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저성장의 피해는 서민이 본다, <font color=blue>곽만순(66회)</font> -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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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저성장의 피해는 서민이 본다
지난 주말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전문경영인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 참석한 대다수 기업인들은 올 하반기와 내년 경기는 이미 포기한 모습이었다. 올해 들어서도 투자는 늘어날 조짐이 없고 민간 소비 역시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는 데다, 그나마 성장을 받쳐주던 수출이 큰 폭으로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업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잠재경제성장률이 어느 수준까지 버텨줄 수 있는가에 집중됐다. 단기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도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외국 경제전망기관과 세계적 경영전략컨설팅사의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정부 정책 기조가 지속되는 한 과거와 같은 고성장이 다시 올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면서 “3~4%대의 경제성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기업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눈을 해외로 돌려보자. 올해 미국 경제는 3%대 중반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올해 우리 경제가 3%대 초반의 성장에 그친다면, 한참 치고 나가야 할 우리 경제가 이미 수십 년 전에 성숙 단계에 들어간 미국보다도 활력이 떨어지는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하게 된다. 중국은 작년에 이어 9%대의 고성장이 예상될 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일본도 긴 구조조정을 거치고 불황에서 탈출하는 모습이다.
주변국들이 부러워하던 한국 경제가 혼자 허덕이는 외톨이 신세가 된 것이다. 잠재경제성장률은 한 국가가 투입할 수 있는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의 투입량과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 지난 몇 년간 설비투자는 계속 부진하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 역시 개선되지 못했으므로 성장동력이 뒷걸음치는 것은 당연하다.
왜 우리 경제가 이렇게 됐고 마땅한 정책 대안을 찾기 어려운 지경이 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불경기로 고용이 증대되지 않으니 국내 소비가 부진하고, 근본적 투자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니 민간 투자가 살아날 리 없다. 계속된 투자 부진은 성장잠재력을 잠식하고 기업인들은 국내 시장을 버리고 잠재력이 큰 해외 시장으로 투자처를 돌리는 악순환이 이미 상당 기간 진행되고 있다.
내수와 수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걱정할 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해외 전문가들마저 한국 경제가 이 상태로 몇 해만 더 가면 경제 전체가 가라앉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반 서민들조차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지만 정책 당국자나 여권(與圈)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 아직도 정권 초에 금과옥조처럼 정한 ‘분배·균형개발·공공성 확대’ 등의 국정목표에 목을 매고 있다. 부동산, 대학입시 등 나오는 정책마다 혼선을 거듭하고 가진 자와 없는 자를 가르는데 누가 소비를 늘리고 투자를 하겠는가.
이제라도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지 않으면 투자가 일어날 수 없다. 현 정권은 ‘기득권층에 한번 밀리면 끝’이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대부분의 문제에 전투적으로 접근한다. 그러나 저성장의 피해는 가진 자들보다는 서민과 중소상인들에게 돌아간다. 불쌍하고 힘없는 서민을 생각한다면 한 번이 아니라 열 번인들 밀리는 것이 무엇이 두려운가. 불확실한 노사 관련 정책기조, 출자총액제한 제도, 수도권 입지규제 등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에 대해서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부 정책이 성장 중심으로 변하는 것이 가시화되지 않는 한 민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날 수 없고 꺼져가는 성장의 엔진을 다시 돌릴 수 없다.
곽만순 ·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CEO포럼 대표간사
입력 : 2005.07.12 19:28 38' / 수정 : 2005.07.12 20:21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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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인들의 최대 관심사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잠재경제성장률이 어느 수준까지 버텨줄 수 있는가에 집중됐다. 단기적으로 어렵다고 하더라도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외국 경제전망기관과 세계적 경영전략컨설팅사의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정부 정책 기조가 지속되는 한 과거와 같은 고성장이 다시 올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면서 “3~4%대의 경제성장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기업 생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충고했다.
눈을 해외로 돌려보자. 올해 미국 경제는 3%대 중반 정도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올해 우리 경제가 3%대 초반의 성장에 그친다면, 한참 치고 나가야 할 우리 경제가 이미 수십 년 전에 성숙 단계에 들어간 미국보다도 활력이 떨어지는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하게 된다. 중국은 작년에 이어 9%대의 고성장이 예상될 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의 40%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일본도 긴 구조조정을 거치고 불황에서 탈출하는 모습이다.
주변국들이 부러워하던 한국 경제가 혼자 허덕이는 외톨이 신세가 된 것이다. 잠재경제성장률은 한 국가가 투입할 수 있는 자본과 노동 등 생산요소의 투입량과 생산성에 의해 결정된다. 지난 몇 년간 설비투자는 계속 부진하고, 경제 전체의 생산성 역시 개선되지 못했으므로 성장동력이 뒷걸음치는 것은 당연하다.
왜 우리 경제가 이렇게 됐고 마땅한 정책 대안을 찾기 어려운 지경이 된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불경기로 고용이 증대되지 않으니 국내 소비가 부진하고, 근본적 투자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니 민간 투자가 살아날 리 없다. 계속된 투자 부진은 성장잠재력을 잠식하고 기업인들은 국내 시장을 버리고 잠재력이 큰 해외 시장으로 투자처를 돌리는 악순환이 이미 상당 기간 진행되고 있다.
내수와 수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를 걱정할 때만 해도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해외 전문가들마저 한국 경제가 이 상태로 몇 해만 더 가면 경제 전체가 가라앉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일반 서민들조차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지만 정책 당국자나 여권(與圈)은 아직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 같다. 사태가 이 지경인데 아직도 정권 초에 금과옥조처럼 정한 ‘분배·균형개발·공공성 확대’ 등의 국정목표에 목을 매고 있다. 부동산, 대학입시 등 나오는 정책마다 혼선을 거듭하고 가진 자와 없는 자를 가르는데 누가 소비를 늘리고 투자를 하겠는가.
이제라도 성장잠재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를 다시 정하지 않으면 투자가 일어날 수 없다. 현 정권은 ‘기득권층에 한번 밀리면 끝’이라는 강박관념 때문에 대부분의 문제에 전투적으로 접근한다. 그러나 저성장의 피해는 가진 자들보다는 서민과 중소상인들에게 돌아간다. 불쌍하고 힘없는 서민을 생각한다면 한 번이 아니라 열 번인들 밀리는 것이 무엇이 두려운가. 불확실한 노사 관련 정책기조, 출자총액제한 제도, 수도권 입지규제 등 투자를 가로막는 요인에 대해서는 국정의 최고 책임자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 정부 정책이 성장 중심으로 변하는 것이 가시화되지 않는 한 민간 소비와 투자가 살아날 수 없고 꺼져가는 성장의 엔진을 다시 돌릴 수 없다.
댓글목록
옳으신 말씀.
과연 서민이 피해를 보나요? 피해의 폭과 총량에 대한 논의 없이 과연이 서민이 무슨 피해를 본단말인지 모호합니다. 책임자가 무슨 결단을 내려야할지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