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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21 106주년 26회 교우의 날
동문들의 팔순, 칠순, 회갑연에서
최 혁 (55회)
귀중한 졸업장을 받아들고
긴 계동골목을 걸어나선지
어언 60년, 50년, 40년
멀고 먼 삶의 경로와 뒤안길을 돌아
용케도 다시 이 자리에 모인 45회 55회 64회 동문님들,
우리는 압니다.
우리의 지성과 인성 의로움을 키우고 가르쳐준 이곳은
민족사학의 명문 “중앙”
우리의 맥박 속에 아직도 그 중앙의 기백과 전통이 살아 있음을,
우리가 흘린 땀, 걸어온 하나하나의 길들이 모여
대한민국 60년 현대사, 산업화와 민주화의 과업이 이루어졌음을,
유서 깊은 이 희고 붉은 석조교사들과 교정 구석구석에
훌륭하신 우리 선배님들 선각자들의 한과 독립자존의
염원이 서려 있음을,
그리고 홍안소년들이었던
우리들의 숨결과 발자취가 남아있음을.
또 우리는 기억합니다.
일제 때 게다짝을 끌던 공립학교에
하나라도 지지 말라던 교장선생님들의 열화 같은 훈시를
황금사자기 청룡배 야구대회에서의 응원의 함성들을
변영로 이상화 서정주 시인들의 가슴 저린 시들을 암송하고
베토벤의 “운명”을 들으며
투르게네프와 헤르만 헤세의 첫사랑 연인을 꿈꾸던 시절을.
이제 세상이 변해
예전의 명성이 사라져가지만
중앙은 여전히 우리 모두의 마음의 고향
이제 모두 어르신이 되어 돌아온 우리 동문님들
평생 나보다는 나라를 먼저 생각하고
나라의 법을 지키며
조용히 맡은바 소임을 다해온 여러분들은 모두 위대한 나라의 초석
낙엽을 지게 하는 것은 바람이 아니라 세월인 것을
그 어쩔 수 없는 세월 속에 백발과 주름 노쇠의 연륜이
또 그토록 사랑하던 부모님들과 친구들을
먼저 떠나보낸 슬픔과 아픔이 켜켜이 쌓여있고,
세월호 참사가, 탐욕에 가득 찬 분열된 우리사회가
우리를 한없는 탄식과 분노 속으로 몰아넣어도
대한민국은 하나뿐인 우리의 귀한 나라
그러기에 우리는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하지 않으리.
이 땅의 평화, 보다나은 미래는
자라나는 아들딸 손주들을 위한 우리의 뜨거운 소망
두 손 모아 기도하며 살다 보면
기다리던 통일의 날도, 중앙의 영광도 돌아오리니,
동문님들이여
우리 모두 이 염원을 가슴에 안고
진하디 진한 우정을 나누어가며
한 백년 오래오래 살아보지요
병들지 말고 건강하게들 살아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