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 미국의 속셈과 노무현의 무모한 계산법 <펌글>
본문
미국 독립의 영웅 중 하나인 알렉산더 헤밀턴이라는 사람이 있습니다. 초대 재무장관을 지낸 사람입니다.
미국이 영국에게서 독립한 당시, 미국은 신생국가였으며 경제력은 극히 미약했습니다. 헤밀턴은 이런 미국이 영국과 자유무역을 해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헤밀턴은 북부의 공장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력한 '유치산업론'을 실행했습니다.
즉, 영국산 수입품을 최대한 억제하고, 자국 산업이 성장할 때까지는 대외무역을 최소화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독일의 리스트가 주장한 민족경제론에도 큰 영향을 끼쳤으며, 가까이는 우리나라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실시한 바 있는 경제개발계획의 밑그림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유치산업주의는 큰 성공을 거둬 19세기말의 민족주의, 제국주의가 판을 치는 시절에는 이미 미국을 세계 최강의 대국 중 하나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자유무역을 부르짖는 미국이 사실 따지고 보면 세계 보호무역주의를 만든 나라라는 점은 분명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지금은 이런 보호무역을 안하는 나라가 결코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미국은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펼치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IMF 이후 외국자본이 비교적 공정하게 우리나라 재벌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가 갖춰졌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예로, 지금도 미국의 은행업의 경우 외국 자본은 절대 투자할 수 없습니다.
얼마전 뉴저지 항만사업을 인수하려던 중동의 기업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가로막혀 결국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중국 기업(이름은 기억나지 않습니다)역시 미국의 에너지 사업을 인수하려 했다가 철저한 보호무역 주의에 막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미국은 말로는 자유무역을 외칩니다. 그러나 슈퍼 301조, 어느나라보다 강력한 세이프 가드 등을 바탕으로 조금만 자국 경제에 해가 끼쳐지더라도 강한 무역보복을 취합니다.
바로 얼마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상계관세 부과의 제물이 되어 미국 정부에 엄청난 돈을 지불했습니다.
미국은 이렇듯 지금도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실시하는 국가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편으로 세계의 자유무역주의를 이끌어갈 WTO 주도하에 세워진 DDA(도하개발아젠다) 체제마저 무색할 만큼 강력한 자유무역을 부르짖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DDA의 경우, 각국의 현실적 경제현황을 반영해 무관세의 예외대상을 최대 10%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과 FTA 협상을 맺는 나라들에 '무조건 모든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DDA체제보다 더 가혹한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이유가 뭘까요? 바로 그것이 미국 산업에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포화된 미국 시장을 넘어서 외국 시장의 관세장벽만 제거한다면, 미국 기업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찾을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의 국익에 절대적으로 부합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 미국은 세계 자유무역의 선봉장인 양 불리는 것입니다.
기실 따지면 이는 '다자간 협상'을 강조하는 DDA 체제와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미국은 무조건 양자간 경제협상만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즉, 어차피 국력으로는 자기네를 따를 나라가 없으니 협박에 가까운 양자협상을 통해 최대한 자국의 이익을 얻겠다는 속셈입니다.
얼마전 극심한 외환위기를 겪어(사실 이를 국민들이 금을 바쳐 졸업한 것도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대재벌들과 정부의 실책을 우리 국민들이 돈을 바쳐 메워주다니...결국 국민 세금이 들어간 공적 자금 중 실재 우리 국민에게 돌아온 돈은 전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아직 회복기에 있는 우리나라가 협상의 룰도 무시하는 초강대국 미국과 FTA를 맺으려 합니다.
더군다나 FTA 협상의 시작조건으로 우리가 가진 4대 협상카드(쇠고기, 의약, 자동차, 스크린쿼터)를 모두 미국에게 갖다바쳤습니다. 이제 무슨 카드로 미국과 협상을 하자는 것인지가 의심스럽습니다.
만에 하나 우리 정부 협상단이 정말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 우리에게 극도로 유리한 협상을 체결했다고 해도,
우리는 146일의 스크린쿼터(사실상 공휴일은 쿼터량에서 제외됨에 따라 기존에는 106일만 국내영화를 상영하면 됨)가 절반으로 쭉 잘라져 일년에 60일도 안되는 날에만 국산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며,
지금도 공기오염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고 어린이 아토피가 심각한 가운데도 미국산 자동차가 엄청난 이산화탄소(국내 자동차에 비해 약 2배)를 내뿜으며 서울 도심을 씽씽 가르는 모습을 볼 것이며(이에 대해 환경오염부담금도 지우지 못함. FTA 협정문은 국내법보다 상위이므로 규제하면 우리 정부 무조건 패소),
이에 아이들이 아파하고 우리도 호흡기 질환을 앓아 약국을 가도 복제약 시판으로 연명하던 우리 중소 약제조사들은 이미 망했으므로 미국산 약을 엄청나게 비싼 가격을 주고 사먹어야 할 것이며,
광우병에 걸렸을지도 모를 미국산 소고기를 외식 자리에서 두려움에 떨며 먹어야 할 것입니다.
...정말 이렇게 해서 우리가 참여정부의 말대로 선진국이 될까요?
만에 하나 미국과 FTA가 정말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칩시다. 그래도 우리는 얼마든지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한국과의 FTA는 기실 미국도 바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국이라는 인구 4800만의 시장을 노려서가 아닙니다. IT산업이 발달했다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봐서도 아닙니다. 바로 한국과의 군사동맹에 이은 공고한 경제동맹을 통해 동북아에 그들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80년대 냉전이 끝나고 다극체제로 20세기 말 인류가 많은 괴로움을 겪었습니다. 그 사이 중국과 러시아가 서서히 힘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 요즘의 동북아 정세입니다. 미국은 따라서 지금 매우 조급한 상황입니다.
친미신문이라 일컬어지는 조중동에도 실린 내용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의회에 보고하는 전략보고서에 '현재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와 중요한 국가', '10년 후에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와 중요한 국가'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나라가 몇위를 할 것 같습니까?
현재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러시아, 가장 중요한 국가는 영국입니다. 참고로 일본이 중요한 국가의 2위이며 한국은 9위입니다. 중국은 위협적인 국가 순위 5위 정도 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10년 후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중국이며 가장 중요한 국가도 중국입니다.
가장 위협적인 국가에도, 가장 중요한 국가에도 남북은 없습니다.
우리가 미국을 아무리 좋아해도 사실 미국에게 우리는 앞으로 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이 우리와의 FTA를 원하는 까닭은 바로 중국과 러시아로 대표되는 차후 동북아 정세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동북아 3국은 세계 경제블록화에 대비할 필요성을 느껴 동북아 3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경제블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현재 한국만이 삐죽 튀어나와 미국과 FTA를 맺으려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런 동북아 국가들의 경제유대관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동북아 정세에 미국의 영향력은 크게 약화됩니다. 이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같은 정세를 한번에 뒤집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한국과의 FTA입니다.
한국과 FTA를 체결한다면 이미 구축된 한미동맹, 미일동맹관계를 바탕으로 한미일 VS 북중러 의 양극 체제가 공고히 되며, 따라서 미국의 동북아 정세에 대한 강한 입김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는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도 말하는 것으로 어찌보면 미국의 한미FTA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동기입니다.
만약 이같은 경제동맹관계가 현실화할 경우, 동북아는 결코 평화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며 북한과 남한의 통일은 더욱 요원해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한반도는 새로이 중국과 미국의 힘의 대결의 장이자 경제대결의 장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미국과 FTA를 해야만 한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반드시 우리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가시적으로 확인되어야만 합니다. 세상에 손해볼 짓을 하는 나라가 어딨습니까?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는 성공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훨씬 높은 미국과의 FTA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미국과의 FTA협상에서 그나마 주도권을 쥐고 있는 분야가 섬유, 연안선박 등 극소수에 걸쳐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산업은 FTA이후에도 큰 이득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이미 드러났습니다.
그에 반해 FTA 체결 이후 우리가 입게 될 피해는 극심합니다. 당장 FTA체결이후 농업 부문의 피해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약 44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되고 130명의 농민이 농사를 포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곧 130만명의 '난민'이 대도시로 유입될 것을 의미합니다. 멕시코의 경우를 통해 우리는 이미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생각이나 해보시고 FTA 체결을 주장하시는지 의문스럽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게 정부의 '쌀은 예외품목으로 두겠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핵심 수출농산물은 쌀이 아닙니다. 고기입니다. 이미 지난 3월에 미국에서 또 다른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미국 쇠고기를 미국의 압력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수입했다가 한명이 사망했습니다. FTA는 우리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것입니다.
또한 미국은 DDA 협정문에서도 예외를 10%로 인정한 농산물 분야의 '전 분야 무관세'를 양자 FTA 협상에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평균 약 300%의 고관세를 통해 겨우겨우 생존해온 우리 농가를 완전히 파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아직도 시위농민들을 불법 데모시위대로 싸잡아 비난 하시는 분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유엔산하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체결한 '문화다양성협약'에 유일하게 반대한 두 나라가 미국과 이스라엘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 눈치 보느라 찬성 못하고 애매한 입장만 취해 그의 보호도 받지 못합니다.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협약이 인정한 최고의 모범사례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의 '스크린쿼터'입니다. 세계 영화시장은 할리우드산 영화가 85%의 시장을 지배하는 '독점시장'입니다.
우리나라 영화는 미국영화와 '경쟁'하는 제품이 아니며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보호'해야하는 문화적 가치입니다.
정말 많이 양보해 그나마 농산물, 영화도 상품이라고 칩시다. 이들은 미국과의 FTA 협정 자리에서 최고의 협상카드로 쓸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FTA 협상을 '시작하는' 조건으로 미국산 (광우병 들린) 쇠고기 수입, 스크린쿼터 절반으로 축소, 미국산 자동차의 배기기준 완화, 의약품 복제 규제 강화라는 4대 현안을 통째로 미국에게 넘겨줬습니다. 총칼 다 버리고 도대체 뭘로 협상을 하겠다는건지 의심스럽습니다.
미국과 협상을 하려면
첫째, 미국과의 FTA를 통해 우리가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미국 외 다른 선진국과의 FTA도 차질없이 속속 진행되어야 한다.
셋째, 중국, 일본 등은 자유무역 체제를 따라가지 못해야 한다.
넷째, 우리 산업이 자유무역 체제에서도 충분히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정도의 조건이 차질없이 갖춰져야만 가능합니다.
현재 KIEP가 발표한 한미FTA로 인한 효과를 한번 살펴보시죠. PD수첩에도 나와 있듯이 그들의 '낙관적' 전망으로도 대미 수출은 FTA 이후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나타납니다.
참여정부는 한마디로 말해서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의 국제수지가 FTA이후 오히려 '감소함에도' 이를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낙관적인 근거에 따른 것입니다. 미국 USTR의 예상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는 '약 90억 달러 적자'일 것으로 나옵니다. 누구말이 맞을까요? 엄청난 브레인들을 갖고 차근차근 FTA를 준비한 미국의 말일까요, 아니면 바로 작년까지만해도 한일FTA 연구하다 갑작스럽게 한미FTA 준비하는 한국 공무원들의 말이 맞을까요?
지금 참여정부는 '개혁'이라는 기치에 눈이 멀어 나라를 수렁으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국민들의 눈과 귀를 교묘히 속여가며 말입니다. 전 세계에 미국과 FTA 협정을 체결해 잘살게 된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습니다.
이미 우리들도 TV를 통해 많이 알게 된 멕시코와 캐나다는 물론이고 호주 또한 사실상 실패한 FTA를 맺었습니다.
미국은 FTA에 반드시 '투자자보호조약'을 삽입합니다. 그나마 호주는 이를 최소화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으나 역시 미디어분야에서는 미국의 입김에 졌습니다. 이 초법적인 투자자보호조약이 한미 FTA에 들어갈 경우, 우리는 글로벌기업인 미국 기업들의 어떠한 횡포에도 시비를 걸 수가 없게 됩니다. 규제 또는 소송을 걸어봤자 무조건 지는 싸움입니다. 투자자보호조약은 국내법을 초월하는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19세기말~20세기 초에 미국 군대의 침입을 받아 친미정권이 세워진 나라들을 살펴보십시오. 어느 나라의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습니까? 우리라고 그렇게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미국이 영국에게서 독립한 당시, 미국은 신생국가였으며 경제력은 극히 미약했습니다. 헤밀턴은 이런 미국이 영국과 자유무역을 해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헤밀턴은 북부의 공장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력한 '유치산업론'을 실행했습니다.
즉, 영국산 수입품을 최대한 억제하고, 자국 산업이 성장할 때까지는 대외무역을 최소화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독일의 리스트가 주장한 민족경제론에도 큰 영향을 끼쳤으며, 가까이는 우리나라의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실시한 바 있는 경제개발계획의 밑그림이 되었습니다. 미국에서도 유치산업주의는 큰 성공을 거둬 19세기말의 민족주의, 제국주의가 판을 치는 시절에는 이미 미국을 세계 최강의 대국 중 하나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자유무역을 부르짖는 미국이 사실 따지고 보면 세계 보호무역주의를 만든 나라라는 점은 분명 흥미롭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지금은 이런 보호무역을 안하는 나라가 결코 아니라는 점도 알아야 합니다.
미국은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펼치는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는 IMF 이후 외국자본이 비교적 공정하게 우리나라 재벌과 경쟁할 수 있는 구도가 갖춰졌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그 예로, 지금도 미국의 은행업의 경우 외국 자본은 절대 투자할 수 없습니다.
얼마전 뉴저지 항만사업을 인수하려던 중동의 기업은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가로막혀 결국 진출에 실패했습니다. 중국 기업(이름은 기억나지 않습니다)역시 미국의 에너지 사업을 인수하려 했다가 철저한 보호무역 주의에 막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미국은 말로는 자유무역을 외칩니다. 그러나 슈퍼 301조, 어느나라보다 강력한 세이프 가드 등을 바탕으로 조금만 자국 경제에 해가 끼쳐지더라도 강한 무역보복을 취합니다.
바로 얼마전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상계관세 부과의 제물이 되어 미국 정부에 엄청난 돈을 지불했습니다.
미국은 이렇듯 지금도 강력한 보호무역주의를 실시하는 국가입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한편으로 세계의 자유무역주의를 이끌어갈 WTO 주도하에 세워진 DDA(도하개발아젠다) 체제마저 무색할 만큼 강력한 자유무역을 부르짖는 나라이기도 합니다.
참고로 DDA의 경우, 각국의 현실적 경제현황을 반영해 무관세의 예외대상을 최대 10%까지 적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자국과 FTA 협상을 맺는 나라들에 '무조건 모든 시장 개방'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DDA체제보다 더 가혹한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이유가 뭘까요? 바로 그것이 미국 산업에 이익이 되기 때문입니다. 포화된 미국 시장을 넘어서 외국 시장의 관세장벽만 제거한다면, 미국 기업은 지속적으로 새로운 시장을 찾을 수 있으며, 이는 미국의 국익에 절대적으로 부합한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오늘날 미국은 세계 자유무역의 선봉장인 양 불리는 것입니다.
기실 따지면 이는 '다자간 협상'을 강조하는 DDA 체제와는 전혀 맞지 않습니다. 미국은 무조건 양자간 경제협상만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즉, 어차피 국력으로는 자기네를 따를 나라가 없으니 협박에 가까운 양자협상을 통해 최대한 자국의 이익을 얻겠다는 속셈입니다.
얼마전 극심한 외환위기를 겪어(사실 이를 국민들이 금을 바쳐 졸업한 것도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대재벌들과 정부의 실책을 우리 국민들이 돈을 바쳐 메워주다니...결국 국민 세금이 들어간 공적 자금 중 실재 우리 국민에게 돌아온 돈은 전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아직 회복기에 있는 우리나라가 협상의 룰도 무시하는 초강대국 미국과 FTA를 맺으려 합니다.
더군다나 FTA 협상의 시작조건으로 우리가 가진 4대 협상카드(쇠고기, 의약, 자동차, 스크린쿼터)를 모두 미국에게 갖다바쳤습니다. 이제 무슨 카드로 미국과 협상을 하자는 것인지가 의심스럽습니다.
만에 하나 우리 정부 협상단이 정말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해 우리에게 극도로 유리한 협상을 체결했다고 해도,
우리는 146일의 스크린쿼터(사실상 공휴일은 쿼터량에서 제외됨에 따라 기존에는 106일만 국내영화를 상영하면 됨)가 절반으로 쭉 잘라져 일년에 60일도 안되는 날에만 국산영화가 극장에 걸리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며,
지금도 공기오염으로 괴로워하는 사람이 많고 어린이 아토피가 심각한 가운데도 미국산 자동차가 엄청난 이산화탄소(국내 자동차에 비해 약 2배)를 내뿜으며 서울 도심을 씽씽 가르는 모습을 볼 것이며(이에 대해 환경오염부담금도 지우지 못함. FTA 협정문은 국내법보다 상위이므로 규제하면 우리 정부 무조건 패소),
이에 아이들이 아파하고 우리도 호흡기 질환을 앓아 약국을 가도 복제약 시판으로 연명하던 우리 중소 약제조사들은 이미 망했으므로 미국산 약을 엄청나게 비싼 가격을 주고 사먹어야 할 것이며,
광우병에 걸렸을지도 모를 미국산 소고기를 외식 자리에서 두려움에 떨며 먹어야 할 것입니다.
...정말 이렇게 해서 우리가 참여정부의 말대로 선진국이 될까요?
만에 하나 미국과 FTA가 정말 우리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칩시다. 그래도 우리는 얼마든지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한국과의 FTA는 기실 미국도 바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단순히 한국이라는 인구 4800만의 시장을 노려서가 아닙니다. IT산업이 발달했다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봐서도 아닙니다. 바로 한국과의 군사동맹에 이은 공고한 경제동맹을 통해 동북아에 그들의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80년대 냉전이 끝나고 다극체제로 20세기 말 인류가 많은 괴로움을 겪었습니다. 그 사이 중국과 러시아가 서서히 힘을 키워나가고 있는 것이 요즘의 동북아 정세입니다. 미국은 따라서 지금 매우 조급한 상황입니다.
친미신문이라 일컬어지는 조중동에도 실린 내용에 따르면, 미 국방부가 의회에 보고하는 전략보고서에 '현재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와 중요한 국가', '10년 후에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와 중요한 국가'가 보고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나라가 몇위를 할 것 같습니까?
현재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러시아, 가장 중요한 국가는 영국입니다. 참고로 일본이 중요한 국가의 2위이며 한국은 9위입니다. 중국은 위협적인 국가 순위 5위 정도 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10년 후 미국에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중국이며 가장 중요한 국가도 중국입니다.
가장 위협적인 국가에도, 가장 중요한 국가에도 남북은 없습니다.
우리가 미국을 아무리 좋아해도 사실 미국에게 우리는 앞으로 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미국이 우리와의 FTA를 원하는 까닭은 바로 중국과 러시아로 대표되는 차후 동북아 정세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입니다.
현재 동북아 3국은 세계 경제블록화에 대비할 필요성을 느껴 동북아 3국이 주도하는 아시아 경제블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현재 한국만이 삐죽 튀어나와 미국과 FTA를 맺으려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런 동북아 국가들의 경제유대관계가 성공적으로 정착될 경우, 동북아 정세에 미국의 영향력은 크게 약화됩니다. 이는 미국의 세계 전략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같은 정세를 한번에 뒤집어 줄 수 있는 것이 바로 한국과의 FTA입니다.
한국과 FTA를 체결한다면 이미 구축된 한미동맹, 미일동맹관계를 바탕으로 한미일 VS 북중러 의 양극 체제가 공고히 되며, 따라서 미국의 동북아 정세에 대한 강한 입김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이는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도 말하는 것으로 어찌보면 미국의 한미FTA에 대한 가장 강력한 동기입니다.
만약 이같은 경제동맹관계가 현실화할 경우, 동북아는 결코 평화를 유지할 수 없을 것이며 북한과 남한의 통일은 더욱 요원해질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한 일입니다. 한반도는 새로이 중국과 미국의 힘의 대결의 장이자 경제대결의 장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미국과 FTA를 해야만 한다고 칩시다. 그렇다면 반드시 우리에게 돌아오는 이익이 가시적으로 확인되어야만 합니다. 세상에 손해볼 짓을 하는 나라가 어딨습니까?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는 성공보다는 실패 가능성이 훨씬 높은 미국과의 FTA에 올인하고 있습니다.
한국이 미국과의 FTA협상에서 그나마 주도권을 쥐고 있는 분야가 섬유, 연안선박 등 극소수에 걸쳐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산업은 FTA이후에도 큰 이득을 얻지 못할 것이라고 이미 드러났습니다.
그에 반해 FTA 체결 이후 우리가 입게 될 피해는 극심합니다. 당장 FTA체결이후 농업 부문의 피해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약 44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되고 130명의 농민이 농사를 포기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곧 130만명의 '난민'이 대도시로 유입될 것을 의미합니다. 멕시코의 경우를 통해 우리는 이미 충분히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생각이나 해보시고 FTA 체결을 주장하시는지 의문스럽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간과하는게 정부의 '쌀은 예외품목으로 두겠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미국의 핵심 수출농산물은 쌀이 아닙니다. 고기입니다. 이미 지난 3월에 미국에서 또 다른 광우병 소가 발견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미국 쇠고기를 미국의 압력에 밀려 어쩔 수 없이 수입했다가 한명이 사망했습니다. FTA는 우리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할 것입니다.
또한 미국은 DDA 협정문에서도 예외를 10%로 인정한 농산물 분야의 '전 분야 무관세'를 양자 FTA 협상에서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는 곧 평균 약 300%의 고관세를 통해 겨우겨우 생존해온 우리 농가를 완전히 파괴시키는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아직도 시위농민들을 불법 데모시위대로 싸잡아 비난 하시는 분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유엔산하 국제기구인 유네스코가 체결한 '문화다양성협약'에 유일하게 반대한 두 나라가 미국과 이스라엘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미국 눈치 보느라 찬성 못하고 애매한 입장만 취해 그의 보호도 받지 못합니다.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협약이 인정한 최고의 모범사례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의 '스크린쿼터'입니다. 세계 영화시장은 할리우드산 영화가 85%의 시장을 지배하는 '독점시장'입니다.
우리나라 영화는 미국영화와 '경쟁'하는 제품이 아니며 '문화의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마땅히 '보호'해야하는 문화적 가치입니다.
정말 많이 양보해 그나마 농산물, 영화도 상품이라고 칩시다. 이들은 미국과의 FTA 협정 자리에서 최고의 협상카드로 쓸 수 있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미국과의 FTA 협상을 '시작하는' 조건으로 미국산 (광우병 들린) 쇠고기 수입, 스크린쿼터 절반으로 축소, 미국산 자동차의 배기기준 완화, 의약품 복제 규제 강화라는 4대 현안을 통째로 미국에게 넘겨줬습니다. 총칼 다 버리고 도대체 뭘로 협상을 하겠다는건지 의심스럽습니다.
미국과 협상을 하려면
첫째, 미국과의 FTA를 통해 우리가 엄청난 이득을 볼 수 있어야 한다.
둘째, 미국 외 다른 선진국과의 FTA도 차질없이 속속 진행되어야 한다.
셋째, 중국, 일본 등은 자유무역 체제를 따라가지 못해야 한다.
넷째, 우리 산업이 자유무역 체제에서도 충분히 견뎌낼 수 있어야 한다.
정도의 조건이 차질없이 갖춰져야만 가능합니다.
현재 KIEP가 발표한 한미FTA로 인한 효과를 한번 살펴보시죠. PD수첩에도 나와 있듯이 그들의 '낙관적' 전망으로도 대미 수출은 FTA 이후 오히려 감소할 것으로 나타납니다.
참여정부는 한마디로 말해서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의 국제수지가 FTA이후 오히려 '감소함에도' 이를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낙관적인 근거에 따른 것입니다. 미국 USTR의 예상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미국에 대한 무역수지는 '약 90억 달러 적자'일 것으로 나옵니다. 누구말이 맞을까요? 엄청난 브레인들을 갖고 차근차근 FTA를 준비한 미국의 말일까요, 아니면 바로 작년까지만해도 한일FTA 연구하다 갑작스럽게 한미FTA 준비하는 한국 공무원들의 말이 맞을까요?
지금 참여정부는 '개혁'이라는 기치에 눈이 멀어 나라를 수렁으로 끌고 가고 있습니다. 그것도 국민들의 눈과 귀를 교묘히 속여가며 말입니다. 전 세계에 미국과 FTA 협정을 체결해 잘살게 된 나라는 단 한 나라도 없습니다.
이미 우리들도 TV를 통해 많이 알게 된 멕시코와 캐나다는 물론이고 호주 또한 사실상 실패한 FTA를 맺었습니다.
미국은 FTA에 반드시 '투자자보호조약'을 삽입합니다. 그나마 호주는 이를 최소화해 성공적이라고 평가받고 있으나 역시 미디어분야에서는 미국의 입김에 졌습니다. 이 초법적인 투자자보호조약이 한미 FTA에 들어갈 경우, 우리는 글로벌기업인 미국 기업들의 어떠한 횡포에도 시비를 걸 수가 없게 됩니다. 규제 또는 소송을 걸어봤자 무조건 지는 싸움입니다. 투자자보호조약은 국내법을 초월하는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입니다.
19세기말~20세기 초에 미국 군대의 침입을 받아 친미정권이 세워진 나라들을 살펴보십시오. 어느 나라의 국민이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습니까? 우리라고 그렇게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