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들 천만 가지 문 앞에 휘늘어져서 구름인 듯 인가를 볼 길 없더니 문득 목동이 피리불며 지나간다 강 위에 보슬비요 날도 저물어 가누나
千絲萬縷柳垂門 綠暗如雲不見村 忽有牧童吹笛過 一江烟雨自黃昏
지은이 : 죽향(竹香). 호는 낭각(琅珏). 평양 기생. 참 고 : 연우(烟雨)―아지랑이가 낀 것처럼 내리는 비
頭甸村 막다른 골목길 (57×88㎝)
秋月夜
추향
노를 저어 맑은 강 어귀에 이르니 인적에 해오라기 잠 깨어 날고 가을이 짙은 탓인가 산빛은 붉고 흰 모래엔 달이 둥글다
移棹淸江口 驚人宿驚飜 山紅秋有色 沙白月無痕
지은이 : 추향(秋香)
白沙村 (57×88㎝)半月
황진이
崑崙의 귀한 玉을 누가 캐어 織女의 얼레빗을 만들었는가 오마던 임 牽牛 안 오시니 근심에 못 이겨 허공에 던진 거라오
誰斷崑崙玉 裁成織女梳 牽牛一去後 愁擲碧空虛
지은이 : 황진이(黃眞伊). 중종 때 기생.
寺谷 會鶴里 (47×69㎝)
秋雨
혜정
금강산 늦가을 내리는 비에 나뭇잎은 잎마다 가을을 울리네 십년을 소리없이 흐느낀 이 신세 헛된 시름에 가사만 젖었네
九月金剛蕭瑟雨 雨中無葉不鳴秋 十年獨下無聲淚 淚濕袈衣空自愁
지은이 : 혜정(慧定). 여승(女僧). 참 고 : 가의(袈衣)―중이 입는 옷.
三成里 江邊 (53×97㎝)
어이 얼어 자리
한우
어이 얼어 자리 무슨 일로 얼어 자리 원앙 베개와 비취 이불을 어디 두고 얼어 자리 오늘은 찬비 맞았으니 녹아서 잘까 하노라
어이 얼어 잘이 므스 일 얼어 잘이 鴛鴦枕 翡翠衾을 어듸 두고 얼어 자리 늘은 *비 맛자신이 녹아 잘* *노라
지은이 : 한우(寒雨). 조선 선조 때 임제(林悌)와 가까이 지내던 평양 기생.
西雙版納湖畔 (47×68㎝)長霖
취연
열흘이나 이 장마 왜 안 개일까 고향을 오가는 꿈 끝이 없구나 고향은 눈 앞에 있으나 길은 먼 千里 근심 어려 난간에 기대 헤아려보노라
十日長霖若未晴 鄕愁蠟蠟夢魂驚 中山在眼如千里 堞然危欄默數程
지은이 : 취연(翠蓮). 자는 일타홍(一朶紅). 기생 참 고 : 장림(長霖)―긴 장마 중산(中山)―지명. 사랑하는 임이 있는 곳, 또한 고향
水海子村 (47×68㎝)晩春
죽서
꽃이 지는 봄은 첫 가을과 같네 밤이 되니 은하수도 맑게 흐르네 한 많은 몸은 기러기만도 못한 신세 해마다 임이 계신 곳에 가지 못하고 있네
落花天氣似新秋 夜靜銀河淡欲流 却恨此身不如雁 年年未得到原州
지은이 : 죽서(竹西). 철종 때 사람. 서기보(徐箕輔)의 소실
安東 李陸史마을 (45.5×68㎝)
履霜曲―작자 미상
비가 내리다가 개고 눈이 많이 내린 날에 서리어 있는 수풀의 좁디좁은 굽어돈 길에 다롱디우셔 마득사리 마득너즈세 너우지 잠을 빼앗아간 내 임을 생각하니 그러한 무서운 길에 자러 오겠는가? 때때로 벼락이 쳐서 無間地獄에 떨어져 고대 죽어버릴 내 몸이 내 임을 두고서 다른 임을 따르겠는가? 이렇게 하고자 저렇게 하고자 이렇게 할까 저렇게 할까 망설이는 期約입니까? 맙소서 임이시여 임과 한 곳에 가고자 하는 기약뿐입니다
지은이 : 작자 미상
月影의 農家 (97×148㎝)河橋
연희
은하수 다리에서 견우직녀 이 날 저녁에 만나 옥동에서 다시 슬프게 헤어지네 이 세상에 이 날이 없었더라면 백년을 즐겁게 살아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