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학교] 100년 '중동맨'들 100봉 오르다 - 조선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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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학교] 100년 '중동맨'들 100봉 오르다
25일 오전 10시 설악산 대청봉과 지리산 천왕봉 위에 헬리콥터 2대가 동시에 나타났다. 10대에서 70대까지 정상에서 기다리던 일군(一群)의 장정들이 일제히 환호성과 함께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대동이라 대한에서 서울 복판에…’ 내년 개교 100주년을 맞는 중동고의 교가(校歌)와 응원가다. 이에 화답하듯 상공을 몇 바퀴 돌던 헬리콥터는 이내 북쪽과 남쪽으로 사라졌다. 서울 중동고(교장 김병택·金柄澤) 동문 1600여 명은 이날 대청봉에서 천왕봉까지 총연장 600km에 이르는 남쪽 백두대간 100개의 봉우리를 한날 동시에 오르는 ‘산악 잔치’를 벌였다.
‘백수(白壽·99년) 잔치’를 축하하기 위해 동원된 두 대의 헬리콥터는 이날 100개 봉우리에 오른 동문들을 빠짐없이 찾았다. 소수의 사람들이 몇 달에 걸쳐 백두대간을 종주하거나 릴레이로 등정한 사례는 있었으나 이처럼 대규모 인원이 한날 동시에 등정한 것은 국내 최초다.
이날 행사는 중동고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김병택 교장은 “70대에서 손자뻘 되는 동문이 함께 손잡고 산에 올랐듯 세대를 뛰어 넘어 국민화합과 통일을 기원하자는 뜻에서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1600여 명의 동문들은 전날인 24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학교 운동장에 집결했다. 학교측은 ‘세대를 뛰어넘는다’는 행사 취지에 맞춰 50회, 60회, 70회 하는 식으로 산(山)마다 졸업기수의 끝자리가 같은 동문 10~30명씩 조를 편성했다.
얼굴은 서로 모르지만 ‘동문(同門)’으로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들은 반갑게 두 손을 잡고 얘기꽃을 피웠다. 이들은 이어 40여 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다음날 산행을 위해 지리산, 속리산, 덕유산, 삼도봉, 문경새재, 소백산, 태백산, 청옥산, 오대산, 설악산으로 향했다.
이날 문경새재 마패봉에 오른 심재곤(沈在坤) 동문회장(전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은 “쾌청한 가을 날씨 속에 동문들과 국민 화합을 기원하면서 이처럼 뜻깊은 행사를 가져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고령 참가자인 장대덕(70)씨는 “백두산까지 오르지 못해 아쉽지만 아들, 손자뻘인 후배들과 산에 오르며 민족 화합을 몸으로 염원했다는 점에서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막내뻘인 최동규(19·서울대 기계계열 1년)군은 “까마득한 선배들과 산행한 것 자체가 평생 추억이 될 것”이라며 “남북 통일이 되면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진짜’ 백두대간을 동문들이 오르는 ‘통일 축하잔치’를 벌이고 싶다”고 말했다.
100주년기념사업회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무성(金武星) 한나라당 의원, 장영섭(張永燮) 연합뉴스 사장, 정장선(鄭長善) 열린우리당 의원, 서명덕(徐明德) 상명대 총장도 이날 속리산 문장대에 올랐다. 김 의원은 “아침 8시에 출발해 11시20분쯤 봉우리에 도착했다”며 “일제 때 민족 교육을 위해 만든 설립 취지를 되살려 민족 화합에 기여하자는 기원문을 낭독했다”고 말했다.
중동고 동문들은 ‘100년 중동, 1000년 미래’를 슬로건으로 채택하고 ‘민족 화합’ ‘평화 통일’ ‘중동 만세’를 함께 외쳤다.
서명덕 총장은 “동문들이 국가 미래 1000년을 위한 작은 일꾼이 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송석구(宋錫球) 전 동국대 총장, 이인정(李仁貞) 대한산악연맹 회장 등이 참가했다. 남편이 중동 동문인 이혜훈(李惠薰) 한나라당 의원도 참가했다. 해외에서도 동문들의 등반이 이루어져,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 동문 50여 명은 한국 시각 25일 오전 10시에 맞춰 인근의 앤젤마운틴에 올랐다.
중동고는 1906년 한어학교 교사인 ‘오규신·유광열·김원배’ 3명이 “나라를 되찾으려면 배워야 한다”며 서울 종로구 견지동 소재 전의감(典醫監·왕실의 의료기관) 건물을 빌려 설립한 한어야학에서 출발했다. 1914년 백농 최규동 선생이 중동야학교를 인수하며 종로구 수송동으로 이전했고, 1919년 중동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이병철 회장이 중동을 졸업한 인연으로 1994년 삼성이 한국의 ‘이튼 스쿨’을 만들겠다며 중동중·고를 인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99년간 6만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생으로는 고 이병철(李秉喆) 전 삼성그룹 회장, 한글학자 고 양주동(梁柱東) 박사, 시인 김지하(金芝河), 한광옥(韓光玉)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유홍준(兪弘濬) 문화재청장, 박기정 전남일보 사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손연호 경동보일러 회장, 이용한 (주)원익 회장,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박병엽 팬택앤큐리텔 부회장, 열린우리당 염동연·양승조·우제창 의원, 홍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이 있다.
대청봉서 천왕봉까지 600㎞… 노소동문 1600명
"1000년 미래 나가자" 전국 함성
을사늑약때 민족교육 개학 이병철 양주동 김지하 등 99년간 졸업생 6만여명
"1000년 미래 나가자" 전국 함성
을사늑약때 민족교육 개학 이병철 양주동 김지하 등 99년간 졸업생 6만여명
양근만기자 study@chosun.com
입력 : 2005.09.25 23:27 23' / 수정 : 2005.09.26 02:27 33'
‘백수(白壽·99년) 잔치’를 축하하기 위해 동원된 두 대의 헬리콥터는 이날 100개 봉우리에 오른 동문들을 빠짐없이 찾았다. 소수의 사람들이 몇 달에 걸쳐 백두대간을 종주하거나 릴레이로 등정한 사례는 있었으나 이처럼 대규모 인원이 한날 동시에 등정한 것은 국내 최초다.
이날 행사는 중동고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개교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한 것이다. 김병택 교장은 “70대에서 손자뻘 되는 동문이 함께 손잡고 산에 올랐듯 세대를 뛰어 넘어 국민화합과 통일을 기원하자는 뜻에서 마련한 것”이라고 말했다.
1600여 명의 동문들은 전날인 24일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학교 운동장에 집결했다. 학교측은 ‘세대를 뛰어넘는다’는 행사 취지에 맞춰 50회, 60회, 70회 하는 식으로 산(山)마다 졸업기수의 끝자리가 같은 동문 10~30명씩 조를 편성했다.
얼굴은 서로 모르지만 ‘동문(同門)’으로 오랜만에 만난 선·후배들은 반갑게 두 손을 잡고 얘기꽃을 피웠다. 이들은 이어 40여 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다음날 산행을 위해 지리산, 속리산, 덕유산, 삼도봉, 문경새재, 소백산, 태백산, 청옥산, 오대산, 설악산으로 향했다.
이날 문경새재 마패봉에 오른 심재곤(沈在坤) 동문회장(전 환경부 기획관리실장)은 “쾌청한 가을 날씨 속에 동문들과 국민 화합을 기원하면서 이처럼 뜻깊은 행사를 가져 뿌듯하다”고 말했다. 최고령 참가자인 장대덕(70)씨는 “백두산까지 오르지 못해 아쉽지만 아들, 손자뻘인 후배들과 산에 오르며 민족 화합을 몸으로 염원했다는 점에서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막내뻘인 최동규(19·서울대 기계계열 1년)군은 “까마득한 선배들과 산행한 것 자체가 평생 추억이 될 것”이라며 “남북 통일이 되면 한라산에서 백두산까지 ‘진짜’ 백두대간을 동문들이 오르는 ‘통일 축하잔치’를 벌이고 싶다”고 말했다.
100주년기념사업회 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무성(金武星) 한나라당 의원, 장영섭(張永燮) 연합뉴스 사장, 정장선(鄭長善) 열린우리당 의원, 서명덕(徐明德) 상명대 총장도 이날 속리산 문장대에 올랐다. 김 의원은 “아침 8시에 출발해 11시20분쯤 봉우리에 도착했다”며 “일제 때 민족 교육을 위해 만든 설립 취지를 되살려 민족 화합에 기여하자는 기원문을 낭독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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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덕 총장은 “동문들이 국가 미래 1000년을 위한 작은 일꾼이 되자는 뜻”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송석구(宋錫球) 전 동국대 총장, 이인정(李仁貞) 대한산악연맹 회장 등이 참가했다. 남편이 중동 동문인 이혜훈(李惠薰) 한나라당 의원도 참가했다. 해외에서도 동문들의 등반이 이루어져, 미국 로스앤젤레스 거주 동문 50여 명은 한국 시각 25일 오전 10시에 맞춰 인근의 앤젤마운틴에 올랐다.
중동고는 1906년 한어학교 교사인 ‘오규신·유광열·김원배’ 3명이 “나라를 되찾으려면 배워야 한다”며 서울 종로구 견지동 소재 전의감(典醫監·왕실의 의료기관) 건물을 빌려 설립한 한어야학에서 출발했다. 1914년 백농 최규동 선생이 중동야학교를 인수하며 종로구 수송동으로 이전했고, 1919년 중동학교로 이름을 바꿨다.
이병철 회장이 중동을 졸업한 인연으로 1994년 삼성이 한국의 ‘이튼 스쿨’을 만들겠다며 중동중·고를 인수해 현재에 이르고 있다. 99년간 6만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졸업생으로는 고 이병철(李秉喆) 전 삼성그룹 회장, 한글학자 고 양주동(梁柱東) 박사, 시인 김지하(金芝河), 한광옥(韓光玉) 전 대통령 비서실장, 유홍준(兪弘濬) 문화재청장, 박기정 전남일보 사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손연호 경동보일러 회장, 이용한 (주)원익 회장, 유경선 유진그룹 회장, 박병엽 팬택앤큐리텔 부회장, 열린우리당 염동연·양승조·우제창 의원, 홍경호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등이 있다.
댓글목록
어제 TV뉴스 시간에도 방영이 되더군요. 근데 중동고 제공이라고 나오던데, 동창회 행사를 헬리콥터를 임대하여 촬영하여 방송사에 주었다는 얘기인지?
생각보다 의외로 인물이 많군요.김지하씨가 중동 출신인줄 몰랐는데....반갑군요..ㅋㅋ.. 중동보다는 중앙이 더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학교가 더 좋다구요?..도토리 키재기인것 같은데..ㅋㅋ
우리 형 아들(장조카)도 올해 중동고를 졸업한 후 서울 의대에 진학해서 중동의 위상을 약간 높힌 것 같더군요. 그리고 저도 대학시절 중동 OB들과 같이 산행을 많이 했으며 내년 100주년 기념 에베레스트 등반 대장으로 연습중인 지훈구씨도 개벼라는 우리 산악팀 일원이지요. 세명대 정문영 교수도 저하고 친한 중동산악회 OB구요.
오래전 타계한 조각가 유인이도 중동 출신인데 학창시절 제 친한 친구였구요. 남산 국립극장 주차장으로 들어서다보면 유화백의 브론즈 조각이 김세중 선생님의 석조물을 뒤로 밀어 놓고 섬찟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