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김동길 명예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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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찾아가서 무슨 흉계를 꾸미겠다는 것인가. 정말 치가 떨린다.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가 한 일은 무엇이든 정당화하고 싶은 성향을 타고났다. 모든 경서를 다 태우고 비판 세력이었던 유생들을 몽땅 산 채로 구덩이에 파묻어 죽인 진시황은 자기의 한 일을 정당화하였을 것이다.
600만이 넘는 유태인을 대량 학살한 히틀러나 동족살해의 고수들이었던 캄보디아의 폴 포트나 우간다의 이디 아민이나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도 기회만 있었으면 모두가 자기 정당화를 하기 위하여 무슨 짓이라도 했을 것이다. 아버지의 소중한 벼루를 떨어뜨려 깨버린 아들도 어머니의 결혼반지를 들고 나가 엿가락과 바꾸어 먹은 딸도 가능하면 자기를 정당화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나는 오는 6월에 김대중씨가 기차를 타고 북한으로 다시 가보겠다는 것은 정말 용서 못할 자기 변명이라고 생각한다. 그때만 해도 노구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김씨는 2000년 6월13일에 서울을 떠나 평양의 김정일을 찾아가 껴안고, 심한 표현으로 하자면 대한민국을 북의 인민공화국에 팔아넘긴 것이나 다름없는 그런 짓을 하면서, 6월15일에는 이른바 남북정상회담을 마치면서 발표한 언어도단의 합의서를 우리에게 안겨 준 그는 이제 나라를 망치는데 무엇이 더 필요하다고 또 찾아가서 무슨 흉계를 꾸미겠다는 것인가.
국민은 모르고 있다. 국민의 혈세를 그렇게 많이 김정일의 호주머니에 넣어주고 또 무엇이 부족하여 5년 전보다 더 늙은 몸을 이끌고 거길 다시 찾아간다는 것인가. 정말 치가 떨린다. 하늘이 무섭지 않은가.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http://www.kimdongg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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