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체육 단체장 연임 제한은 비민주적 규제, <font color=blue>정몽준</font> &l…
본문
입력 : 2013.10.15 03:02
-
- 정몽준 새누리당 국회의원
국제 스포츠계에는 오랜 인맥과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일종의 '마피아'를 형성한다. 우리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선 그들과 친분을 쌓아야 한다. 이는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니다. 거의 50년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을 지냈던 아벨란제 전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과 같은 남미나 유럽의 축구계 거물들은 수십 년 그 자리를 지켜왔다. 말레이시아 국왕으로 우리나라를 두 차례 방문했던 술탄 아마드 샤는 수십 년 동안 축구협회장을 맡고 있다. 월드컵이나 올림픽 같은 국제적 행사를 유치하려면 이러한 두터운 인맥이 필요하다.
연임을 두 번으로 제한한다면 국제 스포츠계 진출 기회를 스스로 봉쇄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국제 스포츠계 진출을 위해서는 예외를 인정해 심사를 거칠 수 있다고 했지만 그 절차 역시 지극히 관료적인 발상이어서 실효성이 의심된다.
국제 스포츠계 진출은 정부가 관여할 문제가 아니라 각자 자신의 위험부담을 안고 시도하는 것이다. 필자가 1994년 FIFA 부회장에 도전하던 당시 축구협회장에 선임되어 FIFA 부회장 출마를 결심했을 때만 해도 국내 축구계에서 당선 가능성을 믿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경쟁자들은 쿠웨이트 왕족에 국가올림픽위원회 연합회(ANOC) 회장과 아시아 올림픽평의회(OCA) 회장을 겸임하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장도 역임한 셰이크 알 사바였다. 카타르의 후보 역시 왕실의 전폭적 지원을 받는 인사였다. 이런 상황에서 FIFA 도전은 큰 모험이었지만 성공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방안대로 심사를 했다면 처음부터 가능성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을 것이다. 만약 국회의원의 임기를 2번 중임으로 제한하고, 장래성이 있는 의원만 심사를 통해 예외를 인정한다고 하면 아마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 것이다.
일부 체육 단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그에 맞는 방법으로 고칠 일이지 획일적인 과잉 규제를 만드는 것은 비민주적 발상이다. 정부의 발상은 비단 체육계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민주주의 원칙에 위배되는 이런 식의 규제 일변도 행정은 사회 전체의 분위기마저 퇴행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민주주의'의 저자 알렉시 토크빌은 다음과 같이 경고한 바 있다. "민주주의에서 정부는… 획일적 규제로 사회 전체를 뒤덮어 버리려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인간의 의지는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지만 약화되고, 구부릴 수 있어지고 의타적인 것이 된다. 이러한 정부는 폭압적이진 않지만 사람들을 억누르고, 힘을 빼고, 지워버리고, 혼을 빼놓음으로써 나라 전체가 말 잘 듣고 생산적인 동물의 무리보다도 못하게 만들어서…."
자유롭고 자율적인 민간단체들이 많을 때 건강한 민주사회는 가능하다. 과도한 정부의 개입과 규제는 민주주의의 핵심인 자유와 자율을 해친다. 정부의 창조적 사고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