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렁한 고교 동문회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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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NOW] 썰렁한 고교 동문회 [중앙일보]
`선·후배 간 유대감 사라졌어요`
대학 캠퍼스에서 고교 동문회 문화가 퇴조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개강을 하면 캠퍼스 게시판이 온통 동문모임 공지로 뒤덮였지만 요즘엔 동문회 게시물을 찾아보기 어렵다. 평준화 이후 같은 고교 졸업생이 특정 대학에 입학하는 숫자가 10여 명도 안 될 정도로 고교 동문의 수가 크게 줄어든 데다 예전과 달리 '학연'으로 맺어진 유대감이 엷어졌기 때문이다. ◆ 지방 고교 동문회도 퇴조=과거 끈끈한 정이 강했던 지방 고교 동문회의 상황도 비슷하다. 고려대 경북고 동문회는 이번 학기 개강모임을 열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동문회장을 맡았던 조용석(21.경영학과 3년)씨는 "선배들이 가졌던 유대감이 사라지고 있어 아쉽다"고 말했다. 8일 열린 한양대 원주고 동문회의 경우 재학생 40여 명 중 참석자가 15명에 불과했고 신입생은 두 명뿐이었다. 동문회장 손민호(24.화학공학과 3년)씨는 "시대가 변하면서 고교에 대한 자부심이 많이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며 "고교 선배도 '동문회 때 잠깐 보는 선배'로 의미가 축소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입학생이 줄면서 동문회 모임을 하지 않는 곳도 늘고 있다. 경남 마산의 창신고를 나와 서울대를 올 초 졸업한 전성제(28)씨는 "후배들이 동문회에 나오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는 데다 신입생들이 한 해 5~6명에 불과해 동문회의 의미 자체가 퇴색했다"고 말했다. 서강대의 계성고, 연세대 마산고 등도 동문회 차원의 모임을 갖지 않고 있다. ◆ "수직적 위계질서에 거부감 탓"=신흥 명문으로 꼽히는 대일외고 고려대 동문회의 경우 매년 50여 명 내외의 신입생이 들어오고 재학생이 300여 명 가까이 되지만 동문회에는 20여 명만 참석할 정도로 호응이 적었다. 참석률과 호응도가 낮아지면서 동문회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과거 선배가 후배에게 '군기'를 잡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연세대 한영고 동문회장인 윤상호(25.화학공학과 3년)씨는 "동문회에 나오는 신입생이 한두 명에 불과해 '좋은 형'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며 "과거처럼 선배라고 윽박지르는 모습은 상상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연세대 한준(사회학) 교수는 "연고 지향적인 성향이 사라진 데다 공통된 관심사를 나누는 커뮤니티가 발달해 학생들이 동문회에 매달리지 않는다"며 "특히 신세대는 기수를 따지는 동문회 같은 수직적인 위계질서에 거부감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권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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