千법무등 與핵심들, 정치적 입장 바뀌자 ‘소신 뒤집기’ -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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千법무등 與핵심들, 정치적 입장 바뀌자 ‘소신 뒤집기’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 문제를 놓고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 실세들이 모순된 태도를 보인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동국대 강정구(姜禎求) 교수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말바꾸기’라는 도덕성 문제로 비화될 전망이다. 본보가 17일 국회 속기록과 국회에 접수된 법안들을 조사한 결과 천 장관 등은 이미 1996년부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법무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제한하자’는 주장을 펴온 것으로 확인됐다.》
▽천 장관, 1996년에 지휘권 발동 제한 주장=천 장관은 1996년 4월 총선 때 당시 야당인 국민회의 소속 의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해 정기국회에서 천 장관은 검찰청법 8조를 고쳐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권을 폐지할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
당시 국민회의 측은 검찰이 1996년 4월 총선 때에 선거사범을 편파 수사했으며, 일부 야당 의원을 개인비리로 구속하면서 공안정국을 기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는 1996년 가을 정기국회에서 검찰 중립 문제를 정치쟁점화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당시 국회 법사위 속기록을 살펴보면 천 장관은 공세의 선두에 섰다.
1996년 10월 4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천 장관은 검찰청법 8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법무장관의 검찰 지휘권을 엄격하게 제한하자고 요구했다.
▽다른 여권 실세도 말 바꾸기=1996년 10월 15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소속 의원 128명의 명의로 검찰청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문제의 8조를 수정하는 내용뿐 아니라 검찰총장을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토록 하는 것도 핵심조항으로 들어갔다.
천 장관 외에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유선호(柳宣浩) 의원 등 현재의 여권 인사들도 대표발의자로 포함됐다.
그러나 이들의 입장은 지금 완전히 달라졌다. 이 총리는 17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반영해야 하며 마찬가지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법무부 장관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신 의원도 1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지키라는 장관의 지휘를 두고 부당한 외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만약 검찰에 의한 개별적인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법무부는 관여하지 말라’는 꼴이 된다”고 주장했다.
▽천 장관, 2001년에도 일관된 소신=1996년 천 장관과 이 총리 등이 대표 발의했던 검찰청법 개정안은 2000년 15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야당 시절에는 권력 견제에 적극적이었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막상 199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뤄 공동여당이 되자 생각이 달라졌던 것.
그러나 천 장관은 2001년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참여연대)가 요청한 검찰청법 개정 입법청원을 국회에 소개하는 등 장관의 지휘권 제한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보였다. 2001년 당시는 ‘이용호 게이트’ 등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을 때였다. 이때 천 장관은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신기남 의원과 함께 이른바 ‘천·신·정’트리오로 불리면서 동교동계와 각을 세우고 있기도 했다.
▽장관 되자 지휘권 발동, 앞뒤가 맞나?=천 장관은 막상 법무부 장관이 되고 나서는 이미 9년 전부터 제한을 주장했던 법무장관의 지휘권을 행사했다. 법조계에서는 “심각한 자기모순”, “이중적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천 장관 측과 청와대는 ‘지금은 과거와 달리 검찰의 독립이 완벽하게 이뤄져 있고, 오히려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서의 폐해를 통제해야 한다’는 상황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1996년 10월 국회 법사위에서 천 장관은 “검찰이 선량한 정치지도자를 만나면 그런대로 잘 하다가 사악한 지도자를 만나면 그 권력의 편에 서서 국민을 탄압하게 된다면 검찰의 중립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악하든 선량하든 어떤 권력자가 등장하더라도 검찰 독립을 영구히 지킬 수 있도록 확고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과거 정권은 사악한 권력이었고, 현 정권은 선량한 권력이니 지휘권을 발동해도 된다는 논리가 무색해지는 얘기를 이미 한 셈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발동’ 문제를 놓고 천정배(千正培)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권 실세들이 모순된 태도를 보인 사실이 확인됨에 따라 동국대 강정구(姜禎求) 교수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말바꾸기’라는 도덕성 문제로 비화될 전망이다. 본보가 17일 국회 속기록과 국회에 접수된 법안들을 조사한 결과 천 장관 등은 이미 1996년부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법무장관의 지휘권 발동을 제한하자’는 주장을 펴온 것으로 확인됐다.》
▽천 장관, 1996년에 지휘권 발동 제한 주장=천 장관은 1996년 4월 총선 때 당시 야당인 국민회의 소속 의원으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그해 정기국회에서 천 장관은 검찰청법 8조를 고쳐 구체적 사건에 대한 법무장관의 검찰총장 지휘권을 폐지할 것을 강하게 주장했다.
당시 국민회의 측은 검찰이 1996년 4월 총선 때에 선거사범을 편파 수사했으며, 일부 야당 의원을 개인비리로 구속하면서 공안정국을 기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국민회의는 1996년 가을 정기국회에서 검찰 중립 문제를 정치쟁점화하며 총공세에 나섰다. 당시 국회 법사위 속기록을 살펴보면 천 장관은 공세의 선두에 섰다.
1996년 10월 4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천 장관은 검찰청법 8조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법무장관의 검찰 지휘권을 엄격하게 제한하자고 요구했다.
▽다른 여권 실세도 말 바꾸기=1996년 10월 15일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소속 의원 128명의 명의로 검찰청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이 개정안에는 문제의 8조를 수정하는 내용뿐 아니라 검찰총장을 국회 동의를 거쳐 임명토록 하는 것도 핵심조항으로 들어갔다.
천 장관 외에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와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유선호(柳宣浩) 의원 등 현재의 여권 인사들도 대표발의자로 포함됐다.
그러나 이들의 입장은 지금 완전히 달라졌다. 이 총리는 17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은 국민에 의해 선출된 대통령의 통치철학을 반영해야 하며 마찬가지로 대통령에 의해 임명된 법무부 장관에 의한 민주적 통제가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신 의원도 1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불구속수사의 원칙을 지키라는 장관의 지휘를 두고 부당한 외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만약 검찰에 의한 개별적인 인권침해 행위가 발생하더라도 법무부는 관여하지 말라’는 꼴이 된다”고 주장했다.
▽천 장관, 2001년에도 일관된 소신=1996년 천 장관과 이 총리 등이 대표 발의했던 검찰청법 개정안은 2000년 15대 국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야당 시절에는 권력 견제에 적극적이었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막상 199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뤄 공동여당이 되자 생각이 달라졌던 것.
그러나 천 장관은 2001년 참여민주사회시민연대(참여연대)가 요청한 검찰청법 개정 입법청원을 국회에 소개하는 등 장관의 지휘권 제한에 대해 일관된 태도를 보였다. 2001년 당시는 ‘이용호 게이트’ 등 권력형 비리사건에 대해 검찰이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일고 있을 때였다. 이때 천 장관은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신기남 의원과 함께 이른바 ‘천·신·정’트리오로 불리면서 동교동계와 각을 세우고 있기도 했다.
▽장관 되자 지휘권 발동, 앞뒤가 맞나?=천 장관은 막상 법무부 장관이 되고 나서는 이미 9년 전부터 제한을 주장했던 법무장관의 지휘권을 행사했다. 법조계에서는 “심각한 자기모순”, “이중적 행태”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천 장관 측과 청와대는 ‘지금은 과거와 달리 검찰의 독립이 완벽하게 이뤄져 있고, 오히려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으로서의 폐해를 통제해야 한다’는 상황논리를 펴고 있다.
그러나 1996년 10월 국회 법사위에서 천 장관은 “검찰이 선량한 정치지도자를 만나면 그런대로 잘 하다가 사악한 지도자를 만나면 그 권력의 편에 서서 국민을 탄압하게 된다면 검찰의 중립이 제도적으로 보장돼 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사악하든 선량하든 어떤 권력자가 등장하더라도 검찰 독립을 영구히 지킬 수 있도록 확고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얘기였다. 과거 정권은 사악한 권력이었고, 현 정권은 선량한 권력이니 지휘권을 발동해도 된다는 논리가 무색해지는 얘기를 이미 한 셈이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