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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기업 CEO 장수비결 믿음 주면 은퇴는 없다 : 17년째 그런포스펌프 사장 이강호씨
"덴마크 기업들은 사장을 채용할 땐 원래 그렇게 장기 계약을 한다더군요."
겸손한 표현이다. 이강호 사장은 "그 같은 회사 정책 때문에 오래 사장을 하는 것뿐"이라고 말했다. 이 사장은 1989년 덴마크의 그런포스펌프가 한국 진출을 모색하며 사장을 찾을 때 지원했다. 그 전에는 유원건설의 뉴욕지사장과 해외사업본부장을 지냈다. "해외 사업을 하다 보니 유수의 다국적기업 CEO가 한번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중에 그런포스펌프가 한국 사업을 준비한다는 얘기를 듣고 사장에 지원했죠."
본사 임원들이 한국에 와서 최종 후보 두 명을 뽑았다. 마지막으로 덴마크 본사에 가서 그룹 회장 등 고위 임원 10여 명이 앉은 가운데 하루종일 토론식 면접을 했다. "제가 될 것 같은 확신이 생깁디다. 사장이 되면 배짱으로 '10년 정도 계약하자'고 주장하려고 했는데 웬걸, 60세까지 22년 계약하자고 본사가 먼저 내미는 거예요. 알고 보니 많은 덴마크 기업이 사장의 정년을 정해놓고 계약한다더군요."
이 사장은 "그러나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계약은 아무 소용이 없다"며 "회사가 쪼그라드는데 자리에 오래 앉아 있을 강심장을 가진 사장은 별로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그런포스펌프는 외환위기였던 98년을 빼고는 해마다 고속 성장했다. 이 사장에 따르면 매출 100억원을 넘은 게 2000년인데, 지난해에는 460억원으로 늘었다. 비결은 그저 "직원들이 열심히 해서"라고 했다. 이 회사는 경기도 용인의 캐리비안베이,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수원 월드컵경기장 등에 펌프를 납품했다.
권혁주 기자 woongjo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