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일본의 작태, 이승철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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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일본의 작태 | |||
입력: 2007년 02월 19일 16:56:50 | |||
“양반이라고 하니까 노론 소론 호조 병조 옥당을 다 지내고 삼정승 육판서를 다 지낸 퇴로재상으로 계신 양반인 줄 알지 마시오. 개장량이라는 ‘양’자에 개다리 소반이라는 ‘반’자를 쓰는 양반이 나오신단 말이오.” 중요무형문화재 봉산탈춤 제6과장 ‘양반춤’에서 말뚝이가 양반들을 불러내는 장면이다. 원래 작태란 말은 부정적 뜻만을 갖고 있지 않다. 작태의 사전적 의미는 ‘의도적으로 짓는 태도나 표정. 또는 그 짓거리’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용례로 ‘친절한 작태’란 말을 소개한 사전도 있다. 그러나 실제 우리네 생활에서 작태란 단어가 긍정적 의미로 사용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비열한 작태’ ‘몰지각한 작태’ ‘비교육적 작태’ 등 하루에도 몇 번씩 우리는 부정적 의미의 ‘작태’를 만난다. 국내 문제에서만 ‘작태’가 있는 것이 아니다. 국제관계에서도 왕왕 작태가 발생한다. 일본이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보여주는 태도가 좋은 예다. 일본은 최근 미국 하원의 판도 변화로 일본 위안부 결의안 채택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자 아베 총리의 홍보 담당 보좌관 파견을 계획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가토 료조 주미 일본대사는 미 의회에 서한을 보내 위안부 문제에 대해 일본은 “책임을 인정했다”면서 논의 중단을 요청했다. 일본이 진짜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고 제대로 사과·배상한 적이 있는가. 정말 한심한 일본의 작태다. 역설적이긴 하지만 이러한 일본의 작태가 한·일관계를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반갑다. 일본이 과거사 문제를 계속 짊어지는 덕분에 우리는 ‘과거사 문제’라는 막강한 대일 외교 지렛대(레버리지)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지난해 일본이 총력을 기울여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진출을 시도했는데도 실패한 데는 여러가지 요인이 있지만, 특히 한국·중국 등 인접국들의 적극적인 반대가 큰 역할을 했다. 일본이 진정 과거의 문제를 인정하고 치유에 나서는 것이 걱정스럽다면 말뚝이의 지나친 풍자일까. 〈이승철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