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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1,525회 작성일 2017-03-27 20:34
"중국이 팬다고 정책 바꿔선 안돼… '사드 再논의'는 더 많은 대가 치러"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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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식이 만난 사람] "중국이 팬다고 정책 바꿔선 안돼… '사드 再논의'는 더 많은 대가 치러"

입력 : 2017.03.27 03:03

['한국을 보는 중국의 本心'…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과의 대담]

"사드 배치, 정부 결정이고 외교 문제인데 롯데가 타격…
민간 기업 보호하지 못하는 우리 정부 무책임하지 않나"

"중국이 변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중국을 잘못 본 것…
원래 철저한 이익 추구형이며 '小兒적' 대국이다"


"차기 집권이 유력한 민주당에서 '사드 배치 연기' '재검토' 등의 말이 나오자, 미국이 믿지 못해 사드 장비 수송을 서둘렀을 겁니다. 우리 정부도 이미 중국으로부터 사드 배치의 '코스트(비용)'를 치른 이상 못을 박고 싶었겠지요. 이것이 중국을 더 자극해 보복 조치에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하지만 이미 저질러진 것(사드 배치 결정)을 원점으로 되돌리면 훨씬 더 많은 코스트를 치르게 됩니다."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인한 피해액이 최대 16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을 때 정덕구(69) 니어재단 이사장과 만났다.

그는 51세에 산자부 장관에서 물러나서는 '중국 전문가'로 살아왔다. 2003년 중국 베이징대 교수로 초빙됐고, 그 뒤 인민대, 사회과학원 등에서도 강의했다. '거대 중국과의 대화' '한국을 보는 중국의 본심' '기로에 선 북중 관계' 등을 저술했다. 2007년 그가 설립한 니어(NEAR)재단은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에 대한 연구 기관이다.

―사드 부지를 맞교환해준 롯데가 집중 타격을 받았습니다. 이는 정부의 결정이고 외교 문제인데 민간 기업이 그 틈에 끼여 저렇게 당해야 하는지, 우리 정부가 무책임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민간 기업이 두들겨 맞는데 전혀 보호하지 못하는 한국 정부가 비겁하게 보입니다. 이번 사태의 숙제로 남을 겁니다."

―며칠 전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중국의 경제 보복 조치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항의가 어렵다.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 조치)도 법적인 실체는 없다'고 했습니다. 중국과의 갈등이 더 커질까 봐 우리가 겁을 내는 것은 아닌지?

"중국과 감정적으로 부딪치면 쉽지는 않겠지만, 이럴수록 배짱을 보여야 합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의견을 물어보거나 한·중 FTA 분쟁 조정에 어필해야 한다고 봅니다. 중국도 국제사회의 평판을 신경 쓸 수밖에 없습니다. 자칭궈(賈慶國)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이 '한국에 대한 사드 보복 중단해야 한다'고 한 공공외교 학회 홈페이지에 글을 올렸습니다. 결국에는 중국의 국익을 해칠 수가 있다고 했지요."

정덕구 이사장은 “이번 사드 문제에서 우리의 초라한 자화상이 그대로 노출됐다”고 말했다.정덕구 이사장은 “이번 사드 문제에서 우리의 초라한 자화상이 그대로 노출됐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

―'우리로서는 중국이 패면 맞고 시간을 끌면서 버텨야 한다'고 한 월간지 인터뷰에서 주장한 적이 있지요?

"민간 기업이 계속 맞으라는 소리가 아닙니다. 중국이 팬다고 해서, '연기' '재협상' 등 정책을 바꿔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중국은 우리에게 '리트머스 시험지'를 담그고 어떻게 반응하는지 보는 겁니다. 국내의 보수·진보 진영의 싸움을 교묘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왔다갔다 하면 우리가 지금껏 치른 비용은 '성크 코스트(sunk cost·매몰 비용)'가 됩니다."

―세게 밀어붙이면 한국은 굴복한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중국에 줄 수도 있겠지요?

"내가 산자부 장관 때 개입된 마늘 파동(2000년)이 그랬지요. 국내 마늘 농가 보호를 위해 중국산 수입 마늘의 관세율을 올리는 '세이프 가드'를 발동하자, 중국은 한국산 휴대폰과 폴리에틸렌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나왔습니다. 국제규정에 어긋나지만, 그때는 중국이 WTO에 가입이 안 된 상태라 제소할 수 없었어요. 보름 뒤 나는 장관직을 그만뒀고, 후임 장관이 중국 협상을 맡아 결국 '세이프 가드'를 철회했습니다."

―미국 싱크탱크인 후버연구소는 "중국은 사드 배치와 운영의 주체인 미국에는 끽소리 못하면서 한국에만 보복 공세를 취한다. 이는 변방의 소국(小國)이 중화대국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는 발상에서 나온 것"이라고 했습니다.

"2014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 EC) 폐막일에 시진핑 주석이 각국 정상을 위한 만찬 연회를 주재했을때, 인민일보는 이 광경을 '만방래조(萬邦來朝)'라고 보도했습니다. 주변국 제후들이 황제께 조공하러 왔다는 뜻이지요."

―덩샤오핑(鄧小平)이 개혁 개방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박정희식 개발 모델'을 배웠는데, 이제는 한국이 졸(卒)로 취급받고 있군요.

"내가 2003년 베이징대 교수로 초빙됐을 때만 해도 '중국은 배추 포기만 커졌지 배춧속은 아직 차지 않았다. 한국식 포기김치를 담그려면 더 기다려야 한다'고 충고를 해줬습니다. 그런 중국이 우리를 거의 따라잡은 겁니다. 한국의 기술과 부품을 받아 조립해 파는 하도급공장 식의 산업 구조에서 탈피했고, 특정 부문에서는 이미 한국을 추월했습니다. 이게 우리의 운명을 가르는 겁니다."

―역전(逆轉)이 된 결정적인 순간이 언제였습니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중국 정부는 산업 구조를 업그레이드하기 위해 4조위안(8000억달러)을 투입했습니다. 한국은 '중국 특수'를 누렸지만 그게 양날의 칼이었습니다. 그때부터 중국의 덫에 빠졌으니까요. 우리는 부가 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중국의 추격을 따돌렸어야 했는데 4대강 토목 공사를 벌였습니다. 한국에서 더 이상 배울 것이 없으면 중국의 대우가 달라질 수밖에 없지요."

―우리가 그동안 대접받은 것은 순전히 기술력과 산업 구조 차이 때문이었을까요?

"우리는 미국을 등에 업고 중국을 만났습니다. '한국을 보면 그 뒤에 미국이 보인다'고 말하듯이, 우리에게서 미국을 의식했습니다. 이제 중국은 G2로 행세할 만큼 미국과의 국력 격차가 좁혀졌습니다. 과거처럼 미국을 두려워하지 않는 거죠. 동아시아는 미·중의 패권 각축장이 됐고, 한국은 그 소용돌이 속에 들어와 있습니다."

―사드 배치 논쟁이 본격화됐을 때 야당 의원들은 사절단을 꾸려 중국을 방문했습니다. 우리 핏속에는 '그대 앞에만 서면 나는 왜 작아지는가' 유행가처럼 뿌리 깊은 중국 두려움이 흐르고 있는 게 아닐까요?

"미국과는 '가치 동맹'입니다. 민주주의·자유·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과는 그런 가치 동맹적 성격이 없습니다. 서로 이익을 위한 전략적 협력 관계인 것이죠. 한·중 간 신뢰 구조에는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는 겁니다."

―특히 좌파 진영의 중국 편향성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요. 중국 비판은 금기시되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가 2004년 출간한 '거대 중국과의 대화'는 당시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서 필독서가 됐습니다. '중국은 비등하는 용(龍)'이라는 표현 때문인지, 저자인 제가 예상한 것 이상으로 과도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좌파 진영은 사회주의 이념의 동질선상에서 중국을 보는 측면이 있지요. 또 중국이 북한 문제에서 역할을 하거나 해결해줄 수 있다고 믿는 거죠."

정덕구 니어재단 이사장과 최보식 선임기자 사진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라오펑유(老朋友·오랜 벗)'라고 할 정도로 돈독했습니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중국과의 관계가 좋은 것 같았는데, 착시(錯視)였을까요?

"박 전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최고 국빈 대접을 받았습니다. 그 뒤에 중국의 AII B(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 가입과 한·중 FTA 체결이 이뤄졌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중국의 전승절에 천안문 망루에도 올라갔습니다. 방중 직전에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이 '전승절 초청에 응해야 하나?'라며 문의해왔을 때 '간다고 해라. 그러나 정말 가면 문제가 커진다'고 말해줬습니다."

―초청에 수락하고 실제로는 가지 말라는 뜻이었습니까?

"출발일에 대통령이 갑자기 아프고, 대신 총리가 가서 뒷줄에 서면 된다는 거죠. 전승절 행사에 시진핑·반기문·박근혜가 나란히 서 있는 장면을 바라본 미국의 입장은 어떠했겠습니까. 이를 감수했으니 박 전 대통령은 북핵 해결에 중국의 협조를 받을 줄 알았던 거죠."

―지금과 같은 치졸한 보복 조치를 당할 줄은 정말 예상 못 했을 겁니다.

"우리가 중국을 잘못 본 것이지 중국이 변한 것이 아닙니다. 원래 중국은 철저히 이익 추구형 국가입니다. '소아(小兒)적 대국'이지요. 과거에 일본 민주당 정부도 중국에 공을 많이 들였습니다. 중·일의 밀월 관계가 형성됐죠. 하지만 '센카쿠 영유권 분쟁(2010년)'이 터지자, 중국은 희토류 수출 금지 등 경제 보복과 불매운동을 벌였습니다. 그 뒤 일본은 미국에 더욱 밀착하게 됐습니다."

―우리 외교도 '친중(親中)' 노선에서 '친미'로 왔다 갔다 한 측면이 있었습니다.

"북한 제재에 미온적이고 끝까지 북한과의 끈을 놓지 않는 중국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다고 판단했을 겁니다. 사드 배치 결정에는 중국이 원인 제공한 측면도 있었습니다."

―중국 눈치를 보느라 2년 이상 '전략적으로 모호한 입장'을 취해오다가, 작년 초 갑자기 '사드 협상'을 발표한 것도 논란의 빌미를 줬는데요.

"우리 안보 외교 라인은 사전에 중국의 양해를 구하는 물밑 대화를 거의 못 했습니다. 당시 황교안 총리가 방중해 시진핑을 만났을 때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에 사드 배치를 발표했습니다. 그 시점은 중국과 필리핀의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대해 상설중재재판소가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을 때입니다. 중국으로서는 체면을 많이 구겼습니다."

―미국 후버연구소는 "중국이 전략적 공상(空想)에 빠져 북 미사일 방어용인 사드 배치를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으로 보고 있다. 중국의 정신(psyche)상태에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시진핑이 참모들에게 왜곡된 보고를 받은 것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됐다는 게 통설입니다. 시진핑이 반대 입장을 강하게 표명하면서 한·중 간 실무협의나 정보 교환도 막혀버렸습니다."

―언제쯤 사드 문제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까?

"우리가 당하고 있지만, 사드는 미·중이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4월 초 미·중 정상회담을 기다려봐야 할 겁니다. 우리의 실존(實存)은 미·중 관계의 종속변수가 됐습니다."

―우리를 둘 러싼 강대국 미·중·일과의 관계가 모두 멀어졌습니다. 박근혜 정부가 해온 외교의 결과가 이런가 하는 씁쓸한 마음이 듭니다.

"트럼프의 당선으로 미·중과 미·일 간에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는 동안 우리는 대통령 탄핵 정국을 맞았습니다. 그런 새질서 형성에도 참여를 못한 겁니다. 이번 사드 문제에서 우리의 역량 한계, 우리의 초라한 자화상이 그대로 노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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