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font color=blue>전승훈(80회)</font>]문화계 죽이는 병역특례 폐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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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전승훈]문화계 죽이는 병역특례 폐지
지난해 공연된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춘향’에는 주인공 이몽룡과 방자 역에 벽안의 러시아 출신 발레리노들이 출연했다. 한국 발레의 세계화로 볼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사실은 국내 남자 무용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발레단은 전체 남자 무용수 중 절반 정도를 외국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권위의 스위스 로잔국제발레콩쿠르에서 발레리나 박세은, 김채리 양이 수상해 화제를 낳았다. 그러나 최종 결선에 오른 참가자 명단을 보면 씁쓸하다. 중국 일본의 남성 무용수는 4명이나 포함된 반면 한국의 남성 무용수는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병역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세계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문화예술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예술계에 그나마 숨통을 터 준 것은 1973년 도입된 문화 체육 분야의 병역특례 제도. 이 제도 덕분에 국악, 서양음악, 무용 등 분야별로 매년 10명 안팎의 인원이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할 수 있었다.
이 제도의 수혜자인 이원국, 김용걸, 황재원, 홍승엽 씨 등은 1990년대 이후 국내 무용계의 스타로 등장했다. 또한 피아니스트 임동혁, 임동민, 김선욱 씨 등도 국제콩쿠르 우승으로 병역 혜택을 받아 세계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예술계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정부가 최근 군복무 기간을 6개월 단축하는 대신 단계적으로 문화 체육계를 포함한 공익근무요원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할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제 콩쿠르만 인정하고 국내 콩쿠르 우승자에 대한 특례 혜택을 없애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40년 가까운 역사와 전통을 가진 콩쿠르는 흔치 않다. 최근 방한한 피오트르 팔레치니 쇼팽콩쿠르 부위원장도 “앞으로 15년 후면 유럽인이 한국으로 피아노를 배우러 올 것”이라며 한국의 문화수준을 높이 평가했다. 세계 각국은 권위 있는 콩쿠르 유치로 문화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세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군 복무기간 단축’이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에 예술계에 엉뚱한 불똥이 튀게 하는 정책이 급조돼선 안 된다.
공든 탑을 무너뜨리긴 쉽지만 다시 세우긴 어렵다.
전승훈 문화부 raphy@donga.com
지난해 공연된 유니버설발레단의 창작 발레 ‘춘향’에는 주인공 이몽룡과 방자 역에 벽안의 러시아 출신 발레리노들이 출연했다. 한국 발레의 세계화로 볼 수도 있는 장면이지만 사실은 국내 남자 무용수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 발레단은 전체 남자 무용수 중 절반 정도를 외국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권위의 스위스 로잔국제발레콩쿠르에서 발레리나 박세은, 김채리 양이 수상해 화제를 낳았다. 그러나 최종 결선에 오른 참가자 명단을 보면 씁쓸하다. 중국 일본의 남성 무용수는 4명이나 포함된 반면 한국의 남성 무용수는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서 병역 문제는 언제나 뜨거운 감자다. 세계 속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하는 문화예술계에서도 마찬가지다. 국내 예술계에 그나마 숨통을 터 준 것은 1973년 도입된 문화 체육 분야의 병역특례 제도. 이 제도 덕분에 국악, 서양음악, 무용 등 분야별로 매년 10명 안팎의 인원이 공익근무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할 수 있었다.
이 제도의 수혜자인 이원국, 김용걸, 황재원, 홍승엽 씨 등은 1990년대 이후 국내 무용계의 스타로 등장했다. 또한 피아니스트 임동혁, 임동민, 김선욱 씨 등도 국제콩쿠르 우승으로 병역 혜택을 받아 세계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데 문화예술계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정부가 최근 군복무 기간을 6개월 단축하는 대신 단계적으로 문화 체육계를 포함한 공익근무요원 제도를 축소하거나 폐지할 방침을 밝혔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국제 콩쿠르만 인정하고 국내 콩쿠르 우승자에 대한 특례 혜택을 없애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세계적으로도 40년 가까운 역사와 전통을 가진 콩쿠르는 흔치 않다. 최근 방한한 피오트르 팔레치니 쇼팽콩쿠르 부위원장도 “앞으로 15년 후면 유럽인이 한국으로 피아노를 배우러 올 것”이라며 한국의 문화수준을 높이 평가했다. 세계 각국은 권위 있는 콩쿠르 유치로 문화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세우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군 복무기간 단축’이라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 때문에 예술계에 엉뚱한 불똥이 튀게 하는 정책이 급조돼선 안 된다.
공든 탑을 무너뜨리긴 쉽지만 다시 세우긴 어렵다.
전승훈 문화부 raphy@donga.com
댓글목록
공감합니다.
전기자 오랜만일세..공감하네...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