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장갑 <font color=blue>김재호</font>, 깜짝 프러포즈 <스포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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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장갑 김재호, 깜짝 프러포즈
스포츠동아
입력 2015-12-09 05:45:00 수정 2015-12-09 05:45:00
두산 김재호가 8일 서울 서초구 더 케이 호텔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데뷔 12년 만에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거머쥔 뒤 수상소감을 밝히는 한편 예비 신부에게 깜짝 프러포즈를 해 눈길을 끌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롯데 김대우 사촌동생과 이번주 결혼식
예비신부 참석한 자리서 “행복하게 살자”
2006년의 어느 날. 김혜영(30) 씨는 야구선수인 사촌오빠 김대우(롯데)에게 전화 한 통을 받았다. “혜영아, 지금 남자친구 없지? 내가 좋은 사람 한 명 소개시켜줄게. 나 믿고 한 번 만나봐.” 상무야구단에서 함께 군복무 중인 동료 야구선수라고 했다. 워낙 일반적이지 않은 직업이라 망설여졌지만, 사촌오빠가 강력하게 추천하는 인물이니 괜찮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인연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오래, 그리고 더 깊게 이어졌다.
그 후로 10년이 흐른 2015년 12월 8일 ‘2015 타이어뱅크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 김 씨의 든든한 남자친구가 단상 위에 올랐다. 유격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기 위해서였다. 2004년 두산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발을 디딘 남자친구는 오랜 인고의 시간을 거쳐 처음으로 황금장갑을 거머쥐었다.
단상 위에 오른 김재호(30)는 주변의 고마운 사람들에게 인사를 전한 뒤 객석에 앉은 여자친구를 향해 눈을 돌렸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이번 주 토요일(12일)에 결혼식을 올리는데 아직 프러포즈를 못 했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예비 신부가 와 있어서 꼭 얘기하고 싶습니다. 정말 사랑한다. 너를 만나고 나서 이런 상을 받은 것 같아 무척 행복하다. 앞으로 더 열심히 할 테니 행복하게 잘 살자.” 예기치 못한 프러포즈에 장내에는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객석에 조용히 앉아있던 김 씨도 그만 울컥하고 말았다.
안 그래도 김재호는 시상식을 앞두고 “여자친구가 처음으로 이 자리에 왔다. 그래서 더 긴장이 많이 된다”고 털어놓았던 터. 유난히 좋은 일이 많았던 한 해, 결혼을 결정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 복이 쏟아져 들어왔다. 시즌 성적이 좋았고, 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으며, 처음 국가대표로 뽑혀 국제대회에 나갔다가 또 한 번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 돌아왔다. 김재호는 “정말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좋은 일이 너무 많아서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얼떨떨했다”며 “나도 이런 시상식이 처음이고 예비 신부도 처음이라, 꼭 좋은 결과를 안고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백년가약을 딱 나흘 앞둔 이날, 거짓말처럼 올해의 마지막 소망마저 이뤄졌다.
김 씨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오랜 시간을 알아오면서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매번 느꼈다. 성실하고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이라 결혼을 결심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다”며 “올해 예비 신랑 덕분에 정말 행복했다. 한국시리즈 우승을 잠실에서 직접 지켜봤을 때도 그랬고, 오늘 이 골든글러브 시상식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감격해했다. 그렇게 말하는 김 씨에게서 한 발짝 떨어진 곳에는 무거운 황금장갑을 두 손으로 떠받친 김재호가 언제나 그랬듯 평온한 미소와 함께 서 있었다.
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