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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교 전교조 분회가 지난해 11월 30일 발행된 계우회보 122호 2면에 실린 계언 '학생을 친자식 처럼 가르치라'는 내용 중 일부를 문제 삼아 질의서를 보내왔습니다. 이 질의서는 지난해 12월 21일 내용 증명으로 교우회에 접수됐습니다. 내용 증명의 의미는 법적인 조처도 취하겠다는 의미로 특히 질의서는 서두에 명예가 침해 당했다며 정정이나 사과 보도를 요청했습니다. 이같은 일은 중앙 역사상 최초의 일입니다.
교우회는 이에 따라 교우들의 의견을 모아 곧 답변서를 작성할 계획으로 있습니다. 이 글을 읽는 교우 여러분들도 의견을 김석규 계우회보 편집장의 E-메일 주소인 steink@naver.com이나 자유게시판, 또는 교우회 팩스(756-0789) 등으로 보내 주기 바랍니다.
<공지사항으로 올렸던 이 질의서는 교우회의 내부 회의를 거쳐 다시 자유게시판으로 띄우기로 했습니다. 이 점 교우 여러분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수신 : 100-192 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2가 163-3 보승빌딩 3층 중앙교우회
발신 : 100-800 서울특별시 종로구 계동 1번지 중앙고등학교 전교조분회
먼저 모교에 대한 변함없는 애정으로 물심양면 후원해주시는 중앙교우회에 감사드립
니다. 특히 그동안 교우회에서 발행하는 계우회보를 통해 교우회의 다양한 활동을 접
할 수 있어 매우 좋았습니다. 저희 모교 교사들은 학교 발전의 방향이나 방법에 대해
일부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교우회에 생산적인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모을 수
있으리라 생각해 왔습니다. 그런데 최근 발행된 ‘제122호 계우회보’에 실린 기사와 ‘계
언’은 우리의 이런 기대를 저버리게 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 잘못된 기사를 인용하
여 모교 교사들을 비판하려 많은 교사들이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으며 명예를 침해당했
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에 교우회와 모교 교사들 간에 바람직한 관계를 정립하기 위
해 몇 가지 질문을 그리고자 합니다.
첫째, 100주년을 앞두고 학생, 학부모, 교사, 교우회가 한데 힘을 합쳐 발전을 모색
해도 부족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학내에 갈등을 유발할 수 있으며 학생과 학부모
에게 불신을 주는 기사를 계속 게제할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또한, 계우회보에 질의서
에 대한 답변 내용과 정정보도나 사과보도를 할 의향이 있으신지 묻고 싶습니다.
둘째, 서울대 입학률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한 부분입니다. 전교조에 소속된 교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서울대 입학률을 떨어뜨리는데 원인 제공을 했는지, 우리 학교에서
의 실제 상황을 에로 들어 근거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지난 10월 초 한 신문에 서울대 입학률이 최저인 모교가 서울에서 전교조교사가
제일 많다는 충격적인 사실도 보도됐다. 이 같은 현실을 우리는 어떻게 보아야하는가.
그저 답답할 뿐이다.(계언)‘
‘전교조 교사가 많다’, ‘서울대 입학생 1명 뿐’이라는 보도에 대해 모교 교사들의 반응
이 어떠했는지 의문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들리는 소리는 실망스럽게도 모교 교사
들은 종래의 사고방식에 큰 변화를 보이지 않고 있다니 안타깝기만 하다.‘ ‘우선 교사
들은 아무 말도 않고 있다는 이야기다. 미안해하거나 긴장하는 모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교육자적 양심이나 책임감도 없는지 묻고 싶다.’(계언)
서울대 신입생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보면 서울대 합격의 여러 요인들 중 부모 직업
과 강남군/특목고라는 요인이 다른 요인들을 압도하는 영향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몇 년 전 각 대학들이 강남/강북, 일반계/특목고로 나눠서 점수를 부여한 고
교등급제 파문이 일었듯이, 입시제도도 계속 부모의 직업군과 일부지역, 일부 고등학교
에 유리하게 변해오고 있습니다. 중앙고는 공동학군이어서 선지원을 하지만, 교육청에
서 거의 100%를 강북지역학생(2006년 신입생 강남지역은 1명, 신청을 해도 교육청에
서 배정하지 않으며 상대적으로 우수한 강북 학생도 배정한지 않는 경향)을 배정합니
다. 입학률 문제는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교조 중앙고 분회는 99년 창립 시기부터 ‘학교발전을 위한 교사 설문’을 작성하여
학교에 많은 제안을 해왔으며.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을 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다
고 자부하며 앞으로도 끊임없이 노력할 것입니다. 교우회의 ‘모교의 서울대 입학률이 최저인 이유는 전교조 교사가 많기 때문이다’는 주장의 타당한 근거는 무엇인가요?
우리 학교가 서울대에 1-2명 간 것이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고, 전교조가 없었던 93
년도에도 서울대에 한 명도 가지 못했습니다. 현재 계우회보의 입장은 사회 분위기에 편승한 일종의 마녀사냥 식 보도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전교조에 소속된 교사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서울대 입학률을 떨어뜨리는데 기여하고 있는지, 우리 학교에서의
실제 상황을 예로 들어 근거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이제까지의 ‘계언’의 인식으
로 보면 ‘전교조 교사’들이 ‘비전교조 교사’에 비해 훨씬 ‘무능’하고 ‘열의’가 부족하다
로 보시는 것 같은데 이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알려주시기 바랍니다. 구체적은 근
거 없는 비판은 생산적인 토론을 위한 제안이 아니라 ‘명예훼손’일 뿐이라고 생각합니
다.
셋째, ‘허울 좋은 구호’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이제 학교가 갈 데까지 갔다는 점을 정말 인식하고 재단도 발빠르게 움직여야 되겠
다. 교사 인프라 부족 등 여러 현안을 해결 할 수 있는 태스크 포스팀의 구성도 절실
하다.’, ‘진정한 '참스승'은 권한과 편함만을 추구하는 월급쟁이가 아니다. 특히 입학률
이 떨어지는 모교의 교사로는 허울 좋은 구호보다는 진학위주 교육에 전력투구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교장은 참된 사도상(師道像)을 발휘 못하는 교사를 눈치 보지 말
고 강하게 몰아 붙여야 한다.’, ‘학생들이 공부에 전력할 수 있도록 엄격한 교풍 조성
도 필요하다. 면학 분위기가 충만해질 때 모교의 대학입학률도 서서히 나아지면서 명
문고의 위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계언)
전교조냐 아니냐를 떠나서 중앙고등학교 교사들 모두 제자들이 보다 좋은 대학에 가
서 자신의 뜻을 펼칠 수 있기를 희망하고 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떤 ‘허울 좋은 구호’를 말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시기 바랍니다. 우리 학교에
서의 실제 상황을 예로 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넷째, 모교 발전을 위한 바람직한 방향에 관한 인식입니다.
계우회보는 동문뿐 만아니라 재학생과 학부모가 보고 있습니다. 중앙고등학교와 관련
된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큽니다. 하지만 교우회는 모교의 교사들을 비양심적이
며 책임감도 없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또 그런 인식을 계우회보를 통
해 강도 높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이런 인식과 표현 방법이 중앙고등학교의 발전에 어
떤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하시는지요? 더불어 학교 교육 정책에 있어 교우회에 역할과
관계는 어느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문제의 발단이 된 <조선일보> 10월 9일 ‘전교조 교사가 적으면... 서울대 입학이 많
아진다?’는 제목의 기사는 논리적 오류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서울
지역 고등학교의 서울대 입학자 수와 전교조 조합원의 비율을 비교한 뒤, ‘전교조 조합
원이 많으면 서울대 입학이 적어진다.’는 결론을 내리도록 적극 유도하고 있습니다. 그
러나, 이 기사는 논리적 연관성이 규명되지 않는 현상이나 사물등룰 무리하게 연관 짓
고 있습니다. 예컨대, 중앙고에는 고려대와 서울대 출신 교사들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고려대와 서울대 출신 교사가 많으면 서울대 못간다’는 결론도 가능할 것입니다. 수능
성적과 교사의 출신학교 사이의 논리적 상관관계는 규명된 바 없습니다. 그런데도 무
리하게 연관 지어 이 같은 결론을 내린다면 웃음거리가 되고 맙니다. 전교조 조합원의
숫자와 서울대 입학자 수 사이의 상관관계를 입증하려면, 서울대 진학에 영향을 미치
는 요소들을 모두 조사한 다음, 각각의 요소가 미치는 영향력의 정도를 계산하고, 그
가운데 전교조 교사의 수가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크다는 사실을 증명하면 됩니다. 그
런데 최근 연구결과에 따르면 가정의 사회경제적 조건이 명문대 입학을 사실상 좌우하
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요컨데, 그 기사는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글이고 기사를
입증할 아무런 근거도 없으며, 명예훼손 소송을 피하기 위해 기사 제목과는 다르게 뚜
렷한 결론도 제시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의도적으로 전교조를 비방하기 위한 기사
라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물론, 모교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가 실린 것을 보고 개탄하
는 교우님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우리 교사들도 그 기사를 보고 개탄해 마지
않습니다. 하지만, 잘못된 논리로 똑같이 전교조 교사들을 비판해서는 안 된다고 생
각합니다. 오히려 그 기사에 대해 비판하는 것이 이치에 맞는 것입니다. 하지만 교우회
지의 기사와 사설은 근거가 없는 내용으로 또다시 우리 교사들이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습니다. 이는 100주년을 앞두고 함께 노력하여 중앙학교의 발전을 도모해야 할 중대
한 시점에서 학교와 교우회, 학생, 학부모의 관계 정립에 심대한 해악을 끼치는 일입
니다.
이번 ‘제 122호 계우회보에 대한 중앙고등학교 전교조분회 교사의 질의서’가 폭넓고
보다 심도 있게 중앙 발전을 논의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진심을 바랍니다.
2006. 12. 20
중앙고등학교 전교조분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