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과서 개악]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_박찬승,주진오[66회]
본문
박찬승 주진오
[日교과서 개악]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새역모 의도는 전쟁할 수 있는 나라 만드는 것"
'공민'은 재수정 요구하고 '역사'는 수정요구 보다
日단체롸 불채택운동을… '우정의 해'보이콧 안돼
문화·지자체 교류 통해 日우익의 형태 알려야
예상했던 대로 5일 일본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후소샤(扶桑社)출판사 등의 중학교 교과서가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고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등 오히려 개악된 것으로 드러났다.
독도 영유권 문제에 이어 역사교과서 사태까지, 올해 한일 관계는 안타깝지만 ‘우정’을 바랄 형편이 못 된다. 일본 우익세력이 주도하는 교과서 왜곡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우리 정부와 민간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지 등을 박찬승(47) 한양대 교수와 주진오(47) 상명대 교수에게 들었다.
▦박찬승=일부에서는 일본의 이번 검정 교과서 내용이 개악되지 않았다고 평가하지만 정확히 말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2001년 검정 과정에서 문제로 지적된 것들이 개선되지 않은 채 검정을 통과했다는 게 문제다.
▦주진오=2001년 검정 때부터 일본 정부는 교과서 내용은 집필자의 판단이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고 했는데, 교과서를 담당하는 장관인 문부과학상이 독도 문제를 학습지도요령에 포함해야 한다는 이야기 등을 한 것으로 보아 내용을 일본 정부가 유도한 측면이 많다고 본다.
후소샤 교과서에만 언급되었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검정신청본에는 없던 도쿄서적 등에 들어간 것은 일본 정부가 교과서 내용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박찬승=교과서 검정이란 정부의 시각을 반영하는 과정이다. 그 동안 일본의 교과서는 이에나가(家永) 교과서 소송에서 보듯 일본 정부의 시각에 맞지 않는 교과서를 탈락시키는 과정이었다. 최근 한중에서 왜곡 교과서 시정을 요구하자 집필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검정과는 거리가 먼 행태이다.
독도 관련 내용을 수정하도록 한 것은 분명히 문부과학성의 지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여러 개의 교과서가 똑 같은 형태로 서술 내용을 바꾼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검정 신청본(내년부터 사용)은 현재의 교과서와 비교할 때 개악된 형태로 검정신청이 됐다. 일본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수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두고 스스로 성의를 표시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2001년 수정 요구를 묵살한 태도가 그대로 유지된 것일 뿐이다. 일본이 성의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주진오=교과서 제작자의 의도는 검정 신청본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조선이 중국의 복속국’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 것이다. 검정 과정에서 ‘조공’으로 바뀌었지만, 사실 복속은 지배라는 개념이 강한 것이다. 한국이 오래 중국의 예속에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자신들의 식민지 지배가 한국사에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강조하려는 의도다.
▦박찬승=후소샤 역사교과서에는 근현대 시기의 칼럼이 많다. 한반도를 일본을 향하여 대륙으로 하나의 팔뚝처럼 돌출해 있다며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식으로 서술하거나, 가마쿠라(鎌倉) 막부 시기에 몽고가 조선반도를 거점으로 일본을 침략하려 했다며 대륙세력이 일본을 공격하는 기지로 한반도를 이용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2001년과 마찬가지로 한국 병합도 일본의 안전과 만주의 권익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리화했다. 그런 부분들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군대위안부 사실도 지난번에는 3개 교과서가 누락했는데, 이번에는 1개 교과서가 추가됐다.
▦주진오=식민지 지배가 조선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측면을 부각하는 것도 문제다. 자신들이 그 과정에서 저지른 수탈과 억압의 실체를 왜곡, 외면하면서 식민지 지배가 침략이 아니라 조선을 위한 행위로 생각케 하는 기술들이다. 이들은 영광의 일본사를 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과거사에서 부정적인 부분은 쓰지 않고 부각시키고 싶은 것만 서술하려고 한다.
▦박찬승=후소샤 교과서를 제작, 보급하는 배후에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 등 우익세력의 목표는 일본이 전쟁도 할 수 있는 나라로 가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 과거의 전쟁에 대한 혐오감 불식시키고, 미래의 전쟁에 애국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동참토록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청일ㆍ러일전쟁 등 과거 일본이 도발한 여러 전쟁을 합리화하는 내용이 다수 기술되어 있다. 분명히 자신들이 도발한 전쟁을 교묘하게 충돌로 묘사한다.
▦주진오=일본 역사교과서에서 한국 관련 대목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교과서에는 일본이 역사상을 어떻게 구축해갈 것인가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현재의 왜곡 교과서에서 나타나는 핵심은 일본의 역사는 영광된 역사이고 그들이 당한 피해는 억울한 것이라는 점이다. 역사교육의 문제는 헌법 개정, 교육기본법 개정과 표리일체의 관계라는 그들의 말에 초점이 있다. 역사교과서는 하나의 수단이다.
▦박찬승=1920년대 말 30년대 상황과 최근 상황이 유사하다. 당시는 국가주의자들이 젊은 군인들을 세뇌시켜 민간 내각을 붕괴시키고, 만주사변 중일전쟁을 일으켜 나라를 군부 중심으로 끌어 갔다. 최근 왜곡된 교과서를 만드는 사람은 그와 똑 같은 상황을 만들어가는 이데올로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때는 군인이, 지금은 젊은 학생들이 타깃이다. 역사교과서 왜곡의 주역은 제국주의 시절 일본의 국가주의자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교과서가 군국주의 부활의 상징이라는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내용이나 실제가 그렇다. 그들의 목표도 바로 그런 것이다.
▦주진오=형식 논리로 보자면 한 국가가 역사를 어떻게 쓰든, 전쟁을 하든, 국기를 갖든 주권 행사인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다. ‘보통국가론’이 그런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추진하는 세력의 과거 인식이다. 과거의 전쟁 도발 행위가 정당화, 미화되어, 경제대국이고 군사비 지출이 막대한 일본이 결국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을 때 주변국들이 과거의 피해를 보지 말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
▦박찬승=2001년 검정 이후 후소샤 교과서의 채택률이 낮아 그들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1930년대에 군국주의자들은 소수였다. 하지만 이들이 일본 정계와 국가를 움직였고 국민들이 따라갔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주류 정치인들이 우경화하고 교과서를 통해 그런 생각을 확산시키려 시도하는 현재 상황도 간단히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이들은 단순한 민족주의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배타적, 공격적인 민족주의라를 하자는 것이다. 그들은 향후 일본과 중국의 대결상황을 생각하고 있다. 거기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는 것이다. 대결과 전쟁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들의 성장을 막지 않으면 동아시아 정세에 매우 큰 화근이 될 수 있다.
▦박찬승=현재 문제가 되는 교과서는 역사교과서와 공민(사회)교과서이다. 교과서문제에 대응할 때 두 교과서를 한데 묶지 말고 분리해 다루는 것이 효과적이다.
독도의 일본영유권을 표시하도록 수정 지시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생각할 때 공민교과서는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재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역사교과서는 재차 수정을 요구하기보다는 민간에서 불채택운동을 활발하게 벌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도문제로 민간에서 공민교과서 불채택운동까지 벌인다면 일본 시민사회의 호응을 얻기가 힘들다고 본다.
▦주진오=분리 대응이 역사교과서에 대해 정부가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정부는 총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민간의 운동을 지원해야 한다.
불채택운동의 성과는 일본 내 양심적인 시민세력에 달려 있다. 현재 후소샤 교과서의 채택이 0.039%에 그친 데는 일본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활동과 주변국가의 지원이 잘 결합된 결과이다. 이번에 ‘새로운 역사를 준비하는 모임’은 후소샤 교과서의 채택률을 높이기 위해 갖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박찬승=2001년에는 역사교과서 왜곡에 반대하는 200여 개의 일본의 단체가 2,000여 회의 강연과 강습회를 통해 채택률을 낮추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올해도 그런 운동 시작됐다.
단체도 250여 개로 늘었고 회원수도 증가했다. 하지만 일본의 활동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의 시민사회가 굳건한 연대를 갖고 지지 지원해야 한다. 역사교과서문제와 관련해 한ㆍ중ㆍ일 3국 학자와 시민운동가들이 모인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가 공동 대응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주진오=우려하는 것은 격분한 나머지 일본인들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행동을 한다든가, 국내에 여행 중인 또는 거주하는 일본인들을 냉대하거나 나아가 협박하는 등의 편협한 민족주의를 보이는 것이다.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에 대응해야 하지만,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세력이 모욕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박찬승=독도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일간의 문화, 체육교류가 중단된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간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2001년 후소샤 교과서 불채택의 근저에는 일본과 자매결연한 한국 지자체의 노력이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있다. 활발히 교류하면서 이런 교과서가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일본은 섬이라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다른 나라와 어울려 산 경험이 적다. 그래서 배타적인 민족주의에 빠지는 경향도 있는데, 민간 차원에서 일본과 자주 교류해 일본이 어떻게 어울려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주진오=‘한일우정의 해’를 보이콧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단견이다. 한국을 느끼고 한국의 문화를 알고, 한국인과 접하다 보면 일본인들도 자신들이 우월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서로 왕래해 전쟁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우익의 행태는 또 얼마나 한일 우정을 해치는 것인지를 설득해나가야 한다.
<박찬승>
서울대 국사학과ㆍ문학박사(한국근대사) / 목포대 교수, 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 / 역사문화학회장 / ‘한국근대정치사상연구’ 등
<주진오>
연세대 사학과ㆍ문학박사(한국근대사) / 현 상명대 사학과 교수 /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대표집필
[日교과서 개악]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새역모 의도는 전쟁할 수 있는 나라 만드는 것"
'공민'은 재수정 요구하고 '역사'는 수정요구 보다
日단체롸 불채택운동을… '우정의 해'보이콧 안돼
문화·지자체 교류 통해 日우익의 형태 알려야
예상했던 대로 5일 일본 정부의 검정을 통과한 후소샤(扶桑社)출판사 등의 중학교 교과서가 식민지 지배를 정당화하고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는 등 오히려 개악된 것으로 드러났다.
독도 영유권 문제에 이어 역사교과서 사태까지, 올해 한일 관계는 안타깝지만 ‘우정’을 바랄 형편이 못 된다. 일본 우익세력이 주도하는 교과서 왜곡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우리 정부와 민간은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현명한지 등을 박찬승(47) 한양대 교수와 주진오(47) 상명대 교수에게 들었다.
▦박찬승=일부에서는 일본의 이번 검정 교과서 내용이 개악되지 않았다고 평가하지만 정확히 말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 중요하다. 2001년 검정 과정에서 문제로 지적된 것들이 개선되지 않은 채 검정을 통과했다는 게 문제다.
▦주진오=2001년 검정 때부터 일본 정부는 교과서 내용은 집필자의 판단이기 때문에 개입할 수 없다고 했는데, 교과서를 담당하는 장관인 문부과학상이 독도 문제를 학습지도요령에 포함해야 한다는 이야기 등을 한 것으로 보아 내용을 일본 정부가 유도한 측면이 많다고 본다.
후소샤 교과서에만 언급되었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검정신청본에는 없던 도쿄서적 등에 들어간 것은 일본 정부가 교과서 내용에 깊숙이 개입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박찬승=교과서 검정이란 정부의 시각을 반영하는 과정이다. 그 동안 일본의 교과서는 이에나가(家永) 교과서 소송에서 보듯 일본 정부의 시각에 맞지 않는 교과서를 탈락시키는 과정이었다. 최근 한중에서 왜곡 교과서 시정을 요구하자 집필자에게 책임을 돌리는 것은 검정과는 거리가 먼 행태이다.
독도 관련 내용을 수정하도록 한 것은 분명히 문부과학성의 지시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여러 개의 교과서가 똑 같은 형태로 서술 내용을 바꾼다는 것은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검정 신청본(내년부터 사용)은 현재의 교과서와 비교할 때 개악된 형태로 검정신청이 됐다. 일본은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수정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 그것을 두고 스스로 성의를 표시했다고 하는데 사실은 2001년 수정 요구를 묵살한 태도가 그대로 유지된 것일 뿐이다. 일본이 성의 운운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주진오=교과서 제작자의 의도는 검정 신청본에서 뚜렷이 드러난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조선이 중국의 복속국’이라는 표현을 자주 쓴 것이다. 검정 과정에서 ‘조공’으로 바뀌었지만, 사실 복속은 지배라는 개념이 강한 것이다. 한국이 오래 중국의 예속에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자신들의 식민지 지배가 한국사에서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강조하려는 의도다.
▦박찬승=후소샤 역사교과서에는 근현대 시기의 칼럼이 많다. 한반도를 일본을 향하여 대륙으로 하나의 팔뚝처럼 돌출해 있다며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식으로 서술하거나, 가마쿠라(鎌倉) 막부 시기에 몽고가 조선반도를 거점으로 일본을 침략하려 했다며 대륙세력이 일본을 공격하는 기지로 한반도를 이용했다는 것을 강조한다.
2001년과 마찬가지로 한국 병합도 일본의 안전과 만주의 권익을 방위하기 위한 것이라고 합리화했다. 그런 부분들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 군대위안부 사실도 지난번에는 3개 교과서가 누락했는데, 이번에는 1개 교과서가 추가됐다.
▦주진오=식민지 지배가 조선의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측면을 부각하는 것도 문제다. 자신들이 그 과정에서 저지른 수탈과 억압의 실체를 왜곡, 외면하면서 식민지 지배가 침략이 아니라 조선을 위한 행위로 생각케 하는 기술들이다. 이들은 영광의 일본사를 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과거사에서 부정적인 부분은 쓰지 않고 부각시키고 싶은 것만 서술하려고 한다.
▦박찬승=후소샤 교과서를 제작, 보급하는 배후에 있는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모임’ 등 우익세력의 목표는 일본이 전쟁도 할 수 있는 나라로 가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젊은 세대에게 과거의 전쟁에 대한 혐오감 불식시키고, 미래의 전쟁에 애국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동참토록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청일ㆍ러일전쟁 등 과거 일본이 도발한 여러 전쟁을 합리화하는 내용이 다수 기술되어 있다. 분명히 자신들이 도발한 전쟁을 교묘하게 충돌로 묘사한다.
▦주진오=일본 역사교과서에서 한국 관련 대목만 보는 경향이 있는데 그것은 극히 일부일 뿐이다. 교과서에는 일본이 역사상을 어떻게 구축해갈 것인가 하는 바람이 담겨 있다.
현재의 왜곡 교과서에서 나타나는 핵심은 일본의 역사는 영광된 역사이고 그들이 당한 피해는 억울한 것이라는 점이다. 역사교육의 문제는 헌법 개정, 교육기본법 개정과 표리일체의 관계라는 그들의 말에 초점이 있다. 역사교과서는 하나의 수단이다.
▦박찬승=1920년대 말 30년대 상황과 최근 상황이 유사하다. 당시는 국가주의자들이 젊은 군인들을 세뇌시켜 민간 내각을 붕괴시키고, 만주사변 중일전쟁을 일으켜 나라를 군부 중심으로 끌어 갔다. 최근 왜곡된 교과서를 만드는 사람은 그와 똑 같은 상황을 만들어가는 이데올로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때는 군인이, 지금은 젊은 학생들이 타깃이다. 역사교과서 왜곡의 주역은 제국주의 시절 일본의 국가주의자들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런 교과서가 군국주의 부활의 상징이라는 것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내용이나 실제가 그렇다. 그들의 목표도 바로 그런 것이다.
▦주진오=형식 논리로 보자면 한 국가가 역사를 어떻게 쓰든, 전쟁을 하든, 국기를 갖든 주권 행사인데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다. ‘보통국가론’이 그런 것이다.
문제는 그것을 추진하는 세력의 과거 인식이다. 과거의 전쟁 도발 행위가 정당화, 미화되어, 경제대국이고 군사비 지출이 막대한 일본이 결국 전쟁을 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을 때 주변국들이 과거의 피해를 보지 말라는 보장이 전혀 없다.
▦박찬승=2001년 검정 이후 후소샤 교과서의 채택률이 낮아 그들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1930년대에 군국주의자들은 소수였다. 하지만 이들이 일본 정계와 국가를 움직였고 국민들이 따라갔다.
마찬가지로 일본의 주류 정치인들이 우경화하고 교과서를 통해 그런 생각을 확산시키려 시도하는 현재 상황도 간단히 보아 넘겨서는 안 된다.
이들은 단순한 민족주의를 하자는 것이 아니라 배타적, 공격적인 민족주의라를 하자는 것이다. 그들은 향후 일본과 중국의 대결상황을 생각하고 있다. 거기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준비하는 것이다. 대결과 전쟁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들의 성장을 막지 않으면 동아시아 정세에 매우 큰 화근이 될 수 있다.
▦박찬승=현재 문제가 되는 교과서는 역사교과서와 공민(사회)교과서이다. 교과서문제에 대응할 때 두 교과서를 한데 묶지 말고 분리해 다루는 것이 효과적이다.
독도의 일본영유권을 표시하도록 수정 지시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생각할 때 공민교과서는 우리 정부가 일본 정부에 재수정을 요구해야 한다. 역사교과서는 재차 수정을 요구하기보다는 민간에서 불채택운동을 활발하게 벌이는 것이 바람직하다. 독도문제로 민간에서 공민교과서 불채택운동까지 벌인다면 일본 시민사회의 호응을 얻기가 힘들다고 본다.
▦주진오=분리 대응이 역사교과서에 대해 정부가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닐 것이다. 정부는 총체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민간의 운동을 지원해야 한다.
불채택운동의 성과는 일본 내 양심적인 시민세력에 달려 있다. 현재 후소샤 교과서의 채택이 0.039%에 그친 데는 일본 시민단체의 적극적인 활동과 주변국가의 지원이 잘 결합된 결과이다. 이번에 ‘새로운 역사를 준비하는 모임’은 후소샤 교과서의 채택률을 높이기 위해 갖은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
▦박찬승=2001년에는 역사교과서 왜곡에 반대하는 200여 개의 일본의 단체가 2,000여 회의 강연과 강습회를 통해 채택률을 낮추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올해도 그런 운동 시작됐다.
단체도 250여 개로 늘었고 회원수도 증가했다. 하지만 일본의 활동만으로는 부족하다. 한국의 시민사회가 굳건한 연대를 갖고 지지 지원해야 한다. 역사교과서문제와 관련해 한ㆍ중ㆍ일 3국 학자와 시민운동가들이 모인 ‘아시아평화와역사교육연대’가 공동 대응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다.
▦주진오=우려하는 것은 격분한 나머지 일본인들의 자존심을 훼손하는 행동을 한다든가, 국내에 여행 중인 또는 거주하는 일본인들을 냉대하거나 나아가 협박하는 등의 편협한 민족주의를 보이는 것이다. 독도가 자기 땅이라고 우기는 일본에 대응해야 하지만,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세력이 모욕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박찬승=독도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일간의 문화, 체육교류가 중단된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지방자치단체간의 교류는 더욱 활발해져야 한다.
2001년 후소샤 교과서 불채택의 근저에는 일본과 자매결연한 한국 지자체의 노력이 한몫을 했다는 분석이 있다. 활발히 교류하면서 이런 교과서가 도움되지 않는다는 것을 설득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일본은 섬이라는 지리적 조건 때문에 다른 나라와 어울려 산 경험이 적다. 그래서 배타적인 민족주의에 빠지는 경향도 있는데, 민간 차원에서 일본과 자주 교류해 일본이 어떻게 어울려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주진오=‘한일우정의 해’를 보이콧하자는 주장도 있는데 단견이다. 한국을 느끼고 한국의 문화를 알고, 한국인과 접하다 보면 일본인들도 자신들이 우월하고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서로 왕래해 전쟁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잘못된 생각인지, 우익의 행태는 또 얼마나 한일 우정을 해치는 것인지를 설득해나가야 한다.
<박찬승>
서울대 국사학과ㆍ문학박사(한국근대사) / 목포대 교수, 현 한양대 사학과 교수 / 역사문화학회장 / ‘한국근대정치사상연구’ 등
<주진오>
연세대 사학과ㆍ문학박사(한국근대사) / 현 상명대 사학과 교수 / 중앙교육진흥연구소 ‘고등학교 한국 근현대사’ 대표집필
댓글목록
두분 모두 66회 선배님이시네요^^
처리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