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잘하기 위해 어린 자녀의 혀를 수술하는 이가 있을 정도로 영어에 목매고 있는 우리나라에 제대로 된 영한사전이 없다?
적어도 이재호(70·사진) 성균관대 명예교수에 따르면 그렇다. 그는 1970년부터 영한사전의 오류를 수집했다. 우연히 sir의 뜻에 '경(卿)'이 빠진 것을 확인한 것이 계기였다. 그렇게 34년간 정리한 자료를 『영한사전비판』(궁리)이란 책으로 엮어냈다.
이 교수는 이 책에서 시판 중인 사전 7종을 분석했다. 무엇보다 뜻풀이에서 순수 우리말이 뒷전으로 밀려난 것이 새삼 눈에 띈다. temple을 찾으면 '사원'은 있어도 '절'이 없고, chain-smoker는 '줄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고 길게 풀이하면서도 '골초'는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king의 뜻에 왕과 군주는 있어도 '임금'은 빠졌다. teacher에는 교사, 선생은 있어도 '스승'은 보이지 않는다.
틀리거나 빠진 대목도 한두 군데가 아니다. 법학대학원인 law school을 제대로 옮긴 사전은 두 종뿐이고 나머지는 법과대학, 법학부라고 옮겼다. 사회복지사인 social worker는 사회사업가로 설명한 것도 틀린 예다. taekwondo(태권도)를 teakwondo로, stoa(스토아학파·그리스식 건물의 회랑)를 sta로 하는 등 아예 영어 철자가 틀렸거나 뜻풀이에서 호랑(회랑), 올핌포스(올림포스), 가면 희곡(가면 희극)으로 인쇄한 사전이 버젓이 몇 년째 통용되는 것은 부끄러울 정도다.
여름철 인기 레포츠로 떠오른 래프팅(rafting), 배구의 수비전문 선수인 리베로(libero), 자유무역협정(FTA) 등 최신 용어들을 표제어에서 빠뜨린 사전도 많다. 그러면서도 이 사전들은 매년 새 학기면 최신 단어를 수록했다고 광고한다. 그뿐만 아니라 prime rate의 풀이가 '우대 금리' '최우대 금리' '표준(우대) 금리' '최저 금리'로 사전마다 달라 혼동을 주기도 한다.
지금도 성균관대 번역대학원에서 강의하는 이 교수는 우리 영한사전이 이처럼 부실한 것은 일본어판을 베끼거나 모범으로 삼은 탓이라고 분석한다.
김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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