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 사설] 또 한 분의 '시대의 어른' 정진석 추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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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또 한 분의 ‘시대의 어른’ 정진석 추기경 |
[문화일보]2006-02-23 03판 31면 932자 사설 |
한국 가톨릭뿐 아니라 나라 전체의 영광이 아닐 수 없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22일 서울 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를 추기경으로 서임했다. 이로써 한국 가톨릭은 1969년 김수환 추기경 서임 이래 37년만에 또 한분의 추기경을 더 갖게 됐다. 정 신임 추기경도 바티칸 교황청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 “한국에서 제2의 추기경이 나오게 된 것은 대한민국과 한국 천주교회가 세계 안에서 차지하는 위치가 크게 참작됐을 것”이라면서 “교회뿐만 아니라 나라 전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가 정 추기경 서임에 각별한 뜻을 찾고자 하는 것은 그동안 한국 가톨릭교회와 김 추기경이 나라와 사회의 민주화 과정에서 고언(苦言)을 아끼지 않은 그 공로를 높이 평가하기 때문이다. 정 추기경도 국민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아 국민과 국가의 나아갈 길을 밝혀주기 바란다. 정 추기경 서임과 함께 그가 평양교구를 아울러 맡고 있다는 사실이 바티칸과 서울에서 동시에 언급되고 있는 것은 적잖이 시사적이다. 복음을 전파하는 가톨릭의 발길이 한반도 북녘으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 450만 신도라는 내적 성장에 걸맞은 시대적 소명일 것이다. 지하 교회 지도자들이 공개 처형되는 북한이야말로 복음 확산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내년은 평양교구 설정 80주년이다. 외신도 바로 이런 종교 불모지를 향한 복음화가 교황의 관심사인 것 같다고 전하고 있다. 정 추기경은 사목 활동의 역점을 ‘가정 중심의 교회 만들기’에 두고 있다. 이 지침에 따라 한국 가톨릭은 2004년 12월10일 ‘무너지는 가정의 울타리가 되겠다’는 대(對)사회 공동사목교서를 발표했다. 이런 교서가 발표된 것은 가톨릭 전래 200여년 만에 처음이다. 영적 구원이 절실한 이웃에 복음을 전하면서 무너지는 가정, 무너지는 사회를 바로세우는 역할이 이 시대의 또 한분의 어른인 정 추기경에 거는 국민적 기대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