 교육청에 재정면에서 자율성을 줘야 하고, 기업 등 민간영역도 학교 지원에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