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11월 당국에 의해 친북(親北)사이트로 분류돼 차단 조치됐던 '주체사상', '선군정치연구소조', '구국전선' 등 김일성-김정일을 찬양하는 내용이 주류인 북한의 주요 인터넷 사이트들이 17일 현재 접속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북한이 미국 내 친북세력과 연계해 영문으로 운영하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 '선군정치연구소조'에 게재된 것으로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위대한 선군정치 만세!"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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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1월 경찰청 보안 2과의 요청에 따라 구국전선, 우리민족끼리 등 32개 친북사이트 접속을 전면 차단했으며, 차단조치가 내려진 뒤로 북한 당국은 '남조선이야말로 폐쇄된 사회', '군부파쇼독재의 언론암흑기를 연상케 한다'는 비난을 가해왔다.
접속 차단 사이트 가운데 9곳 열려 지난해 11월 접속 차단된 32개 사이트 가운데 현재 프록시 서버를 경유하지 않고 일반 접속이 가능한 곳은 '주체사상', '선군정치연구소조', '구국전선', '통일학연구소', '조선우호협회', '고려바둑', '조선관광', '평양정보센터', '현장의 소리' 등 9개 사이트다.
이 가운데 주체사상, 선군정치연구소조, 구국전선 등은 북한의 김정일 독재체제를 노골적으로 찬양하는 사이트이다. 특히 구국전선(現 반제민전)의 경우 북한의 대남공작기관인 통일전선부 산하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의 홈페이지로 최근 강정구 교수의 논문과 칼럼, 발언록 등을 다수 게재했던 사이트다.
공안당국은 구국전선은 올해 초 홈페이지에 게시한 신년메시지를 통해 "올해는 남조선의 주한미군 철수 원년이며, 이는 맥아더 동상철거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입장을 발표했으며, 이는 이적단체인 범청학련과 한총련이 "맥아더 동상철거는 만악의 근원인 주한미군을 몰아내겠다는 의지의 선언"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구국전선' 강정구 강연록 게재, 대남 선전용으로 활용 공안당국은 또 최근 "6·25는 북한이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발언을 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동국대 강정구 교수의 강연록인 <반맥아더백서>, <통일여명>, <반미백서>, <통일백서> 등의 경우 구국전선 홈페이지에 게시돼 대남 선전용으로 활용된 과정에 대해서도 의심을 품고 있다. 이유는 강 씨의 글과 논문이 북측 입장과 일맥상통할 뿐만 아니라, 남한 내 친북세력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남공작기관인 통일전선부 산하 '반제민족민주전선'(반제민전)의 홈페이지로 최근 강정구 교수의 논문과 칼럼, 발언록 등을 다수 게재했던 구국전선ⓒ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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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군정치연구소조'의 경우 북한이 미국 내 친북세력과 연계해 운영하는 대표적인 해외 개설 김일성-김정일 주체사상·선군 정치 찬양사이트로 내용은 모두 영문으로 되어 있다. 실제로 이 사이트를 접속하면 군복을 입고 있는 김정일의 사진과 함께 "침략전쟁을 일으킨다면 미국 놈들부터 박살낼 것이다", "미제에게 무자비한 징벌을 (내리자)",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위대한 선군정치 만세" 등의 내용이 담긴 사진이 첫 화면으로 뜬다.
접속 차단 대비 예비 사이트 주소까지 올려놓아 이들 접속 차단 사이트 가운데에는 자신의 사이트에 또 다른 친북사이트들을 연결해 놓아 네티즌들이 한 곳만 접속하면 모든 친북사이트를 쉽게 방문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일례로 '통일학연구소'의 경우 접속 차단에 대비해 예비 주소를 2개 더 만들었다. 이 사이트에서는 "통일학연구소가 다시 홈페이지를 등록해도 또 차단될 것"이라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예비 연결 주소를 기록해 두라"고 네티즌들에게 설명하고 있을 정도다.
북한은 지난 97년부터 인터넷을 통한 대남 선전·선동 활동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실제로 북한의 김정일은 지난해 초 "인터넷은 국가보안법이 무력화된 특별 공간", "인터넷 게시판은 항일 유격대가 다루던 총과 같은 무기"라며 한국 내 인터넷을 적극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려 사이트를 직접 운용하거나 다른 관련 사이트를 이용해 10대와 20대 젊은 층의 의식화를 주도해 나가도록 지침을 내린바 있다.
北, "남조선 인터넷 통해 장군님 문헌·로동신문 당일로 게재"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북한의 당간부나 군중들을 위한 강연자료인 '주체 92'(국군기무사령부 자료)에는 "남조선에는 사회의 주류였던 반공보수세력이 밀려나고, 탄압 당하고 숨어살아야 했던 진보적 운동세력이 활개를 펴고 주류로 등장했다"며 친북일색인 남한의 인터넷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하고 있다.
"남조선에서는 보천보 전투를 비롯한 어버이 수령의 영광 찬란한 항일혁명투쟁 력사가 백과사전은 물론, 학생들의 교과서에까지 공개적으로 서술되고 있다. 남조선 인터네트 망에는 우리의 선전물을 그대로 전하는 친북사이트가 2천여 개나 있는데 이 통로를 통해 장군님의 문헌과 로동신문 등이 당일로 게재되고 있다"
통일부, 최근 법무부에 11개 친북사이트 차단해제 요청 한편 통일부는 일반인의 접속이 차단된 인터넷 친북사이트의 개방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일 법무부가 국회 법사위 주성영 한나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통일부는 최근 친북사이트에 대한 차단조치 해제를 요청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법무부는 아직까지 명목상 이들 사이트에 대한 차단조치를 해제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현재 접속이 되고 있는 '주체사상'(Study of The Juche Idea)사이트. 북한이 일본서버를 통해 운영하고 있는 사이트로 일어, 영어, 불어, 스페인어 등 4개국어로 구성되어 있다. 북한은 이 사이트에서 주체사상 문건을 PDF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게 홈페이지를 꾸며놓았다. ⓒkonas.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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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부가 법무부에 차단해제를 요청한 사이트는 우리민족끼리, 조선통신, 조선신보, 조선인포뱅크, 실리은행, 조선우표, 조선출판물, 코리아북센터, 화려은행, 재독일동포협력회, 재호주동포전국연합 등 11개 사이트다. 이에 대해 통일부 관계자는 코나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차단해제 여부는 알지 못하는 사항"이라며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확인할 것을 주문했다.
"美 공안기관, 공중파서 '테러'란 단어만 나와도 추적" 부지불식(不知不識)간에 접속 차단이 해제되고 있는 친북사이트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공안관계자는 "친북 사이트가 방치되다시피 하는 것은 공직세계의 윗선에서 북한을 위험하게 보지 않는 시각이 일선에 영향을 미치는데다가 관련 법령조차 느슨하기 때문"이라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다.
"북한이 선전선동 차원에서 보내는 모든 정보가 걸러지지 않으면 그것이 나중에는 진실로 변하게 된다. 북한은 인터넷을 통해 전후(戰後)세대에게 '레드 바이러스'를 쉽게 침투시킬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쾌재(快哉)를 부른다. 9·11 테러 이후 미국 공안기관은 모든 공중파를 감시하면서 '테러'란 단어만 나와도 끝까지 추적해 오고 있다. 정치인은 정치를 하고, 국군은 보초를 확실히 서야 하는 건전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 (konas)
김필재 (코나스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