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61)교우-前 교우회 사무처장,現 부회장- 어머님에 대한 記事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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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실한 소원이 나에겐 있지 다툼없는 나라와 나라 되라는…
일본 단가의 대가 고 손호연 여사… 도쿄서 추모 영상물 상영회
입력 : 2005.09.13 19:17 48' / 수정 : 2005.09.14 05:39 22'
13일 일본 도쿄 프레스센터에서 한 가인(歌人)을 기리는 행사가 열렸다. 일본의 노래란 뜻으로 ‘와카(和歌)’라고 불리는 단가(短歌) 창작에 50여년간 몰입했던 대가(大家)다. 500여명의 관객 앞에 놓인 커다란 사진. 그 속의 가인은 한복 차림이었다.
‘구만리 멀고 먼 거리지만/ 분단된 북녘보다 더 가까운 밤 하늘의 별무리’.
한국에 살면서, 한국인의 마음을 일본어 단가로 노래한 손호연(孫戶姸·1927~2003) 여사. 한국과 일본의 굴절된 과거, 그리고 현재를 생각할 때 선뜻 이해하기 힘든 삶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난 지금, 그가 남긴 2000여편의 단가는 점점 더 빛을 반짝이며 한국과 일본인의 마음을 조용히 감싸고 있다.
이날 행사에선 가인의 생애와 작품의 의미를 다룬 영상물이 상영됐다. 손호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맏딸 이승신(李承信·갤러리 ‘더 소호’ 대표)씨와 아들 이승훈(李承勳·리인터네셔널 회장)씨가 생전에 마음을 나눈 일본의 지인들, 가인의 단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영상물 제목은 ‘다툼이 없는 나라와 나라가 돼라’. 가인이 한국과 일본을 생각하면서 지은 단가에서 따온 것이다.
‘절실한 소원이 나에게 하나 있지/ 다툼 없는 나라와 나라가 되라는’.
묘하게도 이 구절을 세상에 널리 알린 이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다. 지난 6월 고이즈미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자 마자 이 구절을 읊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손호연씨의 말뿐이 아니라 두 나라의 희망과 바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앞으로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일본시에 한국인 마음 담아 맏딸·일 지인 등 500명 참석
13일 가진 시사회는 일본 외무성과 한국 외교통상부가 후원했다. ‘한일 우정의 해’ 기념 사업으로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공식행사라기보다는 뜻을 함께하는 이들끼리의 차분한 행사였다. 나종일(羅鍾一) 주일 대사도 참석하지 않았다. 가인은 도쿄제국여자대학에 유학하는 동안, 일본 단가의 대가인 사사키 노부쓰나(佐佐木信綱)를 사사(師事)했다. 어리고 여린 감수성으로 흡수한 와카의 세계는 그를 평생 일본어에 의지해 노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가인은 유학 시절을 제외하곤 평생 서울 종로구 필운동의 한옥에서 한복을 입고 한국의 장독대를 바라보며 시를 썼다. ‘같은 높이로 눈은 쌓이네/ 키 큰 항아리 옆 작은 단지 위에도’.
가인은 일본 일왕가의 초청을 받았을 때도 한복을 입었다. 스스로 “백제의 후예”라고 말했다. 일본 고단샤(講談社)에서 출간한 6권의 시집 중 다섯 권이 ‘무궁화’란 이름이다. ‘제1무궁화’ ‘제2무궁화’ ‘제3무궁화’… ‘겨레가 말없이 순종하는/ 오욕의 날을 눈여겨보던 나라꽃 무궁화’.
손 여사와 친분이 두터웠던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 교토시립예술대 학장은 “가인은 스스로 와카가 좋아서 와카를 쓰는 것이지 일본에 의리를 두어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와카를 그만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와카는 31자에 느낌과 생각을 담는 정형시다. 17자로 이루어진 하이쿠(俳句)와 함께 일본인들이 아껴온 문학 장르다. 일본인이 소중히 여기는 ‘만요슈(萬葉集)’에는 백제 도래인의 자취가 엿보이는 와카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그 형식을 잊어버렸다.
맏딸 이승신씨는 이날 인사말을 단가로 마무리했다. ‘눈, 코, 입 다를 게 하나 없네 친구와 나는/ 오직 다른 건 국적 하나뿐’.
‘구만리 멀고 먼 거리지만/ 분단된 북녘보다 더 가까운 밤 하늘의 별무리’.
한국에 살면서, 한국인의 마음을 일본어 단가로 노래한 손호연(孫戶姸·1927~2003) 여사. 한국과 일본의 굴절된 과거, 그리고 현재를 생각할 때 선뜻 이해하기 힘든 삶의 방식이었다. 하지만 세상을 떠난 지 2년이 지난 지금, 그가 남긴 2000여편의 단가는 점점 더 빛을 반짝이며 한국과 일본인의 마음을 조용히 감싸고 있다.
이날 행사에선 가인의 생애와 작품의 의미를 다룬 영상물이 상영됐다. 손호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맏딸 이승신(李承信·갤러리 ‘더 소호’ 대표)씨와 아들 이승훈(李承勳·리인터네셔널 회장)씨가 생전에 마음을 나눈 일본의 지인들, 가인의 단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마련한 자리다. 영상물 제목은 ‘다툼이 없는 나라와 나라가 돼라’. 가인이 한국과 일본을 생각하면서 지은 단가에서 따온 것이다.
‘절실한 소원이 나에게 하나 있지/ 다툼 없는 나라와 나라가 되라는’.
묘하게도 이 구절을 세상에 널리 알린 이는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다. 지난 6월 고이즈미 총리는 노무현 대통령과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자 마자 이 구절을 읊었다. 그리고 “이 노래는 손호연씨의 말뿐이 아니라 두 나라의 희망과 바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으로 앞으로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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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가진 시사회는 일본 외무성과 한국 외교통상부가 후원했다. ‘한일 우정의 해’ 기념 사업으로 인정도 받았다. 하지만 공식행사라기보다는 뜻을 함께하는 이들끼리의 차분한 행사였다. 나종일(羅鍾一) 주일 대사도 참석하지 않았다. 가인은 도쿄제국여자대학에 유학하는 동안, 일본 단가의 대가인 사사키 노부쓰나(佐佐木信綱)를 사사(師事)했다. 어리고 여린 감수성으로 흡수한 와카의 세계는 그를 평생 일본어에 의지해 노래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가인은 유학 시절을 제외하곤 평생 서울 종로구 필운동의 한옥에서 한복을 입고 한국의 장독대를 바라보며 시를 썼다. ‘같은 높이로 눈은 쌓이네/ 키 큰 항아리 옆 작은 단지 위에도’.
가인은 일본 일왕가의 초청을 받았을 때도 한복을 입었다. 스스로 “백제의 후예”라고 말했다. 일본 고단샤(講談社)에서 출간한 6권의 시집 중 다섯 권이 ‘무궁화’란 이름이다. ‘제1무궁화’ ‘제2무궁화’ ‘제3무궁화’… ‘겨레가 말없이 순종하는/ 오욕의 날을 눈여겨보던 나라꽃 무궁화’.
손 여사와 친분이 두터웠던 나카니시 스스무(中西進) 교토시립예술대 학장은 “가인은 스스로 와카가 좋아서 와카를 쓰는 것이지 일본에 의리를 두어서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와카를 그만두지 않았다”고 말했다.
와카는 31자에 느낌과 생각을 담는 정형시다. 17자로 이루어진 하이쿠(俳句)와 함께 일본인들이 아껴온 문학 장르다. 일본인이 소중히 여기는 ‘만요슈(萬葉集)’에는 백제 도래인의 자취가 엿보이는 와카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그 형식을 잊어버렸다.
맏딸 이승신씨는 이날 인사말을 단가로 마무리했다. ‘눈, 코, 입 다를 게 하나 없네 친구와 나는/ 오직 다른 건 국적 하나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