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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26회 작성일 2007-03-10 00:00
더 가난한 실업계 고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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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가난한 실업계 고등학교
서울 26개교가 학교발전기금 ‘0’ “돈도 안되는데” 재단도 무관심
김남인기자 kni@chosun.com
입력 : 2007.03.08 00:22


서울 A정보산업고는 체육대회를 할 때마다 경기도 남양주에 있는 운동장까지 가야 한다. 학교 앞의 운동장은 길이가 50m도 채 안 돼 100m 달리기를 할 수 없다. 운동장 바닥은 아예 콘크리트이다. 이 학교 교무부장은 “시설이 열악하지만 실업고라는 이유로 재단에서도 무관심하다”면서 “아이들 형편이 어려워 발전기금이 들어올 상황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실업계 고교는 인문계와 비교할 때 연 평균 8000만원의 학교운영비가 교육청으로부터 더 지원되고 있지만 학교 사정은 더 어렵다. 상당수 학생들의 가정형편이 어려워 그 영향을 받는 것이다. B정보산업고 교장은 “학생의 60% 이상이 결손가정, 70~80%가 저소득층 아이들이라 우리가 오히려 도움을 줘야 하는 상황”이라며 “일반계 고교에 비해 학부모들의 교육열도 현저히 떨어져 학교에서 협조를 요청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원이 갈수록 줄어드는 것도 문제다. 서울 D정보산업고의 경우 매년 한 반 33명이었던 정원이 올해는 30명으로 줄었다. 학생수가 줄어들수록 등록금 수입도 줄고 재정결함 지원금(사립학교가 재정적 어려움을 겪을 때 부족액을 국가가 지원하는 것)도 줄어 각종 경비를 마련하기에 빠듯해지는 것이다.

인문계에 비해 컴퓨터 등 실험·실습 장비에 들어가는 유지비가 많은 것도 큰 부담이다. 서울 C산업고 교감은 “아이들이 쓰는 실습도구 전기료만 한 달에 400만~500만원이 들어가기 때문에 낡은 책걸상도 못 바꿔주고 있다”며 “정부에서 학교운영비 외에 시설유지·보수비를 더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립 실업계고에 대해서는 재단 역시 관심 밖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 D정보산업고의 한 교사는 “재단이 옆의 외국어고와 대학에는 건물을 지어주며 엄청난 공을 들이지만, 수익도 안 나고 오히려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실업계에는 관심이 약하다”고 했다.

학교발전기금 모금 상황도 열악하다. 서울지역 학교발전기금 접수 현황을 보면 지난해 발전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한 56개 교 중 절반에 가까운 26개 학교가 실업계였다. 전체 실업계고교 수가 일반계 고교의 3분의 1 정도임을 감안하면, 실업계고에 대한 관심과 지원은 터무니없이 낮은 셈이다.

서울 E여상의 한 교사는 “요즘 실업고 아이들 대부분은 대학진학을 희망하는 데다, 실업계고 졸업생을 원하는 기업도 줄어 기업으로부터 들어오던 장학금이 끊긴 지 오래”라고 했다. F여상의 한 교사는 “선린인터넷고나 경기상고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실업계고가 동문회의 영향력이 미미해 동문회 지원은 꿈도 못 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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