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논단] 링컨에서 드골로? <font color=blue>장달중</font>(55회) 서울대 교수 - 조선닷컴 > 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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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0건 조회 341회 작성일 2004-05-10 00:00
[아침논단] 링컨에서 드골로? <font color=blue>장달중</font>(55회) 서울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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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논단] 링컨에서 드골로?
盧, 타협보다 돌파에 흥미…국제미아로 전락할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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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학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 이상형은 미국의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이다. 하버드 대학의 저명한 정치학 교수였던 칼 도이치는 링컨이야말로 정치를 ‘가능의 예술(art of the possible)’로 마스터한 대표적인 정치가였다고 주장했다. 그에 의하면 한 나라의 건설적인 변화는 링컨과 같은 정치가에 의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 대통령은 바로 이 링컨을 모델로 지난 1년간 끊임 없이 개혁을 추구하고 변화를 모색해 왔다. 하지만 그의 정치 실험은 계속된 저항에 좌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는 개혁을 위한 그의 정치 실험이 ‘가능의 예술’로 실천에 옮겨지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최근 노 대통령이 ‘가능의 예술’을 중시하는 링컨 식의 정치보다는 ‘돌파’를 선호하는 드골 식의 정치에 강한 흥미를 느끼고 있다는 보도가 전해지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두 사람이 만나면 정당이 하나 만들어지고, 세 사람이 만나면 헌정 위기가 발생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정치적 위기가 빈발했다. 실제로 1945년에서 1961년 사이 프랑스 내각의 평균 수명은 8개월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프랑스에서는 강력한 리더에 의존하는 드골 식의 정치가 요구되곤 했다.
하지만 드골 식의 정치에는 위험한 요소가 도사리고 있다. ‘가능의 예술’을 바탕으로 한 타협의 정치보다는 ‘수(數)의 우위’를 바탕으로 한 ‘힘의 정치’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한 상황에서는 상생을 위한 ‘합의의 정치’보다 다수의 힘에 의한 ‘밀어붙이기식 정치’가 더 약발을 받을 수 있다.
외교 안보 정책면에서 볼 때 드골의 모델은 미국으로부터 독립을 외치는 자주외교의 실험에 다름 아니었다. 이 실험에 노 대통령은 강한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드골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가 원하는 것과 미국이 원하는 것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있음을 분명히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보다 중국을 중시하는 열린우리당의 분위기로 볼 때 대미 자주외교의 실험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일과의 동맹관계를 중심으로 한 해양국가에서 중국을 중심으로 한 대륙국가로 국가전략을 옮길 것이라는 성급한 진단들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자주 외교는 동맹외교보다는 세력균형 외교로 나타날 가능성이 더 높다. 미국과 중국을 둘 다 잘 이용하자는 이른바 용미(用美)·용중(用中)의 외교인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세력균형 외교는 ‘가능의 예술’을 마스터한 경우에는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국가적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드골이 자주외교를 외칠 수 있었던 것은 어디까지나 미국이 프랑스를 보호해주지 않을 수 없었던 냉전체제의 역설적 행운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제 그러한 행운을 향유할 수 없다. 그러한 행운의 부재 속에 서툰 세력균형 외교는 국제적 미아로의 전락을 의미할 수 있다.
탄핵 정국의 종료와 더불어 새로 등장할지 모르는 드골 모델의 정치 실험은 가능성과 위험성을 다 같이 내포하고 있다.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위험성을 최소화하는 첩경은 아마도 ‘가능의 예술’을 마스터하는 일일 것이다. 그렇지 못할 경우 우리는 노 대통령을 이해하려 하기보다는 비판하는 데 더 열을 올릴지 모른다. 여기에 아직도 노 대통령이 링컨의 모델을 중시해야 할 이유가 있다.
(장달중 서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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