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은 21세기형 건축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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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은 21세기형 건축물" | ||
신영훈 한옥문화원 원장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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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훈 한옥문화원 원장(68)은 47년, 반세기에 걸쳐 한옥 연구와 한옥문화의 전파에 몸 바쳐온 인물. 남대문과 동대문 복원을 비롯해 우리 전통가옥을 복원하고 새로 짓는 일을 도맡아 감독하는 등 그를 거치지 않은 한옥 복원물이 없을 정도다. 고(古)건축계 거장인 그는 조선시대에서 본다면 건축 설계와 인테리어를 모두 관장하면서 도편수를 지휘하던 총감독관 ‘지우’에 해당한다.
신 원장은 1957년 국립박물관의 학예관으로 일하면서 한옥과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서 한옥의 구조를 익혔고 1960년대 남대문 중수공사의 감독관으로 일하면서 조선시대 경복궁을 지었던 도편수들을 만나 한옥 건축과 문화를 본격적으로 배웠다. 문화재전문위원이었던 그는 도편수들과 함께 전국을 다니며 한옥을 고치고 복원했다. 여기서 한옥과 전통가옥 만드는 법을 몸으로 익히게 됐다. 더욱이 아시아, 유럽, 남·북미, 아프리카 등 세계 구석구석을 다니며 여러 나라의 집을 연구할 수 있었던 것도 그에게 큰 기회였다.
“다른 나라 집과 비교해 보니 우리 한옥이 우리 기후와 풍토에 얼마나 잘 맞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여름철 더울 때는 대청마루만큼 시원한 곳이 없고 한옥에 달린 6겹 창은 겨울철 혹한을 이겨내기에 넉넉합니다. 홍수가 나도 댓돌이 있기 때문에 물이 방 안까지 들어오지 않습니다.”
그는 서양건축계에 우리 한옥의 진수를 알리기도 했다. 세계건축계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파리 건축계에 창호지 바른 미닫이 문과 구들을 소개,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최근 프랑스와 영국을 중심으로 구들과 유사한 바닥배관형 난방방식이 고급 건축물에 속속 채용되고 창호지를 이용한 은은한 채광방식이 유행하고 있는 것도 그의 영향이라고 볼 수 있다.
“선진국에서 우리 한옥문화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은 한옥의 우수성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최근 영국에서 전시회를 준비할 때 다른 나라 전문가들은 ‘한옥은 흙과 나무와 돌이 조화를 이뤄 자연친화적이며 전자파도 완벽하게 막아내는 21세기형 건축물’이라고 한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정작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된 한옥은 보기 어렵고 엉터리 한옥만 계속 지어지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문화재로 지정받은 서울의 북촌지역이나 최근 지어진 전주의 한옥마을 등 대표적인 한옥으로 알려진 많은 건물이 집장수가 지은 싸구려 유사 한옥에 불과합니다. 원가를 싸게 해서 날림으로 지은 집이기에 원래 한옥의 모습을 잃고 있습니다. 이 한옥에서는 겨울철 외풍조차 막기 어렵습니다.”
그는 왜곡되고 있는 한옥 건축을 바로잡기 위해 2000년부터 한옥 문화와 건축법을 일반에 알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위해 2003년 12월 한옥문화원을 설립, 한옥 건축법과 문화를 후학들에게 전수하고 있다.
임정빈 기자 jblim@segye.com
2005.03.30 (수) 16:5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