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준(70회)선배님관련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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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냉장고 전쟁' 뒤엔 한국기업 견제심리가.. | ||
50ㆍ60년대 변변한 한국 제 품이 없던 시절 미국에서 들여온 월풀과 메이택 냉장고ㆍ세탁기는 신분을 나타 내는 사치품에 속했다. 또 70ㆍ80년대 주재원이나 유학생 귀국 짐 속에는 반드 시 들어가야 할 재산 목록이었다. 최근 월풀이 메이택을 인수하기로 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월풀과 메이택은 최근 들어 한국 등 경쟁국 제품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지 만 여전히 미국에서는 가장 많이 팔리는 브랜드다. 하지만 한국인들을 잠시나 마 향수에 젖게 만드는 이들 브랜드의 통합 이면에는 무서운 음모(?)가 자리잡 고 있다. 야금야금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고 있는 한국 등 경쟁국 제품들 잔치 를 더 이상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특히 삽시간에 프리 미엄 소비자들을 사로잡고 있는 한국 제품이 주 타깃이다. 신문과 방송에는 보 도가 안됐지만 얼마전 월풀과 LG간 한바탕 전쟁이 있었다. 미국 기업이 힘들면 으레 그렇듯이 월풀은 LG 냉장고를 에너지 효율 규정을 어 겼다는 이유로 최근 미국 에너지부에 제소했다. LG쪽에서는 당황할 수밖에 없 었다. 자체 조사를 통해 전자식과 기계식간 차이점을 월풀측이 잘못 인식하고 제소했다는 것을 확신하고 에너지부에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하지만 에너지부는 실험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어 이를 미국 백색가전협 회(AHAM) 결정에 넘겼다. AHAM은 각종 백색가전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들 협회 로 정보를 공유하고 필요한 문제에 대해 대정부 로비도 벌이는 단체다. 비록 L G 등 미국에 진출한 기업들도 회원으로 참여하지만 미국 회사쪽으로 팔이 굽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AHAM이 LG측에 진위여부를 입증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는 사실상 기 술정보를 밝히라는 것으로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월풀 의도대로 투표로 가는 수순을 밟았다. 이럴 때 적용되는 것이 이른 바 '슈퍼 머조러티(Super Majority) 조항'이다. 시장점유율 기준 75% 이상을 차지하는 메이커 결정에 그대로 따르는 관행이다. LG는 설득과 해명이 가능한 대상을 총가동했다. 미국에 갓 진출한 회사들은 시 장점유율이 낮아 큰 도움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동병상련이랄까. 이들 의 작은 지원이 힘이 됐다. 여기에다 월풀의 지나친 독단을 못마땅해하던 미국 기업들도 음으로 양으로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결과 월풀 제소는 간발의 차 이로 부결됐다. LG 한 관계자는 "전쟁을 치른 느낌"이라며 "물건을 파는 일보다 앞으로 더욱 거세질 이런 류의 압력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더 큰 숙제"라고 고개를 가로저 었다. 대표적으로 LG 예를 들었지만 어디 이런 일이 LG뿐이겠는가. 삼성전자 현대차 등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들에는 언제라도 이들을 쓰러뜨리기 위한 경쟁사의 음 모가 도사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구나 최근 한국 기업들에 잇따라 쓴 맛을 보고 있는 일본 기업들은 암암리에 미국 기업과 연합해 한국 기업 견 제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한다. 눈을 돌려 한국 현실을 보면 이런 기업전쟁과 는 아랑곳 없이 태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경제가 점점 어려워지는 데도 총대를 메고 있는 기업들을 다독이거나 격려하는 분위기가 전혀 없다. 이 라크전쟁 와중에도 행여 기업들 투자마인드가 위축될까봐 각종 법안을 만드는 등 적극적인 기업 지원에 나서는 미국 부시정부와는 전혀 딴판이다. [뉴욕 = 전병준 특파원] < Copyright ⓒ 매일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