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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팀의 `난자의혹'이 진실게임 양상으로 번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황 교수의 발표를 앞두고 `시나리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는 등의 루머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에 난자를 제공했다는 연구원의 이름까지 거론되고 있는 것은 물론 MBC와 PD수첩에 제보한 사람의 실명까지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진실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이게 어떤 식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보는지요?
저는 지난 12일 섀튼 교수가 결별을 선언한 이후부터 시작해 지금까지 며칠째 황 교수팀 취재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이제 슬슬 지치기도 하고, 힘이 들기도 하네요. 빨리 마무리지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솔직한 제 심정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 봅니다.
우리가 아직도 선진국이 되지 못했는데 너무 선진국을 뒤쫓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생각해 봅시다. 우리나라가 한참 산업화의 기치를 들고 산업역꾼들이 수출에 매진하고 있을 때인 92년 브라질의 리우환경회의에서 지구온난화 문제를 거론하면서 기후변화협약을 체결했죠..기후변화협약은 잘 아시는 것처럼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는 거였죠.
하지만 온실가스는 대부분이 석유, 석탄 등 화석 에너지에서 발생합니다.
물론 유예기간이 있긴 했던 것으로 생각되지만 당시 선진국 주도의 이 같은 정책이 개도국에게 주는 타격은 상당했고, 반발도 상당했던 것으로 생각이 됩니다. ,
에너지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철강, 화학, 시멘트 등에 치중했던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는 심각한 경제적 영향을 입을 수밖에 없었죠..
마찬가지로 생명공학과 윤리의 문제도 비슷한 관점에서 볼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아직 우리나라의 생명공학 수준은 선진국인 미국과 영국의 50% 수준에 미치지 못합니다. 당연할 수 밖에 없는 게 우리는 90년대 후반에서야 BT산업이라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출발이 늦었지만 선진국은 우리보다 최소 20년 이상은 앞서 있었습니다.
한국은 이제서야 걸음마 단계를 디딘 수준으로 보면 맞습니다.
이렇다 보니 윤리문제도 뒤쳐질 수 밖에 없는게 당연하죠..
그런데 그나마 황우석 교수팀이 배아줄기세포 연구에서 세계적인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불과 1년전의 일입니다.
생명공학계에서 알아주지도 않던 한국에서 그런 일을 해냈다고 하니 당시 세계 과학계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내심은 `아니꼬운' 눈길로 바라봤습니다. 실제로 해외 학회에 나가보면 많은 과학자들이 황 교수를 언급하면서도 `정말 그게 실현 가능성이 있느냐'는 말로 비아냥 거리는 것을 직접 듣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올해 또 다시 사이언스지에 한편의 논문을 더 발표하고, 세계 최초로 복제 개를 탄생시키면서 그나마 황 교수팀은 과학계에서 정말로 대접을 받게 됐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는 뛰어난 폴리페서(정치교수)로 통화는 섀튼의 힘이 컸죠.
어쨌든 이 과정에서 결국 윤리문제가 불거져 나왔습니다.
법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많은 윤리학자와 시민단체 등은 지적합니다. 왜 세계적인 윤리기준을 지키지 않았느냐고 말입니다.
하지만 아까 제가 말씀드린 기후변화협약처럼 우리의 출발은 처음부터 늦었고, 그만큼 윤리문제에 대한 기준이나 과학자들의 윤리의식도 뒤처질 수 밖에 없었다고 많은 과학자들은 말합니다.
생명공학수준은 선진국의 50% 인데 윤리문제는 선진국의 100%를 뒤쫓으라고 하면 우리는 언제 그 50%의 갭을 따라 잡을 수 있을까요?
이제 우리는 시작인데 이미 일가를 이루고 있는 선진국 연구팀의 윤리규정을 그대로 적용한다면 우리의 과학기술은 선진국을 영원히 앞지를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고 윤리기준을 지키지 말자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융통성을 발휘하자는 것이지요. 윤리기준이 마련되기 전에 이뤄진 일이라면 과감하게 `주의'를 주는 정도에 그치고 다음에 이런일이 없도록 규정을 강화하면 되는 것이지요.
흥미롭게도 아직까지 국내 언론의 질적 수준은 선진국의 50% 수준인 셈입니다. 그런 언론들이 100%의 윤리규정를 준수하지 못했다면서 대서특필하고 있는 것이죠.
참 재미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워낙 시야가 불투명해서 앞으로 황 교수팀의 윤리논란이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저도 장담하지 못하겠습니다. 윤리문제도 문제지만, 그동안 황 교수가 이 문제들을 거급 부인해왔기 때문에 이게 더 큰 부담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또 공식 발표 후 국제학계에서 어떤 식으로 받아들일지도 관심거리 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한가지는 우리가 명확한 가치관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줄기세포 연구가 앞으로 한국을 먹여살릴 미래기술로 가치가 있다면 과감히 용서도 해줄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죠. 어떤 분이 그러더군요. 김 기자는 너무 국익만을 강조한다고...윤리 문제는 뒷전이라는 것이죠..솔직히 그렇지는 않습니다만.
다만 이것 하나는 생각합니다.
이제 과학에서 뒤지면 절대로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것이죠.
지금 윤리문제를 집중 거론하는 일부 언론에 글을 쓰는 이들은 과연 이전에 나온 황 교수팀의 과학적 연구성과에 대해서는 얼마나 깊이있게 생각을 해봤는지 궁금합니다.
윤리문제도 중요하지만 무한경쟁시대에서 자국의 과학적 진보를 이뤄내기 위한 독자적인 국가 성장모델과 국민들의 지원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입니다. 답답해서 두서없이 써 봤습니다.
연합뉴스 김길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