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봉진 선배님 기사...(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본문
[시론] '석유 1억 배럴 비축' 만으론 부족
우리나라도 ‘석유 1억 배럴 비축 시대’에 접어들었다. 최근 정부가 충남 서천에 1650만 배럴을 비축할 수 있는 석유저장탱크를 완공함으로써 가능해진 일이다. 먹는 문제에 매달렸던 1960년대 보릿고개를 떠올리면 ‘1억 배럴’이라는 적지 않은 석유 비축량은 가슴 뿌듯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주변여건은 어지럽다. 우선 국제유가가 천정부지(天井不知)다. 산유국의 증산 능력 정체, 소비증가, 사우디에 대한 적대세력의 테러 위협에다 헤지 펀드들의 투기적 사재기까지 가세하면서 국제유가는 그야말로 상향(上向) 경직적이다. 배럴당 60달러를 넘나드는 유가가 70달러 수준을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불행하게도 한반도의 자연환경은 단 한 개의 채굴 유정(油井)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절망적 상황은 ‘비축량 1억 배럴’을 초라한 숫자로 탈바꿈시켜 버린다. 1억 배럴은 순 수입량 기준으로 110일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같은 비축량도 선진국 수준과 비교하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자체 원유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보다 8일이나 더 많은 118일분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또한 해외에 적지 않은 자체 유전이나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우리보다 26일 많은 136일분을 비축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의 축은 ‘비축’보다는 ‘유전 확보’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전쟁으로 불리는 에너지 확보에 나서는 정부 정책의 적극성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총알 없이 전쟁을 치를 수 없는 것처럼 에너지 확보를 위해서는 막대한 돈, 즉 투자가 필요하다. 입만 열면 ‘에너지 안보’를 외치는 정부지만 막상 돈과 사람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예를 들어 정부가 석유라는 에너지원을 통해 매년 거둬들이는 돈은 무려 23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를 에너지 부문에 배분하는 규모는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세금의 4%에 불과한 연 1조원에 그치고 있다. 투자 없는 에너지 안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최근 정부는 산자부에 차관 자리 하나를 늘렸다. 에너지 부문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차관 한 사람이 모든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차관이 요술지팡이를 쥐고 있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옥상옥(屋上屋)식의 차관 자리보다는 석유자원전문가(reservoir engineer), 석유공학도(petro-engineer), 또는 현지 사정에 밝은 협상전문가가 더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게다가 자원외교에서 보여준 정부의 접근 자세는 중구난방이다. 러시아 유전을 개발한다며 에너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철도청이 나섰을 뿐 아니라 적지 않은 돈까지 떼였다. 석유 수입 중 78%를 중동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사우디 파드 왕의 서거는 무엇보다 중요한 관심사항이어야 했다. 때를 놓칠세라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찰스 영국 왕세자 등 외국 조문사절들이 발 빠르게 리야드를 찾았다. 우리도 이해찬 총리가 다녀왔지만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진솔한 마음 씀씀이가 제대로 전달된 것 같진 않다는 게 중평이다.
우리는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를 위한 ‘국가정책 1순위’는 에너지 문제가 차지해야 옳다. 바야흐로 지구촌은 ‘이산화탄소 경제’ 시대에서 ‘수소 경제’ 시대로 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이미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버스와 주유(注油)체계를 실용화한 단계다. 우리도 이런 세계의 흐름에 발맞추어야 한다.
양봉진·세종대 경영학과 교수
입력 : 2005.08.22 18:57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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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주변여건은 어지럽다. 우선 국제유가가 천정부지(天井不知)다. 산유국의 증산 능력 정체, 소비증가, 사우디에 대한 적대세력의 테러 위협에다 헤지 펀드들의 투기적 사재기까지 가세하면서 국제유가는 그야말로 상향(上向) 경직적이다. 배럴당 60달러를 넘나드는 유가가 70달러 수준을 넘기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불행하게도 한반도의 자연환경은 단 한 개의 채굴 유정(油井)도 허락하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절망적 상황은 ‘비축량 1억 배럴’을 초라한 숫자로 탈바꿈시켜 버린다. 1억 배럴은 순 수입량 기준으로 110일분에 해당한다. 하지만 이 같은 비축량도 선진국 수준과 비교하면 부족한 게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자체 원유자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보다 8일이나 더 많은 118일분을 확보하고 있다. 일본 또한 해외에 적지 않은 자체 유전이나 지분을 확보하고 있으면서도 우리보다 26일 많은 136일분을 비축하고 있다.
에너지 안보의 축은 ‘비축’보다는 ‘유전 확보’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전쟁으로 불리는 에너지 확보에 나서는 정부 정책의 적극성에는 심각한 문제점이 있다. 총알 없이 전쟁을 치를 수 없는 것처럼 에너지 확보를 위해서는 막대한 돈, 즉 투자가 필요하다. 입만 열면 ‘에너지 안보’를 외치는 정부지만 막상 돈과 사람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기 그지없다.
예를 들어 정부가 석유라는 에너지원을 통해 매년 거둬들이는 돈은 무려 23조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를 에너지 부문에 배분하는 규모는 석유를 기반으로 하는 세금의 4%에 불과한 연 1조원에 그치고 있다. 투자 없는 에너지 안보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최근 정부는 산자부에 차관 자리 하나를 늘렸다. 에너지 부문을 의식한 조치로 해석된다. 하지만 차관 한 사람이 모든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으리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차관이 요술지팡이를 쥐고 있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옥상옥(屋上屋)식의 차관 자리보다는 석유자원전문가(reservoir engineer), 석유공학도(petro-engineer), 또는 현지 사정에 밝은 협상전문가가 더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게다가 자원외교에서 보여준 정부의 접근 자세는 중구난방이다. 러시아 유전을 개발한다며 에너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철도청이 나섰을 뿐 아니라 적지 않은 돈까지 떼였다. 석유 수입 중 78%를 중동에 의존하는 우리로서는 사우디 파드 왕의 서거는 무엇보다 중요한 관심사항이어야 했다. 때를 놓칠세라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 찰스 영국 왕세자 등 외국 조문사절들이 발 빠르게 리야드를 찾았다. 우리도 이해찬 총리가 다녀왔지만 국민적 관심과 정부의 진솔한 마음 씀씀이가 제대로 전달된 것 같진 않다는 게 중평이다.
우리는 에너지의 97%를 해외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미래를 위한 ‘국가정책 1순위’는 에너지 문제가 차지해야 옳다. 바야흐로 지구촌은 ‘이산화탄소 경제’ 시대에서 ‘수소 경제’ 시대로 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아이슬란드는 이미 수소를 기반으로 하는 버스와 주유(注油)체계를 실용화한 단계다. 우리도 이런 세계의 흐름에 발맞추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