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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中)
댓글 3건 조회 565회 작성일 2006-05-17 00:00
[시] 노을 / 이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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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이외수




    • 얼마나 더 쓰라린 사랑이어야 그대에게로 갈 수 있느냐

      모반의 암호들이 어지러운 소음으로 번성하는 도시

      난 오늘도 폐쇄된 감성의 창문을 열고

      먼 하늘 끝으로 새 한마리를 날린다.


    • 인생은 절망 끝으로 새 한마리를 날린다.

      이별은 상처 때문에 망각되지 않는다.



      나는 기억한다.

      칸나꽃 불타는 유년의 뒤안길,

      잠시 한눈울 팔다 보면 어느 새 여름은 기울고

      서산머리 통곡의 강물로 흐르는 노을

      어디를 둘러 보아도 그대는 보이지 않는다.


    • 나는 아직도 술래가 되어 그대를 찾아 헤매고 있다.

      산그늘 짙어지는 들녘에 나가 보아도 그대는 보이지 않고

      물소리 침잠하는 강변에 나가 보아도 그대는 보이지 않는다.

      허무의 풀잎들이 스산하게 흔들리는 간이역

      새벽까지 기다려 보아도 그대는 돌아오지 않는다.


    • 거리를 걷는다.

      의지를 상실한 채 범람하는 허영의 물결 속에 표류되는 꿈이여,

      낭만은 소멸되고 욕망은 번성한다.


      실성한 태양이 현기증을 앓으며 서산너머로 기울어지면

      겁탈당한 구름만 통곡의 강물 위를 표류한다.

      그대에게로 날려보낸 새 한마리는 질식한 채 추락 해 버린다.

      이제 그리움은 노래가 되지 않는다.


    • 이제 사랑은 노래가 되지 않는다.

      그대를 위해 채집된 시어들은 어두운 서랍 속에서 말라 죽고

      유년 저토록 쓰라린 아픔으로 가슴을 물들인다.


    • 결별 끝에 아물지 않은 상처들만 하늘로 가서
      안타까운 기억들마저도 흑백사진처럼 퇴락해 가고 있다
一指香



댓글목록

(中) 작성일
허무가 뚝뚝 흐르는 시네요. "이제 그리움은 노래가 되지 않는다"에도 불구하고......
(中) 작성일
하여간 어제 주취로 내용은 기억되지 않지만 시는 감정을 순화시키는 기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中) 작성일
제가 <행복 뜨락> 메뉴에 올린다는 것이 자유게시판에 올렸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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