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사설] 두 번째 추기경을 맞는 기쁨과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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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두 번째 추기경을 맞는 기쁨과 기대 |
[조선일보]2006-02-23 45판 31면 1004자 사설 |
정진석 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1969년 김수환 추기경 敍任서임 이후 37년 만에 두 번째 한국인 추기경이 됐다. 한국 천주교의 영광이자 우리 사회 모두가 반길 일이다. 樞機卿추기경은 교황의 고문이자 助力者조력자로서 세계 교회의 행정에 참여하며 교황 선거권과 被피선거권을 갖는 천주교 최고위 司祭사제다. 한국은 신자가 400만 명이 넘으면서도 추기경이 한 명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홀대를 받아왔다는 얘기까지 있었다. 새 추기경 서임은 우리 교계의 위상을 비로소 제대로 인정받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한국 천주교는 1984년 천주교 200주년 신앙대회와 한국 성인 103위 諡聖式시성식, 1989년의 세계 聖體성체대회를 거치며 급성장했다. 70~80년대엔 권위주의 정권 아래에서 진리를 비추는 등대 역할을 했다. 교회는 민주화운동의 후원자이자 박해받는 이들이 依託의탁할 수 있는 마지막 피난처였다. 김수환 추기경은 민주화 이후에도 나라의 원로로서 우리 사회가 고비를 맞을 때마다 통찰과 예지가 담긴 발언으로 대중들을 깨우쳐 왔다. 그런 의미에서 새 추기경 임명으로 김 추기경과 같은 정신적 지도자를 한 명 더 갖게 된 것은 천주교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축복이다. 정진석 신임 추기경은 1998년부터 서울대교구장과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임하면서 유력한 두 번째 추기경으로 꼽혀왔다. 그의 司牧사목지침인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은 자신이 지닌 시간과 능력을 사람들에게 다 내주겠다는 사제의 헌신과 겸손을 담고 있다. 정 추기경은 생명의 존엄과 가정 윤리에 확고한 입장을 지닌 학자 사제로 알려져 있다. 두 추기경이 이끄는 한국 천주교에는 인간성 회복과 사회 統合통합을 이끌어나갈 새로운 역할이 기다리고 있다. 민주화는 이뤄졌지만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가장 높고 어린이가 동네에서 성폭행당해 불태워지는 세상이다. 지역 갈등도 모자라 이념 갈등까지 겹쳐 나라 전체가 조각조각 동강난 상태다. 한국 천주교가 새 추기경 탄생과 함께 이 混沌혼돈의 시대를 헤쳐나갈 정신적 기둥으로서 제 몫을 다하길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