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위험하다. 대한순환기학회에 따르면 '심장 돌연사' 위험이 지난 10년 새 두 배 이상 늘어났다. 심장 돌연사 중 70~80%는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 관상동맥질환에서 온다. 이 두 가지 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92년 인구 10만명당 12.5명에서 2002년에는 25. 2명으로 늘어났다. 심장 돌연사 위험이 두 배로 높아진 셈이다. 9월 26일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한 '세계 심장의 날' 이었다. 이를 맞아 대한순 환기학회는 3~9일을 심장수호주간으로 선포했다. 흡연은 심장질환을 불러오는 주범이다. 하루에 담배 10개비를 피울 때마다 남자는 18%, 여자는 31%씩 심혈관계 질환에 의한 사망이 늘어난다.
◆ 동맥경화 부른다=심장에 영양분과 산소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막히거나 좁아지는 동맥경화가 오면 심장은 산소부족 상태에 빠진다.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오는 협심증, 심장근육이 썩어가는 심근경색이 오는 것도 그래서다. 흡연은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다. 니코틴은 관상동맥을 계속 수축시켜 관상동맥 내피세포를 손상시킨다. 내피세 포는 혈관을 확장시키는 물질이 만들어져 나오는 곳이다. 따라서 내피세포가 손상되면 혈관 확장 물질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 결과 관상동맥은 갈 수 좁아진다. 윤정한 원주기독병원 교수는 "심장이 건강하다는 것은 혈관 내피세포가 건강하 다는 뜻" 이라며 "흡연은 고혈압, 저밀도 콜레스테롤 등과 함께 내피세포에 손 상을 주는 주범 중 하나" 라고 말했다. 흡연은 또 저밀도 콜레스테롤 등이 관상동맥에 쉽게 쌓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혈관 내피세포가 손상되면 염증세포가 축적되고 혈관이 약해진다. 이렇게 약해진 부분에는 저밀도 콜레스테롤 등이 쉽게 쌓인다.
◆ 혈액 속 산소를 줄인다=흡연은 관상동맥을 따라 흐르는 혈액에 포함된 산소량 자체를 줄인다. 피를 구성하는 적혈구 헤모글로빈은 산소와 결합해 산소를 몸속 구석구석으로 나르는 구실을 한다. 그러나 흡연은 헤모글로빈이 산소와 결합하는 것을 막아버린다. 흡연할 때 생성되는 일산화탄소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하는 능력이 산소에 비해 300배다. 결국 담배 를 피우면 헤모글로빈이 산소 대신 우리 몸에 일산화탄소를 나르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담배 를 피우는 사람은 혈액 양 자체가 많아지기도 한다. 윤 교수는 "기존 혈액 양으로는 충분한 산소를 공급할 수 없기 때문에 헤모글 로빈을 자꾸 만들어 혈액 양이 많아지는 것" 이라고 설명했다.
◆ 혈관 경련 원인=돌연사는 종종 화약폭발에 비유된다. 내적ㆍ외적 스트레스가 불씨가 돼 '협심증과 심근경색' 이라는 화약에 불을 붙이면 '죽음의 심장율동' 이라는 치사부정맥이 온다. 그렇게 되면 심장의 펌프 기능이 정지돼 뇌를 비롯한 장기가 산소를 공급받지 못해 사망한다. 협심증과 심근경색을 일으키는 위험인자인 흡연이 돌연사 위험을 높이는 것은 당연하다. 흡연이 심장 돌연사 위험을 작게는 2~3배, 많게는 6배까지 높인다는 보고가 있다. 또 흡연은 혈관을 경련시키는 과정에서 돌연사를 부르기도 한다. 윤 교수는 " 혈관에 심한 경련이 일어나면 혈관이 막혔다가 뚫리게 된다" 며 "혈관이 뚫려 피가 다시 흐를 때 부정맥이 발생해 급사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담배 를 끊고 1년이 지나면 심장질환 위험이 50% 감소하고 3~5년 지나면 비흡연자 수준으로 위험이 떨어진다. 가족을 위해서라도 지금 당장 금연하자. 한편 심장 전문의들은 SEE가 심장건강을 지키는 핵심이라고 입을 모은다. SEE는 금연(Smoking Cessation), 음식 조절(Eating), 적절한 운동(Exercising)를 가리키는 말이다. <김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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