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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520회 작성일 2005-09-08 00:00
[여적] 경로당, <font color=blue>이승철(66회)</font> -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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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경로당
입력: 2005년 09월 07일 18:0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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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도시의 아파트촌은 물론 시골 어디에서나 가장 손쉽게 볼 수 있는 장소 가운데 하나가 경로당(敬老堂)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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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을 공경한다는 뜻의 경로당이란 이름이 일반화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20년 남짓이다. 그 이전의 이름은 사랑방 또는 노인정이다. 동네 부잣집에서 마을 사람들을 위해 방 하나를 제공하면 그곳에 농한기를 맞아 마을 사람이나 나그네들이 모인 것이 오늘날 경로당의 유래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사랑방과 노인정이 조선시대 또는 그 이전부터 마을마다 자연스레 형성됐다고 보고 있다(최순남, ‘현대사회와 노인복지’ 1984). 이때 주인은 감자, 옥수수, 술 등 간식을 제공해 힘들었던 농번기의 노고를 위로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과 해방 직후의 토지개혁, 6·25전쟁 등을 거치면서 전래의 사랑방들은 사라지고 노인들은 양지에 움막을 치거나 여름에는 정자나무 아래에서 환담을 하면서 노인정이 형성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사랑방이나 노인정이란 이름들은 1981년 노인복지법이 제정되면서 적어도 법률적으로는 경로당이란 단어로 대치됐다. 경로당이란 말 속에는 사랑방 등과 달리 노인을 공경하겠다는 적극적 의지가 담겨 있는 셈이다. 이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노인복지를 임의규정에서 강제규정으로 강화하는 등 ‘경로’를 역설하고 있다.

그렇지만 현실은 말만큼 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경향신문은 엊그제 충북 옥천의 한 시민이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홈페이지에 “경로당 노인들이 폭등한 기름값을 모으기 위해 화투놀이에서 ‘개평’을 뜯고 있다”며 “올 겨울 장관실 실내 온도를 우리 동네 경로당 온도와 똑같이 맞춰줄 것을 건의한다”고 고발하는 글을 실었다고 전했다. 또 지방자치단체나 정치지망생들이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기 위해 발걸음을 삼가는 바람에 추석이 눈앞으로 다가왔지만 경로당 분위기가 썰렁하다는 얘기도 들린다. 우리 모두가 말로만 ‘경로’를 외치고 있는 것 같아 부끄럽기 짝이 없다.

〈이승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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