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교사 공동 역사수업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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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교사 공동 역사수업 [중앙일보]
`차이를 확인하는 게 화해의 첫걸음`
10일 오전 10시 서울 중앙고등학교 본관 1층의 한 교실. 한.일 역사갈등을 대화로 풀어보려는 뜻깊은 실험이 진행 중이다. 중앙고 1.2학년생 20명을 대상으로 한국과 일본의 교사가 함께 강단에 섰다. 최현삼(중앙고).히라노 노보루(平野 昇, 치시로다이 히가시 소학교) 교사가 공동 수업을 했다. 일본 역사교육자협의회 회원 25명과 한국의 전국역사교사모임 회원들이 함께 수업을 지켜봤다. 이날 행사는 두 단체가 '한일역사교육교류모임'을 만들어 5년 넘게 준비한 끝에 최근 출간한 '마주보는 한일사'(전2권.사계절.사진)를 기념해 마련됐다. 두 단체의 교류는 2001년 시작됐다. 당시 극우적 역사관으로 크게 물의를 빚은 일본 후소샤판 교과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일본 역사교육자협의회는 후소샤판 교과서의 폐해를 적극적으로 고발해온 단체 가운데 하나다. 이날 수업의 소재는 조선후기의 민화(民畵)와 에도시대의 우키요에(일본식 민화)였다. 수업은 글 앞머리 송명하군의 소감처럼 흥미롭게 진행됐다. 민화와 우키요에를 두 교사가 각각 소개한 후 두 종의 그림 양식을 비교했다. 학생들도 적극적으로 동참하며 저마다의 느낌을 말했다. 정답 찍기는 없었다. 교사가 학생에게 강제적으로 지식을 주입하는 방식이 아니라는 점이 특히 돋보였다. 히라노 교사는 한국어로 강의했다. 한국 역사교사들과의 교류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10년 전부터 한국어를 배웠다. 이번 수업을 위해 방한한 25명의 일본인 교사 중 5명이 한국어를 할 수 있다고 한다. 민화와 우키요에를 공동수업 소재로 채택한 이유가 있다. '마주보는 한일사'를 펴내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최 교사가 집필한 부분이 민화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히라노 교사는 집필할 때부터 최 교사의 파트너였다. 히라노 교사는 "양국의 공통점을 찾아 비교해볼 수 있는 테마를 선택하려는 점도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동 수업은 '마주보는 한일사'의 부제처럼 '화해와 공존을 위한 첫걸음'을 내딛는 일이기도 했다. 최 교사는 "'마주보는 한일사'는 설익은 공동인식을 제시하지 않고 우선 서로를 마주보게 하는 방식을 취했다"며 "두 나라 역사관의 차이를 먼저 그대로 보여주고 양국간 교류사를 함께 서술했다"고 밝혔다. 각각 독백만을 하는데 익숙한 한일 역사학계가 먼저 서로를 마주보고 대화할 근거가 마련되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이번에 나온 두 책은 선사시대부터 개항기까지를 다뤘다. 일본어판은 8월말 출간될 예정이다. 배영대 기자 |
댓글목록
정말 훌륭한 수업을 가졌었군요. 이런 바람직한 수업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믿습니다. 이정권의 사람들과 진보(?)라는 사람들이 들으면 친일파란 소리를 듣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