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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76회 작성일 2005-10-20 00:00
5일간 모른 '기러기 아빠'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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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 모른 '기러기 아빠' 죽음
유학비 대느라 맥주병 뒹구는 월세방서 …
6년째 번 돈 거의 보내 … 고혈압으로 숨진 듯

'마시다 만 맥주병, 널브러진 빨랫감, 수북이 쌓인 빈 그릇…'

가족들을 외국에 보내고 혼자 지내던 중 숨진 50대 '기러기 아빠'가 마지막으로 남긴 것들이다.

17일 오전 9시50분쯤 서울 서초구 양재동의 원룸 빌라에서 건축설계사 구모(52)씨가 속옷 차림으로 코에서 피를 흘린 채 숨져 있는 것을 회사 동료 김모(51)씨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1999년 자녀 2명과 부인을 미국으로 보낸 뒤 유학비를 대며 혼자 생활해 온 구씨는 숨진 지 5일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목격자 김씨는 "구씨가 며칠째 출근을 안 하고 연락도 닿지 않아 경찰에 신고한 뒤 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이미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김씨에 따르면 12일부터 연락이 안 돼 사흘 뒤인 15일에도 구씨의 집을 찾았으나 아무런 인기척이 없어 그냥 돌아갔다는 것이다. 구씨가 숨진 방에는 책과 옷가지가 어지럽게 흩어져 있었고, 업무에 필요했던 설계 도면과 지로용지 등이 바닥에 널려 있었다고 김씨는 전했다.

구씨는 6년째 번 돈의 대부분을 딸(21)과 아들(18)의 유학비로 보내고 자신은 월세 40만원짜리 10평 남짓한 원룸에서 생활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씨의 한 회사 동료는 "최근 사업이 어려웠지만 구씨가 매년 2000여만원씩 미국에 보냈다"며 "최근 딸의 결혼과 유학 비용 마련 문제로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구씨는 친구에게 500만원을 빌리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씨는 또 수년째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과정에서 최근 부인과의 관계도 악화돼 이혼 문제 등을 놓고 고민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방학 때마다 아이들이 찾아왔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가족에 대한 이야기는 좀처럼 꺼내지 않았다고 한다.

친구 김모(52)씨는 구씨에 대해 "내성적인 성격이라 평소 말은 잘 안 했지만 술을 마시면 외롭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말했다. 또 "아이들을 책임지기 위해선 돈이 필요한데 수중에 돈이 너무 없어 걱정된다고 털어놓기도 했다"고 김씨는 전했다.

구씨의 직장 동료 등에 따르면 유명 건축설계사무소를 운영했던 구씨는 4년 전 경영이 악화되자 사무실을 처분한 뒤 한 중소업체에서 건축 감리 업무를 하며 생활비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 사람들 말에 따르면 구씨는 평소에도 술을 많이 마시고 담배도 하루 두 갑 이상 피웠다"며 "의사인 형이 고혈압 증세가 있다며 처방을 해줘 두 달 전부터 고혈압 약을 복용해온 것 같다"고 말했다.

구씨는 휴대전화에 가까운 친인척 외에는 전화번호도 거의 저장해 두지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구씨가 지병인 고혈압 등으로 인한 뇌출혈로 숨진 것으로 보고 정확한 사망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했다. 구씨 가족들은 19일 새벽 한국에 들어와 경기도 백제화장터에서 장례를 치렀다.

한편 교육계에서는 자녀들을 외국에 유학 보내고 한국에 혼자 사는 속칭 '기러기 아빠'는 5만 명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정강현 기자<foneo@joongang.co.kricon_blog2.g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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