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화 < 한양대 교수 ·경영학 >
국내 경기의 장기 침체에 따라 한국의 창업 생태계는 심각하게 위축되어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점은 전반적으로 창업 기업의 사업 성과가 저조하며 실패율이 매우 높다는 점이다. 이로 인하여 창업 의욕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기업가 정신이 쇠퇴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외부 환경 때문이기도 하지만,창업 교육과 기업가 양성을 위한 사회적 투자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하다.
창업과 기업가 정신이 활발한 미국의 경우 다양한 창업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이 제공되고 있다. 미국의 카우프만 재단은 기업가 양성을 위해 연간 1500억원 이상을 투자하고 있으며 창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뱁슨 대학을 발전시키는 데 기여해 왔다. 이 외에도 JA, DECA, NFTE 등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갖추고 기업가 양성을 위한 청소년 프로그램이 활성화되어 있다. 캐나다 호주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인도 등도 국가 차원의 창업진흥기관을 설립하여 기업가 양성을 위한 정책적 투자를 늘리고 있다.
최근 벤처창업 실패 사례를 들여다보면 다수가 한 번도 제대로 된 창업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이 사업가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역량이 부재한 상태에서 기술이나 아이디어만 가지고 도전한 결과 실패를 경험하게 되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면 정부의 창업정책은 심각한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다. 창업 활성화를 통한 혁신기술의 사업화,고용기회 확대,청년실업 해소,경기 활성화 등이 절실하게 필요하나 직접적 지원을 확대하게 되면 과잉 창업 등으로 실패율이 높아지거나 성과가 저조해져 기대했던 정책 효과를 보지 못할 우려가 있다. 이러한 딜레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효과적이고 실질적인 창업 교육과 자문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정기교육 과정에서 기업가 정신 및 기업마인드 함양을 위한 기회 제공,예비 창업자의 기업가적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창업교육 및 훈련,산업과 시장에 대한 시의적절하고 구체적인 정보 제공,창업 및 성장 과정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컨설팅 지원체제 구축 등이 필요하다. 또한 사업을 정리하고자 할 때,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퇴출 자문(exit consulting)도 제공되어야 한다.
그간 정부도 창업 활성화를 위해 교육,정보 및 컨설팅 기회 제공을 위한 정책을 수행해 왔으나 수요자의 니즈와 현격한 격차가 존재해 왔다. 전문 교육자나 컨설턴트의 역량 부족, 사업 분야별로 세분화된 DB 부재, 교육 프로그램의 개발 미흡, 교육 교재 및 자료 부족, 교육 및 컨설팅 기관 부실 등의 한계점을 보이고 있다. 창업 교육은 현장 중심적이고 기능의 숙련을 필요로 하나, 강의 위주의 교육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힘들다.
창업 성공에 필요한 역량은 태도,기능,지식이 균형 있게 결합된 총체적인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창업 교육은 지식 및 정보제공 중심이다.
정보도 사업 분야에 특화된 구체적인 내용보다 일반적인 정보 제공에 그치고 있다. 창업 실패에 관한 연구에서 밝혀졌듯이 실패의 원인은 지식보다도 태도의 문제가 크고, 창업에 필요한 기능의 숙련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창업이 무모한 도전이 되지 않고, 창업정책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적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의 구축이 이루어져야 한다. 국가 차원에서 창업 교육, 훈련 및 컨설팅 분야 전문가를 양성(training of trainers)하는 기관의 설립이 필요하다. 효과적인 교육 및 훈련 프로그램, 교육 교재 및 방법론 개발과 확산이 이루어져야 한다. 창업 실패율이 높고 우수한 기업가가 나오지 않는다는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이들을 육성하기 위한 사회적 기반 확대에 체계적인 투자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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