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인간과 짐승 사이의 동물, <font color=blue>김성희(64회)</font> - 중앙일보
본문
[책 한권의 여유] 남자는 인간과 짐승 사이의 동물
후~ 내 남편만 그런 줄 알았잖아
꼽아보면 그리 오랜 일도 아니건만 누천년의 세월이 지난 듯합니다. '백마 탄 왕자'를 꿈꾸던 철없던 시절 얘기가 아닙니다. 이름만 떠올려도 가슴 설레던 연애 시절 추억담이 아닙니다.
휴일 데이트 때면 특별한 계획을 들고 오던 남편이 일요일마다 구겨진 휴지처럼 잠만 잡니다. 밥짓기와 빨래를 어지간한 여자 이상으로 잘하던 그이가 재떨이 대령하는 일까지 아내에게 떠맡깁니다. 능력이 아깝다며 맞벌이를 적극 찬성하던 '자기'가 직장 회식이라도 있을라 치면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콘서트며 전람회며 문화에 관심이 많던 '오빠'가 프로야구 이야기 밖에 할 줄 모릅니다.
함께 길을 걸으면 돌아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깔끔하고 스마트하던 멋쟁이가 휴일이면 세수도 않고 식탁에 앉습니다. 그뿐입니까? 방귀도 예사로 뀝니다. 결혼기념일 까먹기, 반찬 투정은 예사고 싸움을 하면 금방 사과하던 마음 넓은 사람은 어디로 가고 절대 먼저 사과하는 법이 없습니다.
남자들은 결혼을 전후해 사람이 너무 달라집니다. 연인은 그렇지 않은데 왜 남편은 나태하고 쪼잔하고 무신경할까요? 사람이 변한 걸까요? 잡은 고기에 먹이 주지 않는다는 배짱일까요? 원래 그런 사람을, 눈에 콩깍지가 씌워 잘못 본 걸까요?
'원더풀 XY'(결혼심리를 이야기하는 여성들의 모임, 팬덤하우스)를 보니 궁금증이 좀 풀립니다.
휴일이면 방구들과 씨름하는 것은 피로를 푸는 방법이 달라진 거라 여기고 이불을 다독거려 주랍니다. 연애 중의 가사 협력은 '반놀이 삼아'한 거랍니다. 맞벌이를 찬성하는 남성의 내심은 '내가 집에 없을 때'란 조건부였답니다. 지적인 면모를 보였던 것은 '연기'를 한 것이라나요? '혹시 내 요리에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것은 관심이 없어서가 아닐까'하고 자문해 보랍니다.
일방적으로 이해만 강요하는 것 같지만 통쾌한 대목도 있습니다. 남자는 '인간과 짐승 사이'에 있는 동물이라며 대개 더러움이나 불결함에 일종의 '면역성'이 있다는 구절이 그렇습니다. 벌써 12년 전에 나왔던 책인데 개정판이 나온 것은 그만큼 생명이 길다는 얘기겠지요.
내 남편만 그런 것이 아님을 알게 되니 적어도 안도감을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김성희 기자<jaejae@joongang.co.kr>
2005.07.05 20:25 입력 / 2005.07.06 06:08 수정 휴일 데이트 때면 특별한 계획을 들고 오던 남편이 일요일마다 구겨진 휴지처럼 잠만 잡니다. 밥짓기와 빨래를 어지간한 여자 이상으로 잘하던 그이가 재떨이 대령하는 일까지 아내에게 떠맡깁니다. 능력이 아깝다며 맞벌이를 적극 찬성하던 '자기'가 직장 회식이라도 있을라 치면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콘서트며 전람회며 문화에 관심이 많던 '오빠'가 프로야구 이야기 밖에 할 줄 모릅니다.
함께 길을 걸으면 돌아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깔끔하고 스마트하던 멋쟁이가 휴일이면 세수도 않고 식탁에 앉습니다. 그뿐입니까? 방귀도 예사로 뀝니다. 결혼기념일 까먹기, 반찬 투정은 예사고 싸움을 하면 금방 사과하던 마음 넓은 사람은 어디로 가고 절대 먼저 사과하는 법이 없습니다.
'원더풀 XY'(결혼심리를 이야기하는 여성들의 모임, 팬덤하우스)를 보니 궁금증이 좀 풀립니다.
휴일이면 방구들과 씨름하는 것은 피로를 푸는 방법이 달라진 거라 여기고 이불을 다독거려 주랍니다. 연애 중의 가사 협력은 '반놀이 삼아'한 거랍니다. 맞벌이를 찬성하는 남성의 내심은 '내가 집에 없을 때'란 조건부였답니다. 지적인 면모를 보였던 것은 '연기'를 한 것이라나요? '혹시 내 요리에 잔소리를 하지 않는 것은 관심이 없어서가 아닐까'하고 자문해 보랍니다.
일방적으로 이해만 강요하는 것 같지만 통쾌한 대목도 있습니다. 남자는 '인간과 짐승 사이'에 있는 동물이라며 대개 더러움이나 불결함에 일종의 '면역성'이 있다는 구절이 그렇습니다. 벌써 12년 전에 나왔던 책인데 개정판이 나온 것은 그만큼 생명이 길다는 얘기겠지요.
내 남편만 그런 것이 아님을 알게 되니 적어도 안도감을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김성희 기자<jaeja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