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추기경 선배님 오셨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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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추기경 선배님 오셨다"
[연합뉴스 2006-06-08 15:00]
정진석 추기경 모교 중앙고서 강연
"남의 장점 인정하고 서로 도와야 공동체 발전"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언제 깨달아야 할까요? 바로 지금이에요, 지금. 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내 장점이 뭐고, 뭘 잘하는지 깨달아야 해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鄭鎭奭ㆍ75) 추기경이 8일 모교인 서울 종로구 계동 중앙고(교장 정창현)를 방문해 후배들에게 강연했다.
이날 강연은 중앙고가 개교 98주년(6월1일)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마련한 것. 정 추기경은 1944년 중앙중에 입학해 6ㆍ25전쟁 직전 중앙고 41회로 졸업했다.
정 추기경이 이날 오전 11시15분쯤 강당에 들어서자 이곳에 모인 800여 명의 학생은 "추기경 선배님이 우리 학교에 오셨다"며 일제히 힘찬 박수로 환영했다. 뒤쪽에 서있던 학생들은 단상에 오르는 정 추기경을 더 자세히 보려고 깡충깡충 뛰기도 했다.
정 추기경은 이 강연을 위해 별도로 원고를 준비했지만 "내가 딱딱한 얘기 하면 재미없겠죠"라고 첫 마디를 꺼내고는 원고 없이 쉬운 말로 즉석에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정 추기경은 "사람은 각자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어떤 사람은 지적 능력이 우수하고, 어떤 사람은 육체 능력이, 또 어떤 사람은 영적 능력이 우수하다"면서 "서로 남의 장점을 인정해주고 서로 도와주면서 살아야지 공동체가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추기경은 나아가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에겐 누구나 똑같이 하루 24시간이 주어진 만큼 자신의 장점을 올바로 파악해 우선시되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
"세뱃돈으로 받은 10만 원으로 무엇인가를 먼저 사면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잖아요. 여러분도 뭘 선택할 것인가에 앞서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해요. 그리고 다른 걸 사지 못하고 '사야 될 텐데'하고 계속 후회하면 안돼요. 나한테 필요없는 것에 대한 애착에서 해방돼야 '자유인'이 될 수 있는 거에요."
정 추기경은 또 학교의 교훈이 '웅원(雄遠ㆍ높고 고상한 이상), 용견(勇堅ㆍ목표에 대한 용감하고 견고한 의지), 성신(誠信ㆍ성실하고 신망받는 인격)'임을 상기시키면서 "학교에서는 지적 교육과 체육, 인성교육 세 가지를 골고루 배워야 하는 곳임을 잊지 말라"고 충고했다.
강연을 마친 정 추기경은 두 학생의 질문에 답변했다.
한 학생이 "학창 시절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묻자 정 추기경은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10년 동안 거의 매일 한 권씩 책을 읽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어느 책을 꼬집어 말하면 그 책만 읽을 것 아니냐. 책은 가능한 대로 많이 읽어야 편견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정 추기경은 "우선 역사책과 자서전, 전기 등을 고루 읽고 그 다음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며 "나는 과학책을 좋아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과학지식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누구냐"라는 또 다른 학생의 질문에 정 추기경은 "그 당시 어떤 선생님은 지적 교육이 우수했고, 어떤 선생님은 인성 교육이, 다른 선생님은 체육 교육이 우수했다"면서 "모든 선생님이 다 훌륭한 선생님이셨고, 여러분도 선생님들을 똑같이 존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anfour@yna.co.kr
(끝)
[연합뉴스 2006-06-08 15:00]
정진석 추기경 모교 중앙고서 강연
"남의 장점 인정하고 서로 도와야 공동체 발전"
(서울=연합뉴스) 이봉석 기자 =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언제 깨달아야 할까요? 바로 지금이에요, 지금. 이 학교에 다니는 동안 내 장점이 뭐고, 뭘 잘하는지 깨달아야 해요."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鄭鎭奭ㆍ75) 추기경이 8일 모교인 서울 종로구 계동 중앙고(교장 정창현)를 방문해 후배들에게 강연했다.
이날 강연은 중앙고가 개교 98주년(6월1일) 기념행사의 일환으로 마련한 것. 정 추기경은 1944년 중앙중에 입학해 6ㆍ25전쟁 직전 중앙고 41회로 졸업했다.
정 추기경이 이날 오전 11시15분쯤 강당에 들어서자 이곳에 모인 800여 명의 학생은 "추기경 선배님이 우리 학교에 오셨다"며 일제히 힘찬 박수로 환영했다. 뒤쪽에 서있던 학생들은 단상에 오르는 정 추기경을 더 자세히 보려고 깡충깡충 뛰기도 했다.
정 추기경은 이 강연을 위해 별도로 원고를 준비했지만 "내가 딱딱한 얘기 하면 재미없겠죠"라고 첫 마디를 꺼내고는 원고 없이 쉬운 말로 즉석에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정 추기경은 "사람은 각자 장점도 있고, 단점도 있다. 어떤 사람은 지적 능력이 우수하고, 어떤 사람은 육체 능력이, 또 어떤 사람은 영적 능력이 우수하다"면서 "서로 남의 장점을 인정해주고 서로 도와주면서 살아야지 공동체가 발전해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추기경은 나아가 '선택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했다. 사람에겐 누구나 똑같이 하루 24시간이 주어진 만큼 자신의 장점을 올바로 파악해 우선시되는 일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
"세뱃돈으로 받은 10만 원으로 무엇인가를 먼저 사면 나머지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하잖아요. 여러분도 뭘 선택할 것인가에 앞서 먼저 자신을 알아야 해요. 그리고 다른 걸 사지 못하고 '사야 될 텐데'하고 계속 후회하면 안돼요. 나한테 필요없는 것에 대한 애착에서 해방돼야 '자유인'이 될 수 있는 거에요."
정 추기경은 또 학교의 교훈이 '웅원(雄遠ㆍ높고 고상한 이상), 용견(勇堅ㆍ목표에 대한 용감하고 견고한 의지), 성신(誠信ㆍ성실하고 신망받는 인격)'임을 상기시키면서 "학교에서는 지적 교육과 체육, 인성교육 세 가지를 골고루 배워야 하는 곳임을 잊지 말라"고 충고했다.
강연을 마친 정 추기경은 두 학생의 질문에 답변했다.
한 학생이 "학창 시절 가장 감명 깊게 읽은 책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고 묻자 정 추기경은 "나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고교 졸업 때까지 10년 동안 거의 매일 한 권씩 책을 읽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내가 어느 책을 꼬집어 말하면 그 책만 읽을 것 아니냐. 책은 가능한 대로 많이 읽어야 편견이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정 추기경은 "우선 역사책과 자서전, 전기 등을 고루 읽고 그 다음 자기가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이 좋다"며 "나는 과학책을 좋아해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더 많은 과학지식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가장 기억에 남는 선생님이 누구냐"라는 또 다른 학생의 질문에 정 추기경은 "그 당시 어떤 선생님은 지적 교육이 우수했고, 어떤 선생님은 인성 교육이, 다른 선생님은 체육 교육이 우수했다"면서 "모든 선생님이 다 훌륭한 선생님이셨고, 여러분도 선생님들을 똑같이 존경해야 한다"고 말했다.
anfour@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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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목록
추기경께서 강연을 하시는 동안 비가 엄청나게 왔습니다. 비 때문에 다음 일정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강연을 마치시기 조금 전에 비가 완전히 그쳐 놀라웠습니다. 운동장 이곳저곳에 물이 고였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