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용 회장이 뿌린 '클래식 씨앗' 꽃피우다 <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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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용 회장이 뿌린 '클래식 씨앗' 꽃피우다
입력 2015-10-23 17:49:30 | 수정 2015-10-24 03:41:50 | 지면정보 2015-10-24 A2면
금호문화재단 1998년부터 영재 지원
영재 발굴 최우선 원칙은 '잠재성'
매년 영재-영아티스트-라이징스타 콘서트
1000여명 넘는 음악가 길러내
영재 발굴 최우선 원칙은 '잠재성'
매년 영재-영아티스트-라이징스타 콘서트
1000여명 넘는 음악가 길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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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진(쇼팽 피아노 콩쿠르 1위)
지난 20일 제17회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쿠르에서 한국인으로선 처음 우승한 조성진은 11세이던 2005년 3월 금호아트홀에서 데뷔했다. 금호 영재 콘서트 무대에서였다. 빼어난 실력으로 주목받은 그는 이듬해 박성용 금호아시아나 명예회장 1주기 추모음악회에 최연소로 나가 모차르트의 ‘네 손을 위한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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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지영(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1위)
지난 5월 벨기에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20)도 2008년 금호 영재 콘서트를 통해 데뷔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연주한 바이올린은 금호문화재단에서 빌렸다. 1794년 이탈리아 크레모나에서 제작된 주세페 과다니니다. ‘금호 영재’ 출신들이 차세대 클래식 음악계의 주역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금호문화재단 영재 발굴 시스템의 혜택을 본 30대 이하의 젊은 음악가들이다. 지금까지 ‘금호 시스템’을 거쳐간 연주자는 1000명을 넘는다.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클래식 사랑
○고 박성용 명예회장의 클래식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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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박성용 명예회장
박 명예회장은 1950년대 미국 예일대 유학 시절에도 클래식을 즐겨 들었을 정도로 애호가였다. 그의 ‘클래식 사랑’이 영재 지원으로 본격화된 것은 1998년. 만 14세 미만의 음악 영재를 뽑아 독주 기회를 주는 ‘금호 영재 콘서트’ 시리즈를 시작하면서였다. 이듬해에는 만 15~25세의 젊은 음악가들이 무대에 설 수 있도록 ‘금호 영아티스트 콘서트’ 시리즈를 마련했다.
영재를 선발하는 금호의 제1원칙은 잠재성이다. 심사위원은 매번 바뀌지만 17년간 영재를 발굴하면서 이 원칙은 일관되게 지켜왔다. 박선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팀장은 “매년 5월과 10월 금호 영재와 금호 영아티스트를 뽑을 때마다 심사위원들에게 ‘콩쿠르가 아니니 기교나 실수 여부보다 음악적 잠재력을 최대한 봐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다소 서툴러도 10년, 20년 뒤 크게 될 ‘떡잎’을 찾아달라는 주문이다.
1시간 분량의 독주를 할 역량이 있는지도 유심히 본다. 어린 ‘신동’이 숱하게 찾아오지만 짧은 곡만 소화할 수 있거나 긴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만 연주할 수 있으면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돌려보낸다. 박 팀장은 “실전 무대의 첫 번째 단계를 밟게 해주는 것이 금호의 영재·영아티스트 콘서트”라고 설명했다.
○콩쿠르로 잃었던 흥미, 콘서트로 찾기도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정명훈으로 이뤄진 ‘정 트리오’ 이래 한국은 국제적 수준의 연주자 가뭄을 겪었다. 김용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부사장은 “문화예술 소비에 익숙하지 않은 나라의 대표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수요층이 얇았기 때문에 연주자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거나 부모의 교육열이 남다르지 않으면 음악가가 성장하기 어려운 풍토였다는 것이다.
금호의 영재 육성은 시스템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금호 영재-영아티스트-라이징스타 무대를 통해 꾸준히 금호문화재단과 교류하며 성장해도 좋고, 중도에 음악을 그만두거나 다른 재단의 도움을 받게 돼도 괜찮다는 것이 금호문화재단의 입장이다. 클래식 음악 연주층이 두터워지면 그걸로 족하다는 얘기다. 지난 10년간 금호 프로그램을 찾은 지원자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고 다루는 악기도 피아노·바이올린 등 주요악기 위주에서 금관·목관악기 등으로 폭이 넓어졌다.
콩쿠르 입상을 위한 인재 양성은 지양한다. 박 팀장은 “콩쿠르는 연주자의 실력을 평가하는 것일 뿐 실제 음악가들이 필요로 하는 역량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콩쿠르 출전 때문에 흥미를 잃었던 어린 연주자들이 금호에서 콘서트를 열고 다시 음악에 재미를 붙인 사례도 여럿 있다. 콘서트는 순위를 매기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발견하고 재미를 되찾기도 한다는 것이다.
영재를 선발하는 금호의 제1원칙은 잠재성이다. 심사위원은 매번 바뀌지만 17년간 영재를 발굴하면서 이 원칙은 일관되게 지켜왔다. 박선희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팀장은 “매년 5월과 10월 금호 영재와 금호 영아티스트를 뽑을 때마다 심사위원들에게 ‘콩쿠르가 아니니 기교나 실수 여부보다 음악적 잠재력을 최대한 봐달라’고 요청한다”고 말했다. 다소 서툴러도 10년, 20년 뒤 크게 될 ‘떡잎’을 찾아달라는 주문이다.
1시간 분량의 독주를 할 역량이 있는지도 유심히 본다. 어린 ‘신동’이 숱하게 찾아오지만 짧은 곡만 소화할 수 있거나 긴 곡의 하이라이트 부분만 연주할 수 있으면 다음 기회를 기약하며 돌려보낸다. 박 팀장은 “실전 무대의 첫 번째 단계를 밟게 해주는 것이 금호의 영재·영아티스트 콘서트”라고 설명했다.
○콩쿠르로 잃었던 흥미, 콘서트로 찾기도
첼리스트 정명화,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지휘자 겸 피아니스트 정명훈으로 이뤄진 ‘정 트리오’ 이래 한국은 국제적 수준의 연주자 가뭄을 겪었다. 김용연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부사장은 “문화예술 소비에 익숙하지 않은 나라의 대표적 현상”이라고 평가했다. 수요층이 얇았기 때문에 연주자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거나 부모의 교육열이 남다르지 않으면 음악가가 성장하기 어려운 풍토였다는 것이다.
금호의 영재 육성은 시스템으로 이를 해결하려는 시도다. 금호 영재-영아티스트-라이징스타 무대를 통해 꾸준히 금호문화재단과 교류하며 성장해도 좋고, 중도에 음악을 그만두거나 다른 재단의 도움을 받게 돼도 괜찮다는 것이 금호문화재단의 입장이다. 클래식 음악 연주층이 두터워지면 그걸로 족하다는 얘기다. 지난 10년간 금호 프로그램을 찾은 지원자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고 다루는 악기도 피아노·바이올린 등 주요악기 위주에서 금관·목관악기 등으로 폭이 넓어졌다.
콩쿠르 입상을 위한 인재 양성은 지양한다. 박 팀장은 “콩쿠르는 연주자의 실력을 평가하는 것일 뿐 실제 음악가들이 필요로 하는 역량과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콩쿠르 출전 때문에 흥미를 잃었던 어린 연주자들이 금호에서 콘서트를 열고 다시 음악에 재미를 붙인 사례도 여럿 있다. 콘서트는 순위를 매기지 않기 때문에 다양한 시도를 통해 자신만의 ‘색깔’을 발견하고 재미를 되찾기도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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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국(파블로 카살스 첼로 콩쿠르 1위)
그런데도 올해 조성진과 임지영을 포함해 소프라노 이수연(뮌헨 ARD 국제 콩쿠르 2위), 피아니스트 김희재(리즈 피아노 콩쿠르 2위), 지난해 첼리스트 문태국(파블로 카살스 국제 첼로 콩쿠르 우승) 등이 콩쿠르에서 잇달아 상을 받으며 금호 영재는 ‘국제 콩쿠르 입상자의 산실’로도 자리잡고 있다. 망외(望外)의 부수 효과다.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
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