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강정구 교수가 출두에 앞서 동국대 학생들의 격려 글이 담긴 엽서 꾸러미를 펼쳐 보 이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
| 한 인터넷 언론에 '6.25 전쟁은 통일전쟁이었다'는 칼럼을 기고해 '보수단체'로부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고발당한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3차 소환 조사가 4일 진행된 가운데 경찰의 사법처리 방침을 철회하라는 시민단체의 반발이 잇따랐다.
특히, 이날 낮 12시 30분 강정구 교수는 옥인동 대공분실에 출두하기 앞서 '강정구 교수 사법처리 저지 및 학문의 자유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강정구대책위, 공동위원장 조헌정)가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색깔몰이' 중단과 이성적 논증으로 맥아더와 6.25에 접근할 것을 촉구하는 입장을 발표했다.
강 교수는 현대사, 통일, 평화, 미국과 주한미군, 북한사회, 민간인학살 등 우리 사회의 '냉전 성역'은 허물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이제까지 학문적 결론을 이적이나 찬양으로 몰았던 과거 행적에 사과하고 진정한 민주사회의 기본 요건인 다양한 평가와 해석이 존중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한국전쟁 당시 유엔총회 결의안 등을 근거로 제시하면서 "표준정답이었던 침략전쟁도 이제 내전형식의 침공으로 전쟁성격 규정을 수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며 종전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보수단체, "빨갱이는 북으로 가라"
| ▶보수단체의 기습적인 기자회견도 열렸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
| 이날 강정구대책위의 기자회견과 동시에 보수단체의 기습적인 기자회견과 '1인시위'도 열렸다. 활빈단 홍정식 단장은 경찰의 방어벽 뒤에서 기자회견 내내 인공기로 만든 펼침막을 흔들며 "강정구 너 간첩이지", "김정일에게 가라" 등의 구호와 욕설을 퍼부었다.
'우국충정단' 등 보수단체 회원 10여명은 기자회견장 맞은 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강정구 교수가 북한의 주장과 동일한 주장을 펼치고 있으며, 대학생들에게 북한의 주체사상을 전파하고 있다고 강변했다.
이 단체의 한 회원은 차량 위에 올라가 기자회견 참가자들에게 "빨갱이들은 북으로 가라"를 끊임없이 외쳤다.
이같은 보수단체의 방해 속에서, 강 교수가 "'경애하는 지도자 품으로 가버려'하는 식의 세 살짜리 수준의 막말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며 "이 논리라면 이 남한 땅에 그 많던 친일 권력자들은 모두 일본으로 가야했고, 지금 기성 주류의 대부분은 친미를 넘어 맹목적인 숭미주의자인데 이들도 모두 미국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대목을 낭독하자 참가자들 사이에서 우레와 같은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에 강정구대책위 측에서 이들에게 "미국이나 가라", "(정신)병원으로 가라" 등의 조소와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 ▶강정구 교수가 환한 표정으로 지인들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
| 기자회견에 앞서 강 교수는 시종 밝은 표정으로 기자회견에 참가하는 향린교회 교인 및 대책위 관계자들을 맞았다. 동국대 학생들은 국가보안법 철폐와 강 교수를 지지하는 내용을 담은 엽서 묶음을 강 교수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향린교회 조헌정 담임목사를 비롯한 향린교회 신도들도 출두에 임박한 강 교수의 손을 맞잡고 격려의 기도를 올렸다.
강 교수는 이날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맥아더와 6.25 전쟁 등과 관련해 사실 논쟁을 이념.가치 논쟁으로 몰아가는 일부 보수 언론의 보도행태에 유감을 표명했다.
3차 소환조사, "경찰, 학술강연을 들으려 하느냐"
이날 기자회견에서 강정구대책위는 "강정구 교수에 대해 과거 냉전시대의 유물이라 할 수 있는 국가보안법을 적용하여 수사를 진행한다는 것은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이며, 무르익어가는 남북 화해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며 강 교수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철회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동국대 학생대책위 유민지 위원장은 학문적 논쟁의 대상에 국가보안법을 적용하려는 경찰의 사법적 잣대에 대해 "경찰은 강 교수의 학술 강연을 듣는 것에 불과하다"며 "국가보안법 철폐는 강 교수의 사법처리 방침 철회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교수노조 강남훈(한신대 경제학과) 사무총장은 "옳든 그르든 학자의 의견을 국가보안법으로 다스리겠다는 것은 문명 국가의 야만"이라며 "학문은 토론과 비판을 하면서 발전하기 마련이다. 이를 통해서 올바른 견해가 정착된다"고 말했다.
| ▶향린교회 조헌정 담임목사가 국가보안법 철폐를 상징하는 떡메치 기를 하고 있다. [사진 - 통일뉴스 이강호 기자] |
| 이 기자회견에 앞서 동국대 학생대책위가 오전 11시 30분 서울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항의서한을 경찰청 민원실에 접수했다.
이들은 "보수단체와 경찰의 논리대로라면 함께 수업에 참여하고 강정구 교수의 학문적 입장에 동의한 학생들은 물론, 동의하지는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이를 신고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국가보안법에 의한 불고지죄로 함께 처벌받아야 한다"고 경찰 당국의 이중 잣대를 비판했다.
한편, 경찰의 지난 1.2차 소환조사로 강 교수가 <데일리서프라이즈>에 기고한 '6.25는 통일전쟁이었다'는 칼럼에 대한 보안법 적용 검토는 모두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3차 조사는 강 교수의 또 다른 연구물에 대한 확대 조사 내지, 보수단체의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시간끌기용'으로 보인다.
강정구 교수의 입장 발표(전문) | 색깔 아닌 이성적 논증으로 맥아더와 6.25에 접근할 것을 촉구한다!
‘6.25통일전쟁론 필화사건’의 광풍이 몰아치고 있는 현주소에서 이 땅의 수구숭미세력들이 지난 60년 동안 우려먹던 색깔몰이와 폭력몰이를 아직도 극복하지 못했음이 확인됐다. 칼럼 들머리에 맥아더 동상 철거공방에서 폭력몰이와 색깔몰이는 이제 그만하고 냉정한 이성적 논쟁을 하자는 당부를 비웃기나 하듯이 그들은 논증이나 설득이나 설명이 아니라 색깔몰이 일색으로 또 일부에서는 폭력몰이로 결판을 내고자 한다. 여기에 공안당국마저 덩달아 춤추는 듯 사법처리 운운하고 있는 기막힌 실정이다. 이 결과 6.25나 맥아더의 참과 진실은 더욱 색깔로 덫 칠 해져 일그러지고 있다.
현대사, 통일, 평화, 미국과 주한미군, 북한사회 등 왜곡과 불가침의 영역으로 존치되어 왔던 분야를 학문연구 중심영역으로 삼고 있는 학자로서 이들에게 다시 한 번 냉정한 이성에 기초해 논증과 설명력을 중심으로 논의를 펼칠 것을 호소하면서 아래 사항을 특별히 촉구한다.
첫째, 탈냉전통일시대를 맞은 이 시대적 상황에서 이제는 제발 색깔몰이 단골메뉴인 6.25나 한국전쟁을 빌미로 또다시 필화사건을 만들지 말아달라고 당부한다. 최근만 보드라도 1983년 리영희.강만길 관련 ‘기사연’사건, 1993년 한완상 사건(일명 『한국전쟁과 한국사회의 변동』사건), 1997년 이장희 사건, 1997년 박지동 사건, 1998년 최장집 사건, 2001년 김대중 대통령의 국군의 날 연설 사건 등으로 이장희사건 외에는 모두 냉전성역 0순위인 6?25의 전쟁성격에 대한 연구나 언급이 화근이 되었다.
이 냉전성역은 지난 반세기 이상 극단적인 냉전분단체제 아래 남북이 서로를 원천적으로 적대 및 부정하여 상대방에 극단적인 덫 칠을 가하여 악마화 하고 자기 것은 절대적인 선으로 미화하거나 신성시 해온 과정에서 형성된 불가침의 금기영역이다. 이에는 단일 표준정답이 있어 다른 해석이나 평가는 비록 학문연구라 하더라도 옥살이나 죽음 또는 불이익을 강요당할 정도여서 냉전성역은 파시즘 그 자체다.
이에는 6.25, 주한미군, 연방제 통일, 주체사상, 김일성, 김정일, 민족자주, 평화협정, 정통성, 항일무장 투쟁, 민간인학살 등이지만 6.25는 냉전성역 0순위로 성역 중에 성역이다.
냉전성역은 그 기반이 과학적 지식이 아니라 종교적 신념과 같은 맹목적 반공반북이데올로기다. 反과학이기에 진실의 왜곡.은폐이고 反이성적이며, 맹목적이기에 극단적이고 폭력적이다. 이래서 남북의 진정한 화해, 협력, 평화, 통일을 원천적으로 가로막으며 학문사상의 자유 등 민주주의의 기본을 침해한다. 그래서 이 성역은 허물어져야 한다. 이성적이라면 응당 이 냉전성역 0순위인 6.25에 대한 필자의 성역허물기를 색깔몰이 할 게 아니라 밀어주고 끌어줘야 할 것이다.
둘째, 색깔몰이 1등 신문으로 정평이 나 있는 어느 신문처럼 ‘경애하는 지도자 품으로 가버려’ 하는 식의 세 살짜리 수준의 막말은 하지 말기를 바란다. 필자는 자신을 친 민족으로 분류했지 친북으로 여겨 본적이 한 번도 없다. 설사 친북이라 하더라도 북으로 추방하는 것이 정당화 될 수 있을까?
이 논리라면 이 남한 땅에 그 많던 친일 권력자들은 모두 일본으로 가야했고, 지금 기성 주류의 대부분은 친미를 넘어 맹목적 숭미주의자인데 이들도 모두 미국으로 가야하는 것 아닌가? 자신의 논리에 따르면 이 주류 종이신문들은 모두 한국에 있을 것이 아니라 미국으로 가야 하는 것 아닌지 자신에 되물어야 할 것이다.
셋째, 통일전쟁론을 부정하려면 맹목적인 색깔몰이로 결판내려 하지 말고 북의 민주기지론과 남의 북진통일론이 전쟁목적에서 통일을 배제하고 있다는 사실차원의 역사자료를 제시해(이는 불가능하겠지만) 객관적으로 반증(反證)하기를 바란다. 동시에 1950년 10월 7일자 유엔총회 결의사항 376호 폐기를 요청해야 한다.
이 ‘한반도 통일결의안’은 1950년 10월 1일 이후 유엔군이 38도선을 넘어 북으로 진격한 시점에서 이를 사후 승인하는 결의안으로 “한반도의 평화회복, 통일선거 실시, 통일국가 수립을 위해 모든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을” 의결했다. 곧 유엔은 유엔군의 38도선 이북 진격을 허용하면서 이 행위를 통일전쟁으로 규정했다.
넷째, 표준정답이었던 침략전쟁도 이제 내전형식의 침공으로 전쟁성격 규정을 수정하는 것도 검토해야 한다. 국제법상 별개의 주권국가 사이 전쟁이 아니면 침략전쟁으로 볼 수 없다. 유엔은 50년 6월 25일과 27일 결의안에서 6.25를 침략전쟁으로 규정하지 않고 ‘평화파괴’라고 규정했고, 10월 7일 통일결의안 역시 통일을 전쟁목적으로 삼아 한 나라 안의 문제 곧, 내전으로 성격규정 했다. 6.25이전에 유엔은 남한만을 38선 이남 합법정부로 승인했지 북을 별개의 주권국가로 승인하지 않아 침략전쟁의 성격규정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국제법적으로 성립되지 않는 것을 일방적으로 또 이데올로기적으로 규정하는 것은 보편주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 설사 냉전기간에는 그랬다하더라도 이제 탈냉전시대에는 이런 구각의 굴레에서 응당 벗어나야 한다.
다섯째, 이제까지 학문적 결론을 이적이나 찬양으로 몰았던 과거행적에 사과하고 진정한 민주사회의 기본 요건인 다양한 평가와 해석이 존중돼야 한다고 역설해야 한다. 학문은 어떤 이해당사자에게 때로는 득이나 실도 되고, ‘찬양’도 되고 ‘이적’도 될 수밖에 없다. 학문적 결론은 희망사항이 아니라 학문적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연구 결과가 어느 단체나 특정인의 이해득실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과학적 지식이나 학문이 아니다. 이는 진실과 진리를 배반하고 학자의 양심을 파는 것이며, 곡학아세해 지식인 자신을 파멸로 이끄는 자기부정이며, 학문공동체의 존립기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다.
여섯째, 어떻게 국민정서에 반대하는 통일전쟁론을 감히 주장하느냐 하면서 국민 핑계를 댈 것이 아니라 국민이나 권력이 뭐라 하든 학문적 귀결은 이에 구애되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해야 한다. 국민정서에 맞는 학문만이 허용될 때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바뀌는 코페르니쿠스혁명도 불가능 했을 테고, 미국의 이라크침략전쟁도 정당화 되고 말 것이다. 또 국민정서는 수시로 바뀌므로 학문적 귀결은 국민정서의 변화에 따라 춤을 추듯 바뀌게 되는 이 엄청난 사태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일곱째, “침략전쟁인데 감히 통일전쟁이라고?” 라는 무식의 극치를 보이지는 말아야 할 것이다. 통일전쟁론은 전쟁주체자의 전쟁목표를 기준으로 내린 전쟁성격 규정이고 침략전쟁은 국제법적 기준에 의해 내려진 전쟁성격 규정이다. 차원이 다른 규정이므로 상호 배타적이 될 수 없다.
1950년 6월 25일과 27일 유엔 안보리는 6.25를 별개 주권국가 간의 무력행위인 침략전쟁이 아닌 ‘평화파괴’전쟁 곧 내전으로 규정했다. 또 10월 7일 유엔 총회 통일결의안 역시 6.25를 나라 안의 일인 내전으로 규정하고 동시에 통일전쟁으로 규정했다. 6.25 발발 당시 우리는 모두 6.25동란으로 불렀듯이 유엔이 침략전쟁을 부인하고 통일전쟁과 내전으로 전쟁성격을 규정한 것이다.
설사 6.25를 공식 규정인 침략전쟁이라 하드라도 여전히 통일전쟁일 수 있다. 그러므로 침략전쟁을 통일전쟁으로 성격규정 했기 때문에 정체성을 위배했다는 등의 주장은 소가 들어도 웃을 일이다.
올해는 해방과 분단 60년 환갑의 해다. 환갑은 지난 일생을 성찰하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는 전환의 출발입니다. 이번 필화사건을 마지막 소모적인 진통으로 마무리시키고 분단 60년에 즈음해 우리 남북 모두는 잘못된 지난날을 겸허히 반성하고, 시야를 남북 한 쪽에 고착시키는 외눈박이가 아니라 전 민족 차원으로 넓히고, 외세가 강제한 분단과 적대를 직시하고, 19세기 말의 각축전이 재연되고 있는 엄중한 오늘의 동북아정세를 남북이 함께 대처하고,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한 실천에 나아가기를 염원하고 촉구한다.
2005년 10월 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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