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본질과 이미지, <font color=blue>임정혁</fo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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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춘추] 본질과 이미지 | |
사무실 근처에 자주 가는 영양탕 전문식당이 하나 있다. 특이한 것은 그 식당에는 간판이 없다는 점이다. 철길을 건너고 논두렁과 마을 길을 돌아돌아 겨우 찾아갈 수 있는 식당인데도 안내판 하나 없다. 시설은 비교적 깨끗하지만 서빙하는 아줌마들은 몸뻬 차림이고 손님이 오갈 때 인사도 대충이다. 한마디로 식당 이미지는 엉망이다. 그런데도 그 식당에는 손님들로 넘쳐난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음식이 맛있기 때문이다. 한 번 다녀간 손님이 소문을 내니까 계속해서 다른 손님이 찾아오게 되어 손님이 많을 수밖에 없다. 요즘 병원이나 공공기관 민원실에 가보면 민원실이 놀랍도록 화려해지고 깨끗해진 것을 느끼게 된다. 그런 외관상 변화로 인하여 그 기관에 대한 이미지가 좋아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미지 변신의 시도가 본질보다 중시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음식점은 무엇보다 맛이 좋아야 한다. 학생의 본분은 공부이고, 직장인은 업무능력으로 평가받는다. 병원은 병을 잘 치료해야 하고, 수사기관은 수사를 잘해야 하는 것이 기본이다. 본질보다 이미지에만 더 치중한다면 일시적으로 고객의 느낌을 좋게 할 수는 있을지 모르나 결국은 본질적인 부분으로 평가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법률서비스로 말한다면 고객만족도가 그리 높은 평가를 받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것은 법률서비스에 대한 이미지가 별로 좋지 않은 것에도 원인이 있다. 사법은 정의로워야 할 뿐 아니라 정의롭게 보여야 한다(Justice must not only be fair but also be seen fair)라는 법률격언(法諺)이 있다. 사법이 정의롭게 보이도록 이미지에도 신경을 쓰라는 뜻일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은 사법 정의가 본질적으로 중요하지만 거기에 더하여 정의롭게 보이도록 신경쓰라는 이야기지, 본질보다도 정의롭게 보이는 것에만 더 신경쓰라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간판이 없어도 음식맛이 좋으면 고객들이 알아서 그 식당을 찾아가듯이, 법률서비스도 이미지보다 본질에 당당하게 충실할 때 궁극적으로 고객들의 만족도는 높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임정혁 사법연수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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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입니다. 정혁이 형, 한경,매경 매일보는 증권사에 다니지만 지면상으론 본적이 없고 이 홈피를 통해 보는군요, 가려운데를 긁어주는 촌철살인의 명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