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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654회 작성일 2006-1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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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 뺨치는 선린인터넷고등학교
야구만 잘하는 줄 알았더니… 유학반 전원 2년째 美 중상위권대학 합격
김진수군 등 3명은 2~7곳에 합격




2년 연속 미국 중상위권 대학 전원 합격, 전원 2~7개 대학 중복합격, 연 4000달러 가량의 장학금 혜택…. 특목고 이야기가 아니다. 실업계인 서울 선린인터넷고등학교(옛 선린상고)의 유학반이 2년 연속 만들어낸 성과다. 학교는 “실업계에서 웬 유학이냐”는 비난을 무릅쓰고 유학반을 처음 만들었고, 작년에는 ‘미 주립대 전원 합격’이라는 결과를 처음 얻었다.
올해도 유학반 13명 모두 미시간(앤아버)·텍사스-오스틴·노스캐롤라이나대학 등 미국 30~130위권 대학 컴퓨터공학부에 합격했다. 이 중 세 명은 선린인터넷고 선생님들도 놀라게 한 성과를 냈다.
김진수(18)군은 지원한 7개 대학 모두에서 러브 콜을 받았다. 김군은 중학교 때만 해도 반 10등 안에 한 번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내신 40%대의 성적을 갖고 있었다. 선린인터넷고에서 3년을 배워 성적을 올린 김군에게 미시간(앤아버)대는 장학금까지 제의했다.
“중학교 때 공부를 안 해서 그런지 처음엔 주어·동사도 헷갈리더라고요. 토플 성적 올리기가 너무 힘들어 방학 때도 새벽까지 영어 공부에 매달렸어요. 악착같이 공부했는데 성적이 안 좋으면 혼자 울기도 많이 했죠.”
이 학교 학생들은 SAT(미국대학입학시험)를 치르는 대신 IT 국제공인 자격증으로 입학하는 특기자 전형을 택하다 보니 토플뿐 아니라 내신과 자격증 시험까지 신경 써야 했다. 유학반의 수업이 끝난 뒤에는 방과 후 특기적성교육을 통해 자격증 시험을 준비했다. 토플 대비 영어 학원까지 다녀오면 밤 11시를 넘기기 일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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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린인터넷고 유학반인 조현민 이호준 김진수군(왼쪽부터)은 모두 미국 대학에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했다. /이태경 객원기자 ecaro@chosun.com
김군은 “한국에서는 취직하기 힘들다는데 미국 대학에서 공부하면 선택의 폭이 넓을 것 같아 유학반에 가입했다”면서 “인터넷·컴퓨터 분야만큼은 세계 어디 가서도 잘할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이호준(18)군도 미네소타주립대 등 2개 대학에 합격했다. 이군은 3년 전 부모의 극심한 반대를 뚫고 선린인터넷고에 입학했다.
“제 중학교 내신이 20%대니까 실업계 가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거였어요. 부모님이 저랑 1주일을 싸우다 지쳐서 겨우 허락하셨죠. ‘뚜렷한 기술 하나는 있어야 먹고 살 수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었어요. 내 기술로 최고의 경지에 오르면 되는 거잖아요.”
미국 대학에 입학한다 해도 한 해 2만~4만달러에 달하는 학비가 문제다. 운전기사 일을 하는 아버지와 텔레마케터로 일하는 어머니가 꼬박 벌어도 과한 액수다. 이군은 “매일 아침 일 나가시는 부모님 뒷모습을 보면 ‘그동안 들인 공이 어디냐’ 싶어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할 수가 없었다”며 “일단 2개 대학 중 학비가 싼 곳에 지원한 후 더 좋은 학교로 편입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미시간대 등 5개 대학에 합격한 조현민(18)군 역시 선린인터넷고에 지원했을 때 부모님의 반대가 심했다. ‘실업계는 공부 못하는 애들이 가는 곳’이란 편견 때문이었다. 조군은 “안철수 같은 컴퓨터 보안 분야의 최고가 되는 게 목표”라며 “인문계에서 국·영·수 공부만 하면 도저히 못 버티고 자퇴라도 할 것 같아 부모님을 설득했다”고 말했다.
유학반 생활 3년간 토플 성적 210점대까지 올리랴, 내신 관리 때문에 미·적분 문제와 씨름하랴 고생했지만 한 번도 주저앉은 적은 없었다. 더 큰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는 설렘 때문이었다. “부모님이 청소일 하시면서 지원해주셨어요. 나중에 꼭 성공해서 집안이 어려워 공부 못하는 실업계 학생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미국 유학은 그 첫걸음입니다.”
선린인터넷고는 선린상고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쓸모 있는 일꾼이 되자’라는 교훈을 올해 바꿨다. 새 교훈은 ‘세계로 미래로 꿈을 펼치자’이다. 천광호 교장은 “중학교 때 국·영·수 못해서 실업계 오는 애들이 전문성 하나로 세계 명문 대학으로 뻗어나가고 있다”며 “IT 분야의 줄리아드가 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김남인기자 kni@chosun.com

입력 : 2006.10.30 23:53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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