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쟁력을 높이는 우위(advantage)의 원천은 시대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 80년대 마이클 포터는 연구개발, 생산, 물류, 판매 등 여러 영업활동에서 `경쟁우위`를 가져야 한다고 했다. 90년대 들어 칸터는 기업간 협력을 강조한 `협력우위`를 글로벌 경쟁시대의 새로운 우위로 보았다.
21세기에는 어떠한 우위가 기업에 경쟁력을 가져다 줄 수 있나. 탑스콧은 `디지털 이코노미`라는 책에서 새로운 경제 현상의 하나로 융합화(convergence)를 내놓았다. 새로운 경제 하에서는 컴퓨팅, 커뮤니케이션 그리고 콘텐츠가 융합되는 새로운 미디어가 지배적인 분야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융합우위(convergence advantage)가 21세기 새로운 우위로 등장하고 있다. 융합우위는 `여러 영역이 서로 조합되어 창출되는 우위`로 설명할 수 있다. 디지털카메라, DVD와 VCR의 복합제품인 DVD 콤비i, 디지털 셋톱박스, 디지털TV, 카메라가 내장돼 있는 이통단말기, 인터넷TV 및 게임기와 같이 통신, 가전, 컴퓨터 등의 기기가 합쳐져서 탄생한 디지털 컨버전스 제품에서 융합우위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옷, 시계, 자동차, 책상 등 모든 사물에 컴퓨터칩을 심어 시간과 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다양한 서비스를 하고 있는 유비쿼터스 환경은 융합우위를 보여주는 좋은 예다.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에 따라 융합우위는 비단 제품이나 서비스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융합뿐만 아니라 기업의 글로벌 경영활동과 지역경제의 연계 속에서도 나타난다. 국가간 장벽이 낮아지고, 다국적기업의 경영활동은 더욱 글로벌화하고 있다.
따라서 다국적기업은 가장 적합한 장소에서 가장 효율적인 경영활동을 하려는 `합리화`를 실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다국적기업은 세계 여러 시장에 걸친 다양한 경영활동을 효과적으로 상호 연계시켜 줄 수 있는 융합우위가 절실하다.
이처럼 융합우위는 21세기 기업 경쟁력을 높이는 원동력이다. 그렇다면 모든 기업이 융합우위를 창출할 수 있을까.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여러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가 자원 확보다. 산업ㆍ시장 변화를 읽고 미래 변화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기업은 모든 자원을 가질 수 없다. 그러나 미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융합우위 창출에 핵심이 되는 자원, 즉 `플랫폼 자원`은 경쟁력를 제고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확보해야 한다.
플랫폼 자원이란 다른 자원과 연계할 때 중심이 되는 자원이다. 예를 들면 복사기, 스캐너, 프린터 등과 같이 동일한 기반기술, 디지털카메라, 캠코더, 휴대폰과 같이 동일한 저장매체의 기능을 나타내는 것과 같이 다른 자원, 제품, 서비스와 연계될 수 있는 자원을 말한다.
둘째, 기업은 보유 자원을 융합우위로 전환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유ㆍ무형의 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잘 조합해 우위로 전환시킬 능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90년 프라할라드와 하멜은 `핵심역량`은 `조직의 집합적 학습으로, 특히 다양한 생산 기능을 조정하고 여러 기술을 통합하는 노하우`로 설명했다. 즉 능력은 핵심역량과 같이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플랫폼 자원을 중심으로 상호 연계가 있는 자원들을 묶어줄 수 있는 노하우를 말한다.
세계 경제의 글로벌화는 세계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을 촉진시켰고,이는 곧 글로벌 산업을 탄생시켰다. 글로벌 산업은 불과 몇 개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발휘하는 과점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게 특징이다. 또 동시에 여러 시장에서 상대 기업과 경쟁하는 다시장적 경쟁 모습을 보인다.
글로벌화에 따른 융합우위를 위한 자원의 원천은 다양해지고 있으나 이를 통합 해줄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기업들은 80년대 경쟁우위에서 출발해 90년대에는 협력우위로, 이제는 융합우위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다. 생명공학과 같은 첨단과학 분야의 부상과 인터넷을 매개로 한 정보 확산이 세계 흐름을 변화시키는 21세기에는 융합우위 없이는 어떠한 기업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어럽게 됐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기업들은 사업 구조조정을 통한 경쟁력 제고를 위해 노력해왔다. 최근 몇년 사이 한국 기업들은 국내 시장의 포화와 침체 때문에 성장 동력을 글로벌 시장에서 찾으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는 외환위기 이전에 보여주었던 양적인 외형적 성장에 기반을 두고 있거나 과거 방식으로 시도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글로벌 시각에서 산업과 시장 변화를 면밀하게 읽고 어떠한 융합우위를 창출할 것인가를 숙고하고, 필요한 자원과 능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최고경영자들이 융합우위 창출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박영렬 연세대 경영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