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64회)선배님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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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희 기자의 뒤적뒤적] 직장상사 함께 씹으며 남편 기 좀 살려볼까요 또 있습니다. 평상시엔 무능하다느니, 사람이 덜 됐다느니, 혹은 자길 몰라준다느니 하며 상사 흉을 보던 남편이 인사철이 되면 안절부절 못 하는 것도 안쓰럽습니다. 반듯한 주관, 당당했던 태도는 어디 갔는지, 남편의 진가를 알아주는 조직, 윗사람은 다 어디 갔는지 슬프기도 합니다. '바보 같은 상사와 일하는 법'(덤보스연구회 지음, 한.언)이란 발칙한 책이 있습니다. 2002년에 나왔으니 좀 묵은 책이죠. 하지만 남편이 회사 일로 어깨가 처져 있을 때 회사며, 상사를 올려 놓고 함께 난도질하기 딱 좋은 '도마'입니다. 직원들끼리 토익 점수를 가지고 논란을 벌이자 "합격하면 한 턱 쏴"라고 끼어드는 차장, 워드프로세서로 작성한 보고서를 일목요연하게 만들라는 호통을 듣고는 서류에 자를 대고 표를 만드는 부장이 나옵니다. 디지털 시대의 바보 상사들이죠. 직원들을 출신 학교 또는 출신 지역별로 구분해 차별 관리하는지, 자기가 지시하고도 잘못되면 늘 부하 탓만 하는지, 최신 개그나 CF의 유행어도 모르면서 늘 트렌드 운운 하는지, 낙하산 부하직원은 거래처 바이어 대하듯 하는지 등 '국제 공인 바보 상사 측정 테스트'표도 나옵니다. 이렇듯 바보 상사를 감별하고 분류하는 법만 실린 게 아닙니다. '기거나 배 째거나 박 터지거나'하는, 바보 상사와 더불어 살기 처방도 제시됩니다. 간밤의 숙취에 시달리는 상사에게 요구르트나 '컨디션'을 건네는 백기 투항법, 문신을 한 팔뚝을 슬쩍 드러내 겁주기도 보입니다. 이 책을 남편 눈에 띌 만한 곳에 슬그머니 던져두면 어떨까요. 의기소침한 남편이 읽으면 적어도 "맞아, 맞아. 우리 부장 얘기야"하고 손뼉치며 원기를 회복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상사에게 '성질'을 과시하기 위해 술병으로 자기 머리를 치는 '술병 처방'은 잊으라고 당부해야겠죠. 또 하나, 회사에서 절대 읽지 말 것두요. 바보에게 바보라면 정말 화낸다니까요. 김성희 기자 <jaejae@joongang.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