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호의 ‘한반도의 미래를 둘러싼 정치가상소설’ <고독한 영웅>은 대통령은 주위의 빨갱이들의 등쌀에 하는 수 없이 김정일의 요구를 다 들어준다. 그리고 내키지 않는 정상회담을 갖고 대한민국을 김정일의 손아귀에 고스란히 갖다 바치는 ‘평화협정’이라는 매국적인 문서에 서명하게 된다. 이에 대통령은 나라를 팔아먹은 죄책감에 못 이겨 자살을 기도하는 극적인 장면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김정일의 제주도 도착을 열렬히 환영하는 3백만 빨갱이들의 인파가 대한민국을 들어먹기 위해 광란하는 모습에서 “남한 적화의 과업은 이미 끝났다. 남은 것은 ‘연방제 통일을 위한 남북 최고 지도자간의 합의문’에 대한 서명뿐이다”라는 김정일의 장담이 허장성세가 아니라는 사실을 강한 톤으로 경고한다.
대한민국을 김정일에게 송두리째 갖다 바치려는 세력이 이렇게 대낮에 대한민국을 누비고 다니는데도 ‘수구꼴통’으로 매도당할까봐, 또 20-30대의 급진파들의 표를 의식해서 말 한마디 제재로 못하고 허울 좋은 ‘인도적 차원’을 핑계로 김정일에 대한 원조는 계속해야 된다는 ‘얼치기 보수주의자’들의 얼빠진 잠꼬대에 대한 준엄한 질책도 함께 담고 있다. 이 부분을 두 번으로 나누어 발췌하고 <고독한 영웅> 소개를 마치려고 한다. (발췌자 識)
10월 1일 09시 30분
청와대 본관 소접견실.
민통추 임시의장 박명환을 가운데 두고 좌우에 상임고문 김기중, 감사역 한태영이 자리 잡았다. 한태영은 124명으로 늘어난 국회의원의 실질적인 리더가 되었다. 그러나 민통추에 가입힌 124명의 의원들은 아직 소속당에서 탈당하지 않았으므로 한태영은 아직 (우리가) 열린당 소속이었다. 대통령은 한태영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물었다.
“한 의원님, 민통추 소속 의원들이 곧 탈당계를 내고 민통추에 정식으로 가입한다고 들었는데 사실입니까?”
“예, 사실입니다.”
한태영이 대통령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보며 말을 이었다.
“대통령님, 이것은 국가와 민족, 그리고 대통령님에 대한 충정에서 우러나온 일입니다. 우리 모두는 승리한다는 확신을 가슴에 품고 있습니다.”
그 때 민통추의 임시의장 박명환이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 북한측의 회담제의를 다시 거절하셨더군요.”
“대통령님, 국민들은 남북간의 평화를 원하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촛불시위를 보셨지 않습니까?”
절실한 표정으로 박명환이 말을 이었다.
“북측에서도 간절히 바라는 이 흐름을 멈추게 할 수는 없습니다. 정상회담을 승인해 주시지요.”
“결국.”
심호흡을 한 대통령이 먼저 한마디 했다.
“모든 일은 북한과 연결되는 군요. 민통추나 촛불시위대, 그리고 지금 연세대에 모여 있는 시위대까지.”
“대통령님.”
그때 한태영이 상기된 얼굴을 들고 말했다.
“이 과업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수십 년간 선배. 동료들이 고난과 좌절을 겪고 목숨까지 잃어가면서 쌓아온 결과입니다. 이제 그 결실을 맺으려는 순간에 대통령께서는.”
“어떤 결실입니까?”
옆에서 김성만이 물었으므로 방 안의 분위기는 팽팽하게 긴장되었다.
“그 결실이 진정 대한민국 국민 대다수가 원하고 있는 것입니까?”
그러자 한태영이 숨을 들이켰다가 길게 품더니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웃었다.
“그렇습니다. 실장님도 TV를 통해 시위대의 열기를 보셨을 텐데.”
김성만이 한태영을 정색하고 보며 물었다.
“만일 국민에게 북한측이 정상회단 대가로 요구했던 내역을 밝혀도 찬성할까요?”
(김정일측은 정상회담 대가로 현금 20억 달러와 쌀, 비료, 의약품 등등을 요구했었다. 그리고 이에 동조한 실세 빨갱이들은 삼성그룹에 현금을 요청했다. 발췌자 주)
그러자 한태영이 다시 웃었다.
“전쟁을 일으킬 생각이라면 그렇게 하셔도 되겠지요. 대통령 측근에서 그런 단견을 가진 분이 계시다니 유감입니다.”
“자, 그럼.”
둘 사이로 비서실장 박인식이 끼어들었다.
“민통추의 요구사항은 잘 알겠습니다. 대통령께서 숙고하셔서 관계자 협의를 거친 후에 곧 결정을 하실 것입니다.”
“국민은 대통령님의 결단에 따를 것입니다. 이것은 역사에 기록될 업적입니다.”
전 정권의 총리출신 김기중이 못 박듯 말했다.
“민통추는 이미 북한측과 교감이 있다고 믿어도 될 것입니다.”
셋을 배웅하고 돌아 온 박인식이 대통령의 앞에 서서 말했다.
“그자들은 선택을 강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대통령이 자신들과 합류하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지금까지 대통령은 양분법
을 사용해 왔다. 적 아니면 아군, 좌가 아니면 우였으며 중간은 없었다. 따라서 지금까지의 바탕이 한태영 등 민통추에 가입한 좌편향 무리였으니 적에게로 갈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때 옆에 서 있던 오재인이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 국정원장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정원장 차경구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135개의 시민단체, 노조, 전공노, 한총련, 거기에다 언론사까지 연합조직이 형성되었습니다.”
차경구의 말이 이어졌다.
“하지만 민통추의 지시를 받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각 단체가 서로 독자적으로 움직이지만 호흡이 아주 잘 맞습니다. 그것은 서로 긴밀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현 상황을 통제, 지휘하는 지휘부가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 저희의 판단입니다.”
긴장한 대통령이 차경구를 바라보았다.
“어떤 조직입니까?”
그러자 차경구는 먼저 심호흡부터 했다. 그러고는 시선을 들어 대통령을 마주 보았다.
“대통령님, 북한입니다.”
그 순간 방 안에는 숨이 막힐 듯한 정적으로 뒤덮였다.
그때 차경구가 말을 이었다.
“북한에서 보내는 암호통신문이 폭증하고 있으며 대남 조직원들의 활동도 활발해졌습니다. 이 상태가 계속된다면 젊은 층의 시위참여가 더 늘어날 것이고 공권력이 감당하지 못할 것입니다.”
회의를 마치고 집무실로 돌아온 대통령은 뒤따라온 김성만에게 물었다.
“어떻게 될 것 같나?”
“늦었습니다. 대세가 이미 기울었습니다.”
“대세라니?”
그렇게 물으면서 대통령의 표정은 딱딱하게 굳었다.
김성만이 말을 이었다.
“그나마 사태를 진정시키려면 민통추의 의견을 받아들여 정상회담을 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 다음 과정을 예상할 수 있겠나?”
“정상회담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되겠지요. 그리고 나서 정상회담에서는...”
“..................................”
“한국은 북한과 같은 민족의 공동운명체임을 세계에 선포하게 될 것입니다.”
“......................”
“지금 이런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 여론은 남북한 공동으로 핵보유국을 선언하자는 쪽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자 대통령이 가늘게 숨을 뱉었다.
김성만이 말을 이었다.
“그렇게 되면 남북한 모두는 급작스럽게 통일 분위기에 휩쓸리게 될 것입니다.”
“....”
“순식간에 통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대통령님.”
“그렇다면.”
대통령이 공허한 눈빛으로 김성만을 보았다.
“북한 주도의 통일인가?”
“그렇게 될 것입니다. 그 첫 단계로 남한에 사회주의 정부가 들어서면서 남북연방으로....”
10월 1일 11시 정각
한나라당 당사 안 대표 집무실.
박혜진 대표가 당 5역과 모여 앉아 있었는데 이곳도 무거운 정적에 덮여 있었다.
사무총장 강문성이 입을 열었다.
“좌파 시위대나 같습니다. 친위시위로 이 기회에 한국을 사회주의 국가로 개조하려는 것이 놈들의 목적이겠지요.”
원내대표 백문규가 말을 이었다.
“곧 정상회담이 열리 것이라는 말이 시중에 파다하게 퍼져 있습니다. 정상회담에서 메가톤급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굳은 얼굴로 박혜진이 원탁에 둘러앉은 그들을 둘러보더니 혼잣소리처럼 말했다.
“정상회담에서 핵문제가 거론되겠군요.”
이덕환이 말을 받았다.
“이 분위기로 보면 이놈의 정권은 북한 핵에 대해서 방패막이를 해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정상회담 조건으로 막대한 뒷돈을 건네겠지요.”
당 혁신 위원장 오준표가 눈을 부릅뜨고 두 손을 벌려 보이면서 말을 이었다.
“동맹국 미국은 이제 방관자의 자세로 돌아서고 있습니다. 미국의 중국 방어라인은 이미 한국에서 일본으로 옮겨지는 중이지요. 한국이 적화된다고 해도 지금 상황에서 미국은 대응하지 않고 철수해버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50년 동맹국이었던 한국이 미국의 적인 북한측과 공조하면서 여러 번 배신감을 안겨주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미군이 한국을 지키겠다고 피를 흘릴 이유가 없습니다. 한국이 먼저 동맹국을 버렸다고 말 할 것입니다.”
오준표의 부릅뜬 두 눈에 눈물이 고였다.
“지금 ‘가자, 평양으로! 오라, 서울로!’라는 플래카드가 나부끼고 있습니다. 이 분위기로 북한군을 받아들이면 한반도는 북한에게 무혈점령될 것입니다. 주한 미군은 진주한 북한군에게 철수에 대한 안전을 보장받고 일본으로 옮겨가겠지요,”
쓴 웃음을 지으며 박혜진이 머리를 저었다.
“과장이 조금 심하신 것 같은데요.”
다시 이덕환이 나섰다.
“가능성이 있는 애깁니다. 미국은 한국정부는 이미 친북세력이 장악한 상태여서 북한측에 의한 흡수통일을 예상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중국과 북한이 한미동맹과는 대조적으로 더욱 강력하게 결속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 주도 통일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꿈일 테니까요. 한국 정부가 친중, 반미 행보를 취하는 시점에서부터 한국 주도 통일은 물 건너 간 것입니다.”
10월 1일 14시 10분
평양 주석궁의 지하 접견실에서 국방위원장 김정일이 당 조직지도부장 전형남의 보고를 받고 있었다.
“위원장 동지, 남조선의 통일부에서 중국 대사관을 통해 남북정상회담의 예비회담에 응하겠다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시간과 장소도 우리측에 일임한다는 것입니다.”
김정일의 표정 없는 얼굴을 보자 전형남의 목소리가 굳었다.
“현재 남조선의 정세는 민중의 함성이 노도와 같이 울리는 상황입니다. 위원장 동지, 남조선에 연락을...”
그때 김정일이 입을 열었다.
“분위기가 이렇게 진전된 마당에 남조선 정권에 지나친 부담을 주지 말자구.”
“예, 위원장 동지.”
“이제 예비회담도 공개될 게 아니겠어?”
“그렇습니다, 위원장 동지.”
“그럼 정상회담의 조건을 비료와 양곡으로 제한 해. 그것도 남조선 인민들이 부정적인 느낌을 받지 않을 정도의 물량으로.”
“예, 위원장 동지.”
“목적은 정상회담이야, 알간?”
10월 1일 15시 35분
논현로를 빈차로 달리던 박대구는 차의 속도를 늦추면서 라디오의 볼륨을 높였다.
차 안에는 임시뉴스를 보도하는 사내의 목소리가 가득찼다.
“남북한 정상회담은 한반도의 평화와 함께 한민족의 대동단결을 위한 절호의 기회임과 동시에 북한 핵에 대한 해법도 찾게 될 것입니다.”
“한민족의 대동단결?”
박대구가 앞쪽을 보며 스스로 대답했다.
“뭐여? 민족? ^^허고.”
코웃음을 친 박대구가 말을 이었다.
“남북한 정권끼리 죽이 맞는다고 해라. 공산당 놈들허고 친북정권허고 말이여. 괜한 민족 끌어다 붙이지 말어!”
10월 1일 15시 45분
시위대가 모인 연세대 운동장 구석. 개혁의 소리 대표 김문철과 인터넷 신문 투모로의 편집장 오수환이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김문철이 입을 열었다.
“분위기를 (이대로) 유지한 채 정상회담을 기다리라는 지시야.”
긴장한 오수환이 머리를 돌려 김문철을 보았다.
“우리는 정상회담을 환영하는 시위대가 되는 거야.”
“역사에 기록될 나날이군. 오늘이, 그리고 내일도.”
흥분을 억제하기 힘든 듯이 오수환은 심호흡을 했다.
“이 상태로 가면 곧 통일이 되겠어, 민족의 숙원인 통일이.”
10월 1일
기무사 정보참모 장세환 대령은 신촌 로터리의 2층 커피숍에서 20대의 사내와 마주 앉아 있었다. 사내가 입을 열었다.
“정상회담 때까지 대기 상태를 유지 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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