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2001년 6월부터 마라톤을 시작해 예순이 넘어선 지금까지 마라톤 풀코스를 9차례 완주했다. 작년 11월에는 울트라 마라톤에 참가하여 63.3㎞를 완주하기도 했다. 이런 나를 보고 주변에서는 나이 든 사람이 너무 무리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을 해 주곤 한다. 하지만 나는 많은 전문가로부터 제대로만 배우고 연습하면 마라톤이야 말로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좋은 운동이라고 들어왔고, 실제로 연세가 들어서도 마라톤을 즐기고 있는 분을 많이 알고 있다. 서울마라톤클럽의 박영석 회장님은 올해 79세가 되셨는데, 지금까지 매년 서너 차례 풀코스를 완주하시고 울트라 마라톤에도 한두 번씩 참여하고 계신다. 재작년 춘천마라톤에서는 88세나 되는 분이 생애 처음으로 풀코스를 완주하시기도 했다. 아주 가까운 사례로는 작년 10월에 우리 부부를 포함해서 내 또래 친구부부 네 커플이 춘천마라톤에서 풀코스를 모두 완주했는데, 이들은 나의 권유로 3년 전부터 마라톤을 시작했다. 그러면 이렇게 나이가 들어서도 마라톤을 즐겨도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 몸에는 두 종류 근육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근력의 원천이 되는 속근(붉은색 근육)이고, 다른 하나는 지구력의 원천이 되는 지근(흰색 근육)이라고 한다. 그런데 속근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계속 퇴보하기 때문에 역도나 단거리달리기 등 속근을 주로 쓰는 무산소 운동은 나이가 들어서는 하기가 어렵다고 한다. 반면 지근은 나이가 들더라도 지속적으로 자극을 해주고 훈련을 해주면 계속 발달한다고 한다. 따라서 주로 지근을 사용하는 걷기, 등산, 천천히 달리기(마라톤) 등은 나이가 들어서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한다. 젊은이처럼 빠른 속도로 달리는 것은 어렵지만 천천히 달리면 거리를 계속 늘릴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시간이나 비용 측면에서 마라톤만큼 경제적이면서 육체적 심리적으로 효과가 탁월한 운동은 없다고 본다. 다만 제대로 배우고 충분히 연습을 해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나이 들어 시작하는 사람은 반드시 책도 읽고 경험이 많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새해에는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더 많은 사람이 마라톤을 즐기게 돼서 우리 사회가 더욱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김병일 전 기획예산처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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