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영섭 선생님 (I) ______ by 오홍렬(66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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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6 | 손영섭 선생님 (I) | 오홍렬( OH8365 ) | 2004-08-30 | 187 |
우리 중앙고 이과반 출신들은 거의 누구나 다 적어도 한학기는 손선생님의 수업을 다 받았을 거다. 그런 점에서는 우리 이과 반은 복받은 특권을 누렸고, 문과는 약간 불운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왜 특권이라고 하냐 하면, 수학을 기가막히게 잘 가르치셔서 다들 수학영재가 되었다는 그런 것은 아니고, 수업 중에 발생한 어마어마하게 많은 에피소드, 특유한 제스쳐 등등으로 책상을 탕탕치고, 발다닥을 둥둥 굴르며 배꼽을 잡고 웃은 일이 한 두번이 아니라서, 학교 다닐 그 시절에는 학교생활이 그나마 재미있었고, 고교시절의 아주 재미난 추억이 많이 쌓였다는 점이란 말이다. 우리 중앙출신 동문 중에서 기수 불문, 문.이과를 불문하고 ‘칠성이’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나오라.
그는 분명 학교 생활에 문제가 있었던 학생이던지(왕따, 퇴학, 교우관계 부적절 등등, 사실은 이런 일은 없었겠지만..), 사칭 가짜 졸업생일 것이다. 아마 우리 중앙 출신들이 모여서 ‘칠성이’와 관련된 모든 일화들의 이야기를 다하자면, 몇날 밤을 꼬박 새워도 모자랄 거고, 그 것을 책으로 엮으면 아마 소설 책이 서너권은 나올거다. 설령 그런 책이 나왔다 해도, 우리 중앙 출신들만이 낄낄대며 재미있는 것이지 타학교 출신들이 읽는다면 뭐가 그리 재밌고 우스운지 이해하기 어려운 통 싱거운 소설책이 될 것이 틀림없다. 그만큼 ‘칠성이’는 우리 중앙인 만의 특수한 코드요, 공통암호요, 순수한 시절의 소중한 추억이요, 우리의 긍지요 자부심이기도 한 것이다. 내가 제목을 우스꽝스럽게 ‘칠성이’라 하지 않고, 점잖게 선생님의 존함을 적은 이유는, 우리 동기를 포함한 중앙 출신 대부분이, 선생님의 존함은 잘 모르고 ‘칠성이’만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일 것이라는 우려에서이다.
담임 선생님을 일찍 잃은 8반인 나로서는, 선생님 모시고 반창회를 열어 오붓한 시간을 갖는 6반이 좀 부럽기도 하였지만, 2학년 때는 선생님을 담임으로 모시는 커다란 행운(?)을 누렸다. ( 1973년도에 2-10반 담임이셨음.)
전번 주에 반창회에 참석치 못하여 아쉬워 하는 대부분의 우리 동기 친구들을 위하여, 나는 잠시나마 타임머신을 타고 31년 전의 2-10반 교실로 돌아가고자 한다. 우리 육동회 교우들은 동승하여 보라우!
사진을 클릭하면 큰 그림으로 갑니다.(2004. 8.27. 66회 3-6반 반창회하는 날/66회 계승혁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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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학년이 되어 10반으로 떨어진 우리 반 급우들은 아침에 처음으로 배정받은 교실에 모여서 웅성거리고 있는 데, 누가 불쑥 들어와서는 책상 상태, 망가져서 못쓰는 책상 수 등을 파악하였다. 그리고는 다시 나갔다가, 한 두시간 뒤에 출석부를 들고 들어 오셨는 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분이 바로 우리의 담임 ‘칠성장군’ 이셨던 것이다.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냐 하면, 처음에 누군가 불쑥 나타나서 책상 수 등을 파악할 때는 그가 우리의 담임일 것이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하고, 당연히 학교 소사인 줄 알았다. 근데 나중에 잡담하다가 알게 되었는데 나만 그렇게 생각한게 아니고, 우리 반의 대부분이 그렇게 생각하였다는 것이다.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항상 입고 다니시던 연한 살색 바지, 60년대에 중국공산당 서기들이 입던 스타일의 연한 쵸콜렛 색깔의 소매긴 우아기, 검정색 뿔테 안경에 약간은 코믹하기도 한 얼굴모습, 약간은 궁상맞은 폼의 외형적 모습으로 누구나 다 그렇게 생각 했던 것이다. 아무튼 나와 ‘칠성이’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칠성이’라는 별명은 우리 기수에서 지은 별명은 아니다. 이것은 제작연대 및 작자미상의 우리의 훨씬 위 선배들로부터 내리 받은 유산이요, 가보이다. 그런데 나는 처음에는 왜 우리 담임선생님의 별명이 ‘칠성이’라고 붙여졌는지 그 이유를 잘 몰랐었다. 그러나 두어 달 뒤에 그 이유를 스스로 터득하게 되었고, 지금은 우리가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유산 중, 타교에서 함부로 도용하지 못하도록 상표권 등록 까지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싶은 최고의 걸작품이라고 확신한다. ( 나의 개인적인 소신으로서, 상표 재산가치 1위는, 역시 ’칠성이’요, 2위는 ‘썩소’ (썩은 미소의 약자), 3위는 ‘馬頭’가 아닐까 하노라 ! ). 이번 기회에 혹 훗날에 선배들과 또는 우리 동기간의 소주 까는 자리에서 혼돈과 핏대 올리는 언쟁(?)이 없도록 하기 위하여 정리를 하여보자면, 우리 동기들이 창조해낸 작품은 ‘온달이’, ‘돌팔이’, ‘썩폼’,‘다스킨트’, ‘천사’, ‘게쉬타포’, ‘구공탄’,’떡뱅이’ 등등이다.
내가 스스로 터득했다는 ‘칠성이’라는 별명은 거의 확신하건데, 손선생님이 복소수 방정식을 너무 소리 높여 열강을 하시다가 얻은 별명이 아닌가 한다. 다른 반에서도 마찬 가지였겠지만, 우리 반에서도 선생님께서는 이 복소수 방정식인 Z방정식을 강의 하실 때도 언성이 높아지고, 분필이 부러질 정도로 Z자를 칠판에다 힘주어서 쓰셨다. 아마 우리 보다도 훨씬 이전에, Z의 7승이 붙은 복소수 방정식을 드무아부르의 정리를 써서 푸는 것을, 고함을 꽥꽥지르며 열강를 하시던 와중에 ‘칠성이’라는 별명이 붙여졌을 것이라는 말이다. 하루는 수업 시간 시작 종도 안쳤는데 후다닥 교실로 들어오셔서서는, 반장의 ‘차렷, 경례’ 인사도 없이 칠판 처음부터 끝까지 한 이십분 정도 길도록 필기를 하셨다. 우리는 열심히 공책에 이것을 베껴 적느라고 한참 동안의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바로 그 복소수 방정식의 드무아부르 정리를 수학적 귀납법으로 증명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더니, 선생님도 좀 힘이 드셨는지 교단위에 잠시 쭈그리고 앉아 계시다가, 우리가 필기가 다 끝나 갈 때쯤에 탁자 다리 밑으로 고개를 쑥 내밀면서 ” 알갔서요 ?” 하여 우리 모두가 ‘와아-‘하고 까무러 칠 정도로 웃은 적이 있다.
하루는 수업 없는 자율학습 시간이었다. 각자 자율적으로 아무 공부나 하고 있었는데, 누가 ‘정석 수학’책을 보며, 열심히 문제를 풀고 있었다. 지나 다니시던 선생님께서 그것을 보고 , “ 야아, 이 학생은 정석파로구만. 너희들도 좀 본 받아 이 학생처럼 정석파가 되라우. 아주 착한 학생이야” 하자 누군가 뒤에서, “나는 오로지 칠성파 !” 라고 말하여 우리 모두가 또 와아 하고 웃었다. 선생님은 별명을 노골적으로 부르는 것을 무척 싫어하셨고, 또한 그랬다가 들킨 날에는 불려가서 호되게 터지기가 일수였는데, 다행히 그날만은 그 뿔테 안경 너머로 날카로운 눈을 부릅뜨고, “누구얏, 어떤 학생이야, 말조심하라우 !”하고 그냥 넘어 갔다.
누구나 다 그러셨겠지만, 선생님께서는 자기 담임 맡은 반 학생들이 지각하는 것을 무척 싫어하셨다. 하루는 아침 조례시간에, 아침 첫시간 보충수업 시간에 지각한 몇 명이 불려 나가, 몇대 얻어 터지고, 호되게 야단 맞은 일이 있었다. “ 야, 이 시끼들아, 아침 조례시간에 출석부 펴 들었을 때, 출석부에 줄이 찌익 찍 그여져 있으면, 그 얼마나 기분이 나쁜지 알간 ? 다시는 지각하지 말라우” 하시며, 교실 분위기를 엄숙하고 살벌하게 만들어 놓고, 조례를 끝마치시고 나가시려는데, 축구부의 누가 교실 문을 열고 신을 질질 끌며 들어온 것이다. 실을 그 전날 축구 준결승전의 시합에서 우리가 졌다. 그런데 축구부의 이 친구는 덩치나 키가 선생님보다 커서 선생님이 약간 위로 쳐다보아야 할 정도였던 것이다. 분위기가 찬물을 끼얹은 것처럼 조용해져 있는데, 선생님께서 말없이 고개 숙이고 있는 K군을 위로 딱 째려보더니, 펄쩍 점프를 하면서 출석부로 K군의 머리통을 찰싹 때린 폼과 그 장면이, 그야 말로 내가 평생동안 잊지 못하고 지금도 그 생각으로 혼자서 피식거리며 웃어대는 걸작의 장관이었던 것이다.
- ( 다음으로 계속. 2편을 기다리시라 !! ) -
반창회 끝나고 찍은 단체 사진.. 클릭하면 큰 그림 있습니다. 성종이는 먼저 살짝..
★8월 27일 3-6반반창회 사진을 더 보시려면~클릭☞ http://147.46.27.45/~kye/temp/66.html
★3-6반 반창회 동영상1편
파일명 : 육동회3_6반 반창회(1차).WMV | 파일크기 : 33.188 MB | 조회수 : 91 |
위 동영상파일은 용량이 너무 크기 때문에 각자의 PC에 다운받아서 보셔야 합니다.
댓글목록
저도 2학년때(1980년) 담임이셨지요. 유명한 선생님들 별명을 선배님 시절 지었군요. 돌팔이, 킨트, 칠성이, ---
썩폼, 천사, 떡뱅이... 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울러서 전 '칠성이' 선생님의 강의를 듣지 못했지만... (이과였음에도...) 옛 기억이 새록새록합니다. 고맙습니다.
수학을 정훈택,원춘상,정춘영,황세열... 선생님에게서 배웠습니다. 특히 정훈택 선생님께 아주 혼나면서... (워낙 유독 수학을 못해서리...ㅠㅠ)
졸업후 26년만에 손영섭 선생님을 사진으로 뵌 순간 '멍'했습니다. 저를 위해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는데 찾아 뵙지도 못하고... 용서해 주시고요, 꼭 한번 뵙기로 하겠습니다. 사모님과 내내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69회 조대휘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