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도 해상호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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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칼럼 | ||||||||||||||||||
해상호텔은 환상과 낭만의 상징이다. 단어만 떠올려도 가보고 싶고 흥분된다. 숙박과 휴식 오락 관광이 응집된 때문인지 현대인의 삶의 한 자락을 차지한다. 미국 롱비치 해안의 퀸메리호, 타히티섬의 파크로열 호텔, 호주 동쪽 산호초에 떠 있는 포시즌 플로팅 호텔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그 먼 곳까지 갈 형편이 못되면 중국 다롄항, 일본 요코하마하항, 미얀마 양곤강에 호젓이 떠 있는 호텔은 어떨까. 정 안 되면 국내의 중소형 수상호텔이나 금강산 초입의 장전항에 닻을 내린 1만5000t급 선박도 괜찮을 성싶다. 서울 사람들에겐 한강에 정박한 거북선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물 위의 호텔이 붐이 되다 보니 이젠 독도에도 짓자는 얘기까지 나온다. 하기야 서북 유럽에선 선박형(botel)과 부유형(flotel)으로 나뉠 정도로 성행하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겠다. 아무튼 해상호텔은 어느 것이든 삶에 지친 군상(群像)에게 여유와 쉼을 주는 공간임에는 분명한 듯하다. 그러나 그런 감상적인 이미지를 완전히 깔아뭉개는, 아마 그런 면에선 세계 최초가 될 해상호텔이 조만간 그리스 아테네 인근 피레우스항에 들어설 것 같아 긴장된다. 다음달 열리는 아테네 올림픽에 참가하는 미국 선수단이 알 카에다의 테러를 우려해 대회기간 그곳에 머무르기 위해서라고 한다. 선수촌은 테러의 쉬운 표적이 될 수 있어 ‘이용 불가’ 판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3만t급 유람선에는 선수와 관계자 보호를 위해 165명의 미 특수부대원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정박장에는 수중탐지기를 설치할 계획이란다. 그것도 모자라 그리스 영공에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AWACS)까지 띄운다니 전율이 느껴진다. 포도주 한 잔을 걸치며 지중해의 쪽빛 바다와 낙조를 감상하는 건 차치하고 목숨 갈무리에 더 힘써야 하니 괜히 슬퍼진다. 지구인의 축제에까지 테러 공포가 엄습해온다면 그건 테러주의자에게도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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